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애거서 크리스티) 요약 및 서평 독후감2010. 4. 30. 02:44
1. 작가소개 -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영국에서는 나이트(Knight)라는, 세습제가 아닌 작위가 국가에 공헌한 남자에게 수여되며, 이와 마찬가지로 국가에 공헌한 여자에게는 나이트에 해당되는 데임(Dame)이라는 작위가 수여된다.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영국, 1891~1976)는 1971년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서 데임 작위를 받았다.
추리소설 장르의 완성자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탐정 셜록 홈즈의 창조자인 아서 코넌 도일 경(Sir Arthur Conan Doyle)도 나이트 작위를 받기는 했지만, 그는 추리소설이 아닌 다른 분야의 공로로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애거서 크리스티가 이러한 영예를 받았다는 것은 추리소설의 나라 영국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흥미로운 일이라 하겠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영국 데번셔의 토케이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학교는 다니지 않고 어머니에게서 가정교육을 받았다. 애거서는 어려서부터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코넌 도일의 작품을 즐겨 읽었으며, 이야기 쓰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특히 처녀 때 이웃에 살고 있던 저명한 추리소설가였던 이든 필포츠(Eden Phillpotts, 1862~1960)에게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코넌 도일과 필포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크리스티 여사는 1920~1940년에 걸쳐 37권의 추리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시기의 대표작을 3권의 옴니버스에 수록된 9편으로 나누어 보면 아래와 같다.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에는 ‘에크로이드 살인사건(1926)’, ‘13인의 만찬(1933)’, ‘오리엔트 특급살인(1934)’이 실려 있으며, 「에르큘 포와로의 위험한 여행」에는 ‘푸른 열차의 죽음(1928)’, ‘메소포타미아의 죽음(1936)’, ‘나일 강의 죽음(1937)’이, 「에르큘 포와로의 의외의 결말」에는 ‘3막의 비극(1937)’, ‘ABC 살인사건(1935)’, ‘테이블 위의 카드(1936)’이 있다.
이외의 작품으로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지 않으나, 수수께끼와 서스펜스가 가장 뛰어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 1939)가 있다. 이 작품은 크리스티 여사가 꼽은 자신의 최고의 작품이기도 하다. 참고로 두 번째로 꼽은 작품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다.
2. 등장인물 소개
워그레이브 판사 - 법정과 신문지상에서 교수형 판사로 소문난 차가운 노인. 죄인에 대한 논리 정연한 판결로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형을 언도하였으며, 자신의 판결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베라 클레이슨 - 현재는 교사이지만, 여름휴가 기간 동안 ‘오언’의 임시 비서직을 직업소개소를 통해 소개받는다. 예전에 자신이 가정교사로 있던 ‘시릴’이라는 아이의 죽음 때문에 경찰의 조사를 받고, 애인과 헤어지는 과거를 가지고 있다.
필립 롬바드 - 친구 모리스로부터 인디언 섬에 있는 자신의 의뢰인의 명령에만 따르면 된다는 제의를 받고 섬으로 들어오게 된다. 과거의 행적이 확실하지 않은 군인 출신의 건장한 남자이고, 섬에 총을 가지고 들어온 유일한 사람이다.
에밀리 브렌트 - 신앙이 두터운 60대의 여성이다. 자기가 늘 옳다고만 생각하여 사람들을 흉보는 것을 좋아한다. 섬에서 사람들이 참혹하게 죽어가자 불안한 꿈과 산만한 일기로 그녀의 마음이 복잡하고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카서 장군 -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장군이다. 자신을 항상 따라다니는 소문이 싫어하여 주거지를 자주 바꾸고 사람들과의 왕래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암스트롱 의사 - 섬에서 일어난 살인에 대한 사인을 진단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에게는 유능한 의사로 알려져 있지만, 간단한 질병도 부풀려서 말하는 수법으로 지금까지의 명성을 쌓았다.
