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토마스 모어) 요약 및 서평 독후감2010. 4. 29. 16:50
1. 저자 소개
- Sir Thomas More : 1478~1535
(Saint Thomas More라고도 함)
토머스 모어는 영국의 인문주의자이자 정치가이며 근세 유토피아 사상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런던에서 판사의 아들로 출생한 그는 14 세에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고, 이후 국회의원ㆍ왕의 자문관ㆍ하원 의장ㆍ대법관 등의 권력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왕 헨리 8세를 영국 교회의 영적 지도자로 인정하는 법률에 동의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과 신앙을 지켰다. 그는 당대 여는 귀족들처럼 안락한 삶에 안주할 수도 있었으나 결코 그러지 않았다. 왕의 충실한 신하로서 그 본분을 다하면서도, 신실한 신앙인으로서 철저히 절제된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난한 민중들의 삶을 돌아보는 어진 정치가였다.
헨리 8세가 앤과 결혼하여 앤의 소생을 왕위 계승자로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킬 때, 이에 반대하여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비록 토머스 모어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으나 그의 고귀한 일생은 사후에 더욱 평가받았다. 사후 400년이 되던 1935년, 로마교황청이 그에게 성인의 칭호를 부여하였다.
“토머스 모어는 눈보다도 순결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다. 영국은 과거에도 그리고 이후로도 그와 같은 천재성을 다시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는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끝까지 신념과 양심을 지켰던 토머스 모어의 죽음을 이렇게 애도했다.
▶ 토머스 모어의 연표
1478 2월 7일 런던에서 출생
1490 모턴 대주교 공관 램버스 궁에서 시동 생활을 시작함
1492 옥스퍼드, 캔터베리 홀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함
1497 에라스무스를 처음으로 만남
1504 하원의원에 당선됨
1513 <리처드 3세사>를 집필함
1515 플랑드르 통상 외교 사절로 파견됨
1516 <유토피아>를 출판함1535런던탑 감옥에 수감됨 <위안의 대화>를 집필함
1517 칼레 외교 사절로 파견됨 국왕 자문회 의원으로 재직함
1522 <네 가지 마지막 일들>을 집필함
1523 하원의장에 취임함
1528 이단서적 열람 허가를 받음
1529 상서경 직에 취임함 <이단에 대한 대화>를 출판함
1532 상서경 직을 사임함 <틴들에 대한 반박>을 집필함
1533 앤 볼린의 대관식에 불참함
2. 유토피아란?
토머스 모어가 1516년 라틴어로 발표한 <유토피아>는 영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새로운 희망을 담은 공상소설로서 당대는 물론, 후대의 많은 정치가와 사상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유토피아>는 중세에서 근대로, 유럽 사회에 변화의 물결이 일던 시기에 쓰인 작품으로, 영국 사회의 여러 폐단과 오랜 세월 권력을 누리던 가톨릭교회의 타락에 대한 모어의 날카로운 시선이 녹아 있다. 또한 그러한 현실에 가려진 소외된 민중들의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는 작품으로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진정한 공공성의 실현가능성을 물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여러 가지이지만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으며 종교적 관용 ·평화주의 ·남녀교육의 평등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근대소설의 효시로 간주되며 사회사상사적으로도 고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저자가 히스로디라는 선원으로부터 이상의 나라 ‘유토피아’의 제도 ·풍속 등을 들은 것을 기록하는 형식으로 이상사회를 묘사하였다. 제목 ‘유토피아’는 본시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무데에도 없는 나라’라는 뜻이었으나 이 작품을 계기로 ‘이상향’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스어 ‘ou(없다)’와 ‘topas(땅)’를 결합해 ‘유토피아(Utopia)라는 말을 만들었다. 이 말은 현실에서 부재하는 장소를 뜻한다. 그런데 이런 부재가 현실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우리로 하여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을 변화시키는 동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사회생활의 최선의 상태에 대한, 그리고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새로운 섬에 대한 유익하고 즐거운 저서>인데, 이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유토피아는 비록 현실 속에는 '아무 데도 없는 곳'이지만 인류가 반드시 도달해야 할 '이상향'임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다.
3. 문학 속의 이상향
(1) 철학자의 지배를 꿈꾼 플라톤 - <국가>
‘유토피아’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토머스 모어이지만, 이상사회에 대한 탐구는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플라톤이 말한 이상적인 국가는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도덕 공동체였다. 그는 국가의 구성원을 세 계층, 즉 머리의 지혜에 대응하는 통치계급, 가슴의 용기에 상응하는 군인계급, 손발의 절제에 상응하는 민중계급으로 나누고, 특히 철학자가 국가를 지배해야만 국가의 질서와 인간의 이상이 일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영향을 받은 모어는, 철인정치 이념에 동의했다. 다만, 플라톤의 이상국가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색에 그쳤다면, 모어가 그린 <유토피아>는 합리적 이성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제도의 실행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현실에 한 발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2)‘태양’이 지배하는 나라 - <태양의 나라>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저술가인 토마소 캄파넬라가 그린 <태양의 나라>는 이성으로 계몽된 인간에 의해 통치되며, 사람들은 각자 적성에 맞는 일을 함으로써 공동체의 선에 기연한다는 점에서 <국가>나 <유토피아>와 공통점을 지닌다.
<태양의 나라>는 사유재산, 부당한 부, 빈곤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
(3) 과학에 입각한 이상사회 - <새로운 아틀란티스>
플랜시스 베이컨은 과학이 진보하여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을 때 사회 환경이 개선된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는 주권자가 설치한 교육기관에서 자연과학과 기술을 연구하고 생산력의 증대를 꾀한다. 그가 꿈꾼 이상사회는 학문이 일구어내는 세계였다.
4. 당시 유럽사회의 변화
(1) 르네상스와 휴머니즘
프랑스어로 재생을 의미하는 르네상스는 그리스 로마 문화를 모범으로 삼아 학문과 예술을 부활시키고, 인간적 문화를 창조하려는 문화운동을 일컫는다. 이 변화의 물결은 미술, 건축, 문화, 사상 등 다방면에 걸쳐 14~16세기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일어났다.
르네상스를 주도한 사람들이 바로 ‘휴머니스트’ 들인데 이들은 로마가톨릭교의 여러 폐단을 비판하고,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난 인간정신의 자유로운 구현을 주장했다. 휴머니스트들의 작품에는 인간의 본성과 존엄성에 대한 강조, 모든 철학, 신학 사상에 나타나는 진리의 조화와 통일 추구, 자유로운 탐구와 창의적인 사고를 확장시키는 교육의 중요성 강조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2) 종교개혁
종교개혁은 영적 권위를 상실한 중세 교회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신앙운동으로, 교황과 가톨릭교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인간의 구원은 오로지 믿음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성서를 유일한 신앙의 근거로 삼았다.
당시 교황청과 가톨릭교회들은 수입 증대의 수단으로 인덜전스(사면장)를 남발했는데, 독일의 루터가 이를 공격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하면서 종교개혁의 기운이 유럽 각지로 확산되어갔다.
영국에서는 종교적 원인보다는 정치적 원인 때문에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헨리 8세는 로마 교황청이 왕비 캐서린과의 이혼을 승인하지 않자, 교황의 권위를 부정하고 1534년 왕을 수장으로 하는 영국교회를 수립했다. 독실한 신자였던 모어는 가톨릭교회의 권력남용과 타락에 반대했지만 교회가 분열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3) 유럽세계의 확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치며 커다란 변화를 겪은 유럽인들은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던 중세교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면서 활동범위와 사고를 확장시키게 되었다. 유럽 각국에서 중앙집권화가 진행됨에 따라 국가 간 경쟁이 거세지면서 유럽 이외의 시장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르네상스의 과학적 정신은 신항로 개척으로 이어졌다.
1482년 디아스가 아프리카 남단에 있는 희망봉을 발견했고 1492년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달했는데, 이러한 배경에서 성장한 모어는 자연스레 바다 건너 새로운 세상, 미지의 섬을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5. 내용요약
<유토피아>는 영국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는 제1부와 이상국 유토피아의 지리, 정치, 종교, 가족제도, 풍속 등을 다룬 제 2부로 나뉘어져있다.
- 제 1부 -
16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토머스 모어는 상업부문의 외교활동을 위해 플랑드르로 파견된다. 그 곳에서 율리시즈나 플라톤에 비견되는 현자 라파엘을 소개 받는다. 라파엘에게서 그가 여행 중 겪은 사건들과 특히 유토피아에 대한 장구한 이야기를 듣는다.
라파엘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신대륙 탐험에 따라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표류하다 유토피아 섬에 도착한 선원으로 외국의 여러 문물을 많이 접하고 돌아온 인물이다. 대부분 그의 입을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비참한 현실과 죄악이 낱낱이 폭로되고 있다. 그는 귀족들을 수벌처럼 남의 노동으로 하는 일 없이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로 평하며, 소작인을 쥐어 짜 먹고 있다고 보았다. 또, 귀족이나 지주들이 양을 키우기 위해 경작지를 목장으로 만드는 데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붓기도 한다.
또한 여러 병폐를 제거하기 위해 부자들이 모든 것을 매점매석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땅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정직한 생업을 갖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절도 행위를 사형으로 다스리는 제도에 대해서, 남의 돈을 훔쳤다고 해서 목숨을 잃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재판 제도, 전쟁 등에 대해서도 비판하는데, 특히 왕은 그 나태성이나 자발성을 바로잡아야 하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스스로의 수입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또한 왕은 그의 신하들을 올바르게 가르쳐서 범죄를 예방해야지, 범죄 행위가 만연하도록 해 놓고 그 다음에 처벌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그 밖에도 당시의 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며 살고 있는 유토피아라는 곳에 대한 얘기가 진행된다.