앤소니 마스턴 - 젊은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반할 정도의 외모를 가진 부잣집 도련님이다. 성능 좋은 차를 가지고 다니며, 스피드광이다.
블로어 - 런던 경시청 형사 출시의 무뚝뚝한 사립 탐정. ‘오언’이라는 사람이 오언 부인의 보석을 지키기 위해 고용한 사람.
로저스 부부 - 조금 말을 더듬는 하인 부부. 인디언 섬에 모인 사람들에게 훌륭한 음식을 대접하고 극진하게 보살펴 주는 역할을 한다.
3. 내용요약
8명의 사람들이 데번셔 스티클헤이븐의 인디언 섬으로 향한다. 그들은 모두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었고, 인디언 섬으로 가는 도중 그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들은 일주일간의 이번 여행에서 지금까지 자신들이 살아왔던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휴식을 원하며, 육지와는 단절된 인디언 섬으로 향하고 있다.
인디언 섬은 갖가지 소문과 함께 섬의 현재 소유주가 누군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요트광인 어느 미국인 백만장자가 그 섬을 사들인 뒤에 그곳에다 사치스러운 현대식 저택을 지었으나, 그의 세 번째 부인이 뱃멀미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섬과 집을 내놓아야 했고, 그 섬을 ‘오언’이라는 사람이 샀다는 소문과 헐리우드의 영화배우가 샀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외에도 해군성과 지체 높은 귀족이 샀다는 소문 등 아무튼 인디언 섬은 대단한 화제 거리였다.
섬에는 초대를 받거나 고용된 8명의 외부 사람들(워그레이브, 클레이슨, 롬바드, 브렌트, 매카서, 암스트롱, 마스턴, 블로어)과 그들 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한 하인부부(로저스 부부)를 합쳐 총 1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도착한 사람들은 주인인 오언부부가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는 얘길 듣고 각자의 방으로 올라간다. 그들의 방에는 아래와 같은 똑같은 동요가 액자 속에 적혀 있었다.
열 명의 인디언소년이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
한 명이 목이 막혀 죽어서 아홉 명이 되었다.
아홉 명의 인디언소년이 밤늦게까지 자지 않았다.
한 명이 늦잠을 자서 여덟 명이 되었다.
여덟 명의 인디언소년이 데번을 여행했다.
한명이 거기에 남아서 일곱 명이 되었다.
일곱 명의 인디언소년이 장작을 패고 있었다.
한 명이 자기를 둘로 잘라 여섯 명이 되었다.
여섯 명의 인디언소년이 벌집을 가지고 놀았다.
한명이 벌에 쏘여서 다섯 명이 되었다.
다섯 명의 인디언소년이 법률을 공부했다.
한명이 대법원으로 들어가서 네 명이 되었다.
네 명의 인디언소년이 바다로 나갔다.
한명이 훈제된 청어에게 먹혀서 세 명이 되었다.
세 명의 인디언소년이 동물원을 걷고 있었다.
한명이 큰 곰에게 잡혀서 두 명이 되었다.
두 명의 인디언소년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한 명이 햇볕에 타서 한 명이 되었다.
한명의 인디언소년이 혼자 남았다.
그가 목을 매어 죽어서 아무도 없게 되었다.
Ten little Indian boys went out to dine;
One choked his little self and then there were nine.
Nine little Indian boys sat up very late;
One overslept himself and then there were eight.
Eight little Indian boys traveling in Devon;
One said he’d stay there and then there were seven.
Seven little Indian boys chopping up sticks;
One chopped himself in halves and then there were six.
Six little Indian boys playing with a hive;
A bumblebee stung one and then there were five.
Five little Indian boys going in for law;
One got in Chancery and then there were four.
Four little Indian boys going out to sea;
A red herring swallowed one and then there were three.
Three little Indian boys walking in the Zoo;
A big bear hugged one and then there were two.
Two little Indian boys sitting in the sun;
One got frizzled up and then there was one.
One little Indian boy left all alone;
He went and hanged himself and then there were none.
그들은 동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 둥근 식탁 한가운데에 10개의 인디언 인형을 발견한다.
처음에 그들은 ‘인디언 섬’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장식품으로 치부해 버린다. 로저스 부부가 마련한 음식에 모두들 만족해하며, 거실에 모여 차를 마시는데, 느닷없이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의 내용은 현재 이 섬에 모인 10명의 사람들이 모두 살인죄를 직접 혹은 간접으로 저질렀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모두 다음과 같은 죄를 저질렀다.
에드워드 조지 암스트롱, 너는 1925년 3월 14일 루이자 메리 클리스를 죽였다.
에밀리 캐롤라인 브렌트, 너는 1931년 11월 5일 비어트리스 테일러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윌리엄 헨리 블로어, 너는 1928년 10월 10일 제임스 스티픈 랜더를 죽게 했다.
베라 엘리자베스 클레이슨, 너는 1935년 8월 11일 시릴 오길비 해밀턴을 죽였다.
필립 롬바드, 너는 1932년 2월 동아프리카의 마을에서 원주민 21명을 죽인 죄가 있다.
존 고든 매카서, 너는 1971년 1월 4일 네 부인의 정부였던 아서 리치몬드를 죽였다.
앤소니 제임스 마스턴, 너는 작년 11월 14일 존과 루시 컴베스 형제를 죽였다.
토머스 로저스와 에델 로저스, 너희들은 1929년 6월 10일에 에드워드 세튼을 죽였다.
피고들이여, 너희들은 변명의 여지가 있는가?”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크게 동요를 하고, 로저스 부인은 결국 실신하고 만다. 그 목소리의 정체는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고, 그것을 튼 사람은 오언의 명령을 받은 로저스부부였다.
실신한 로저스 부인을 방으로 옮기고 나서 다시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무죄를 주장하며, 그들을 초대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밝힌다.
로저스 부부를 고용한 사람은 ‘율릭 노먼 오언(Ulick Norman Owen)’, 브렌트를 초대한 사람은 ‘유나 낸시 오언(Una Nancy Owen)’ 결국 ‘오언(Owen)'이라는 사람에 의해 이들은 인디언 섬에 모인 것이고, 그 사람의 이름을 조합하면 U.N.Owen-UNKNOWN(정체 불명의 인물)이 되는 것이라고 워그레이브 판사는 추리해 낸다.
그들의 어두운 과거는 다음과 같다.
워그레이브 판사는 ‘세튼’이라는 사람이 살인죄로 기소 당했지만, 그의 변호사가 능숙하게 변호해서 배심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무죄 판결을 받으려고 하자 배심원들을 자신의 논리로 설득하여 결국 세튼이 유죄판결을 받게 하여 처형을 당하게 했다.
베라 클레이슨은 시릴 해밀턴이라는 아이의 가정교사였는데, 자신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멀리까지 헤엄쳐 가 버려서 그 아이를 구할 수 없었고 검시관도 그녀의 무죄를 인정했다.
매카서 장군은 전쟁 중에 자신의 부하인 리치몬드를 정찰병으로 내보냈는데, 그가 임무수행 중에 전사를 하게 된 것일 뿐이고, 전시에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롬바드 대위는 숲속에서 길을 잃게 되어 원주민들을 버리고 그의 부하들과 함께 식량을 가지고 도망쳤다. 자신이 잘한 행동은 아니지만 우선은 자신의 생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변한다.
앤소니 마스턴은 케임브리지 근처에서 차로 사람을 치어 죽인 일이 있고, 그 사람들이 바로 전축에서 흘러나온 두 명의 아이들이라고 밝힌다. 그도 자신이 의도한 살인이 아니라 단순한 사고일 뿐이고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로저스는 예전에 그들이 모시고 있던 브래디 부인을 매우 헌신적으로 보살폈지만, 폭풍우가 심한 어느 날 브래디 부인의 병이 갑자기 악화가 되어 로저스 자신이 의사를 부르러 갔지만, 그가 의사를 모시고 왔을 땐 이미 늦어버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부인의 죽음으로 인해 그들은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블로어는 어느 몸이 약한 사람을 은행 강도로 잡았고, 블로어의 증언으로 인해 그 사람은 유죄 판결을 받게 되었다. 블로어는 은행 강도를 잡은 공로로 표창과 승진을 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의무를 다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암스트롱의사는 속으로는 자신이 술에 취해서 수술을 하다가 사람을 죽인 일에 대해 괴로워 하지만, 겉으로는 전축에서 흘러나온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다.
브렌트는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여자아이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어, 독실한 신자인 자신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집에서 쫓아냈고, 이후 그 여자아이가 자살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 첫 번째 희생자 - 앤소니 마스턴
이렇게 저마다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결백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기에 내일 아침이 되면 배가 들어올 때 이 섬을 떠나자고 말을 한 뒤, 각기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앤소니 마스턴’이 술잔을 떨어뜨리며 쓰러진다. 그의 얼굴은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고, 암스트롱 의사는 술잔에 누군가가 독약을 집어넣어 죽은 것이라고 판명한다.
모두들 갑작스런 마스턴의 죽음에 ‘자살’이라는 결론 이외에 달리 생각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시체를 방으로 옮기고는 주방을 치우기 위해 남은 로저스를 제외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주방으로 돌아온 로저스는 식탁위의 10개의 인형이 9개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다른 곳에 떨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주방을 치우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 두 번째 희생자 - 에델 로저스
다음날 아침 악몽을 꾸던 암스트롱 의사는 로저스의 다급한 부름에 잠에서 깬다. 로저스의 부인이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암스트롱의사는 그녀의 사인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사람들도 그녀의 죽음에 큰 충격에 빠진다. 그들은 서둘러 인디언 섬을 빠져 나가려고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하루에 한 번씩 온다는 배는 오지 않고, 매카서 장군은 우리는 아무도 이 섬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이상한 말을 되풀이 한다.
마당에서 워그레이브와 암스트롱이 함께 있는데, 두려움에 가득 찬 로저스가 다가와 인디언 인형이 8개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한다. 결국 인디언 동요에 나와 있는 것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마스턴은 독극물에 의해 목이 막혀 죽었고, 에델 로저스는 잠이 들어 영원히 깨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10명의 사람들이 저질렀다는 사건에 대해 전축에서 흘러나온 말이 사실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 세 번째 희생자 - 매카서 장군
사람들은 어딘가에 그들 말고 섬 안에 누군가 범인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섬 수색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섬 어디에도 다른 사람의 흔적은 존재하지 않고 그들만 이 섬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섬 수색을 하던 도중 매카서 장군이 혼자 절벽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람들이 그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그는 종말이 왔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혼자 내버려 둘 것을 원한다.
매카서 장군은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채 죽어 있었고, 그를 운반해 온 사람들은 8개의 인디언인형이 있던 곳으로 달려갔지만, 이번에도 역시 8개의 인형 중 7개만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제 그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들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하며 서로의 알리바이를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의 살인자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는 대지 못하며 서로에 대한 불신만 키워 간다.
* 네 번째 희생자 - 토머스 로저스
사람들은 어제의 긴장 때문인지 9시가 넘도록 늦잠을 잔다. 보통 때 같으면 로저스가 깨워서 아침식사를 제공해야 했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그들을 깨우지 않았다. 왜냐하면 로저스는 뒤뜰에서 도끼로 머리가 깨어져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평소처럼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고, 뒤뜰에서 장작을 패던 도중 살인자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물론 인디언 인형도 7개에서 6개로 줄어들었고, 너무나도 정확하게 인디언 동요에 맞춰 살인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제 다음으로 죽을 사람은 ‘벌’에 의해 살인 당할 차례이다. 그러나 섬의 어디에도 벌을 키우고 있을 만한 곳은 없었고, 섬에는 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 다섯 번째 희생자 - 에밀리 브렌트
아무리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허기를 느낀다.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브렌트 혼자서 접시를 치우기 위해 주방으로 간다. 갑자기 브렌트는 현기증과 졸음을 느껴 의자에 잠시 의자에서 쉬었다가 일을 하려 하지만, 점점 의식이 몽롱해 지며 주방 안에 벌이 있는 것을 느낀다. 몽롱해 지는 정신으로 벌이 자신의 목덜미를 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그녀는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그녀의 목덜미를 찌른 것은 벌의 침이 아니라, 독약이 있는 주사바늘이라고 의사 암스트롱이 밝혀낸다. 범인은 최대한 동요처럼 살인을 하기 위해 벌을 주방 안으로 넣어 놓고 독약을 주사하여 그녀를 죽인 것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확인한 결과 주사기는 암스트롱의 가방에서 누군가 훔쳐내어 그녀를 죽인 것이기 때문에 흉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상자 안에 넣어서 열쇠를 채워 놓자고 합의한다.
암스트롱의 주사기와 약품 롬바드의 권총이 현재로썬 가장 큰 살인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들을 찾기 위해 모두가 롬바드의 방으로 가지만 롬바드가 권총을 넣어둔 서랍은 텅빈 채 발견되었고, 범행에 쓰인 암스트롱의 주사기는 마당에서 깨어진 6번째 인형과 함께 발견 되었지만 권총은 집안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 여섯 번째 희생자 - 워그레이브 판사
혼자서 행동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모두 거실에 모여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여자로서는 유일한 클레이슨은 너무 피곤하다고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갑자기 그녀의 비명이 들려와 1층에 있던 남자들이 그녀의 방으로 허겁지겁 뛰어 올라 왔는데, 그녀의 방 천장에는 해초가 매달려 있고, 클레이슨은 바닥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그녀가 해초를 보고 쓰러진 이유는 자신이 죽음으로 몰아넣은 ‘시릴’이 죽은 바다에서 느꼈던 그 해초 냄새를 느꼈기 때문이다. 클레이슨의 방으로 뛰어온 남자들은 워그레이브 판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를 찾으러 1층으로 다시 내려가지만, 그곳에는 머리에 판사의 가발을 쓰고, 붉은색 가운을 두르고 앉아서 죽어 있는 워그레이브 판사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 워그레이브 판사는 머리에 총을 맞고 죽은 것이라고 암스트롱이 말한다. 롬바드는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판사가 죽음으로써 그의 무죄가 입증된 셈이다.
* 일곱 번째 희생자 - 암스트롱
판사의 죽음을 목격한 남은 사람들 암스트롱, 클레이슨, 롬바드, 블레어는 자신들의 방 앞에서 동시에 방 안으로 들어가며 다른 사람들이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절대적으로 불신하고 자신들이 저질렀던 범죄의 기억과 싸우는 것이다. 새벽 1시경 갑자기 블로어는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잠에서 깬다. 그 소리는 암스트롱의 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고, 블로어의 방 앞으로 누군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블로어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누군지 확인을 하려하나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누군가의 뒷모습만 볼 수 있을 뿐 더 이상은 알아내지 못하였다. 그는 남은 사람들 중 현재 자신의 방 안에 없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확신하며, 누가 방에 없는지 확인한다. 방안에 없는 사람은 암스트롱이었다. 블로어와 롬바드는 암스트롱을 찾기 위해 섬 수색을 하고 클레이슨은 자신의 방문을 잠근 채 집안에서 그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블로어와 롬바드는 암스트롱을 찾지 못한 채 되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아침은 밝아 왔다. 남은 세 사람은 주방으로 내려와 인형을 확인해 보는데, 이번에도 3개의 인형 밖에 남질 않았다. 그들은 암스트롱의 속임수로 생각하고 폭풍우가 멈춘 것을 이용해 육지로 구조신호를 보내기로 한다. 교대로 육지에 신호를 보내고 있던 중 블로어는 배가 고프다며 집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롬바드와 클레이슨도 집으로 향한다.
* 여덟 번째 희생자 - 블로어
집으로 가는 도중 ‘쿵’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가 보니 그곳에는 머리가 무자비하게 깨진 블로어가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는 깨어진 곰 조각상이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암스트롱이 섬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 아홉 번째 희생자 - 롬바드
롬바드와 클레이슨은 암스트롱을 찾기 위해 섬 주변을 거니는데, 해안가에서 물에 빠져 죽은 암스트롱의 시체를 발견한다. 결국 둘 중의 한명이 범인이 되는 것이다. 그때 클레이슨은 롬바드에게서 늑대의 얼굴을 발견한다. 무시무시한 이빨과 함께 롬바드가 하는 말은 으르렁 거리는 소리로 느끼게 되고 그에게서 살아남는 방법은 그를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암스트롱의 시체를 물이 닿지 않는 곳까지 끌어올리자고 제안한 클레이슨은 롬바드와 함께 암스트롱의 시체를 끌어올리던 도중 롬바드의 품 안에 있는 권총을 빼내고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이제 이 섬에는 클레이슨 그녀 밖에는 아무도 없다. 클레이슨은 안도감을 느끼며 저택으로 향한다.
* 마지막 희생자 - 클레이슨
저택으로 향하는 클레이슨은 행복감과 평온함을 느끼면서 그동안 인디언 섬 안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괴롭히던 ‘시릴’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자신의 살인을 알아차리고 떠나 버린 연인 ‘휴고’에 대한 기억들이 머릿속에 뒤엉키게 된다. 행복감과 평온함 그리고 죄책감과 사랑에 대한 연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고 결국 그녀는 환각에 사로 잡혀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방 안에는 누가 걸어놓은 지 모르는 밧줄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그 밧줄이 ‘휴고’가 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의자를 밟고 올라서 밧줄에 목을 맨 후 의자를 발로 차버렸다.
4. 에필로그
그렇게 인디언 섬의 10명의 사람들은 모두 죽은 채 스티클헤이븐 주민에 의해 발견 되었다. 그것을 수사한 경찰들은 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도무지 해결하지 못한다. 10명은 모두 시체로 발견되었고, 피해자들이 섬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폭풍우 때문에 어떤 사람도 섬에 들어오거나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섬 내부의 소행 인데, 그것을 논리적으로 풀이하기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정확하게 밝힌 10명의 사인은 「워그레이브 판사와 롬바드 대위는 총에 맞았는데, 워그레이브 판사는 머리를 관통했고, 롬바드 대위는 심장을 관통했다. 브렌트 양과 마스턴은 청산가리로 독살되었고, 로저스 부인은 수면제 과용으로 죽었다. 로저스의 머리는 쪼개져 있었고, 블로어는 머리가 부서졌다. 암스트롱 의사는 물에 빠져서 죽었고, 매카서 장군은 머리 뒤를 맞아서 죽었고, 베라 클레이슨은 목매달려 죽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1명이 더 죽었는데, ‘오언’의 대리인 역할을 했던 ‘모리스’였다. 하지만 모리스도 사건의 단서가 될 만한 즉 오언의 신분을 밝혀 줄만한 정보를 전혀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사건은 미해결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클레이슨의 죽음은 자살인 것 같은데, 그녀가 죽은 뒤 누군가 의자를 벽으로 갖다 놨다는 것이 수사의 의문점을 더해 가며 수사를 종결 할 수밖에 없었다.
5. 트롤 어선인 에마 제인 호의 선장이 런던 경시청에 보낸 고백서
인디언 섬 사건의 범인인 내가 나의 고백을 적어서 병에다 넣어 바다에 던지는 것은 어릴 적부터 모험 소설을 즐겨 읽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성격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인가를 죽인다는 희열감과 강한 정의감이 동시에 내 맘 속에 공존했다.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 받아서는 안되며 나의 살인 충동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법률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살인 충동이 점차 강하게 이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중 술집에서 하인에 의한 어느 노부인의 억울한 죽음을 듣게 되었고(로저스 부부의 살인) 법으로 다룰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집행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누구나 의심을 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 자료를 모았고, 그 중 10사람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고 그에 상응한 대가를 받지 않았다. 내가 신을 대신하여 그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범죄에 대하여.
첫 번째 희생자는 ‘모리스’였다. 그는 마약 밀매 업자였고, 친구의 딸을 죽게 하였다. 나는 그가 항상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에게 독약을 소화불량에 좋은 약이라 속이고 주었다. 섬에서의 죽음의 순서는 죄의 무게를 고려하여 죄가 가벼운 사람은 먼저 죽고, 냉혹한 피를 가진 사람은 정신적인 학대와 공포를 더욱 길게 겪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죽음의 순서를 짰다.
우선은 섬 전체를 불신의 분위기로 몰고 가기 위해 섬 수색을 제안 했고, 이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중략)
나의 연극을 위해 협조자가 필요했는데, 의사인 암스트롱을 선택하여 살인자를 밝혀내기 위해 범인의 계획에 없는 내가 먼저 죽게 되는 연극을 하면 범인이 당황할 것이라고 말하며 암스트롱을 나의 계획에 끌어들였다. 그는 동요의 ‘훈제된 청어(red herring)’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보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나의 계획에 충실한 발판이 되어 주었다.
나는 암스트롱과 미리 말을 맞추어 머리에 털실을 쓰고 죽은것처럼 위장했고, 암스트롱은 내가 죽었다고 간단하게 처리해 주었다. 그 뒤 나는 암스트롱을 저녁에 불러내어 그를 절벽에서 밀어뜨리고, 블로어가 암스트롱이 범으로 믿도록 암스트롱의 방문을 여닫고 소리를 내며 복도를 걸어 나왔다.(중략)
나는 내 방으로 가서 침대 위에 누울 것이다. 내 안경에는 길다랗고 가느다란 검은 줄 같은 것이 달려 있다. 그것은 고무줄 같은 줄이다. 나는 몸으로 누를 것이다. 그리고 고무줄을 문 손잡이에 잡아매고 조금 느슨하게 권총에다 동여맬 것이다. 내가 손수건으로 권총을 잡고 방아쇠를 당기면 내 손은 축 늘어지게 될 것이고, 권총은 고무줄의 탄력으로 문 손잡이에 부딪쳐서 바닥에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고무줄은 내 몸에 눌려 있는 안경으로 끌려와서 매달리게 될 것이다.
- 로렌스 워그레이브
* 훈제된 청어(red herring)
뜻은 '훈제된 청어'이지만 '사람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냄새가 지독한 훈제 청어는 18·19세기 유럽에서 여우 사냥개를 훈련할 때 개의 후각을 단련시키는 데 썼다. 한편, 사냥감을 쫓던 개가 그 냄새를 맡고 나면 사냥개들이 혼란을 일으켜 사냥감을 놓치기도 해서 도망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레드 헤링(red herring)은 '사람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 '관계없는 말을 꺼내 현혹 시킨다', '사람의 주위를 딴 데로 돌려서 남을 속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논쟁에 휘말린 사람이 위기를 모면하는 수법 중 ‘레드 헤링 기법’이 있다. 엉뚱한 데로 상대방의 관심을 돌려 논점을 흐리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대공황이전 미국 투자은행들은 새로 생겨난 기업들이 내놓은 초기사업계획서를 레드 헤링(red herring)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그럴듯한 내용으로 포장된 사업계획서에 속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겉은 그럴 듯하지만 자세히 뒤져보면 허점이 많다는 뜻이다.
자료정리 : 홍상호 ohon35@hanmail.net
출처: SPR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