라파엘과 모어는 현실정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나, 참여의 문제에 있어서 대립적이다. 라파엘은 현자이긴 하나 현실정치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깊이 회의하고 이상을 쫒는 전형적인 먹물이다. 반면 모어는 적극적인 현실참여를 주장한다. 이 때문에 모어는 라파엘에게 계속적으로 현실참여를 요구하고 라파엘은 이를 거절한다.
- 제 2부 -
1. 유토피아 사람들이 사는 섬
유토피아 사람들이 사는 섬은 자연적으로나 인공적으로나 요새화되어 있어 조그만 힘으로도 외부의 침략을 막을 수 있다. 농촌에는 도처에 서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농기구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 농가들이 있으며, 농가에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번갈아 와서 산다. 매년 세대원의 반수가 도시로 돌아가고 각 개인은 2년마다 교대로 농촌과 도시에서 사는 것이다. 한 농가의 인원은 남녀를 합해서 40 명 이상이며, 30 호의 농가를 한 단위로 하여 한 부족을 이루고 이것을 '필라르크'(phylarch)라는 우두머리가 다스린다.
2. 도시와 아모로툼
시가는 교통과 방풍에 알맞도록 잘 짜여 있다. 또한 집들은 모두 길을 향한 문을 가지고 있고, 뜰에 이르는 뒷문을 가지고 있다. 그 문들은 쉽게 열리고 스스로 닫히는 문들이라서 누구나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다. 즉, 아무것도 사유 재산이란 없다. 이 곳 사람들은 10년마다 집단적으로 집을 서로 바꾼다. 유토피아에는 54개의 도시들이 있으며 '아모로툼'(Amaurotum)은 유토피아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수도로서 구조, 모습, 문화 등 다른 모든 도시들과 같지만, 이곳에서 의회가 열린다는 것이 이 도시의 특징이다.
3. 공무원 제도
시민들은 30가구를 한 단위로 하여 한 사람의 공무원을 뽑는데, 그들을 '필라르크'라고 부른다. 열 명의 필라르크와 그 필라르크들이 대표하는 가구에 대해 '프로토필라르크'(protophylarch)라 불리는 공무원이 있다. 필라르크는 모두 200 명인데, 이들 모두는 비밀 투표로 뽑는다. 공통의 이해가 걸린 문제를 프로토필라르크 회의나 필라르크 총회 이외의 장소에서 토의하면 사형에 해당하는 벌을 받는다.
4. 생업
주민의 기본적 생업은 농업인데, 성별에 관계없이 시민이면 누구나 농업에 종사하게 되어 있다. 각 개인은 그 외에 모직ㆍ면직 기술이나 석공ㆍ철공ㆍ목공 등의 일을 한 가지씩 배우게 되어 있다. 아이들은 대개 부모의 직업을 이어서 배우게 되며 타 직업을 원할 경우는 그 직업을 가진 집에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이들은 하루에 6시간만 일을 하며 여가시간은 주로 교육을 받는데 사용한다. 유토피아에는 귀족이나 성직자, 부랑자처럼 일하지 않고 삶을 영위하는 자들이 없기 때문에 이 정도의 노동시간으로도 충분히 풍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유토피아 인들은 공동으로 생산한 물품들을 동등하게 분배하여 사용한다. 그들은 똑같이 생긴 옷을 직접 만들어서 입기 때문에 의류로 인한 사치는 하지 않는다. 유토피아에 사는 사람들 중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노동을 면제받은 사람은, 학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 등 전체 인구의 0.5 % 이하이다.
5. 사회관계
도시는 가정을 기초로 이루어지며, 인구의 과소 현상이나 과잉 현상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하여 어떤 가정도 성인의 수가 열 명 이상 열여섯 명 이하가 넘지 않도록 규제한다. 또한, 한 가정에 초과 인원이 생기면 이것을 수가 적은 다른 가정으로 옮기며, 도시 전체의 가정을 합쳐 규정된 한도를 넘게 되면, 그 남은 만큼의 성인 인구를 인구가 적은 다른 도시에 보내서 그 곳의 수를 채우게 한다.
6. 여행
여행은 필라르크와 프로토필라르크에게 허가를 받아야만 할 수 있다. 여행은 단체로 떠나는데, 이 때 시장이 서명한 여행 허가 증명서를 가지고 가며 거기에는 돌아올 날짜가 적혀 있다. 만약 여행증명서를 소지 하지 않고 도시를 벗어날 경우 도망자로 간주되어 심한 형벌을 받게 된다. 자신의 도시 내에서는 이동이 자유로우나 그들은 어디를 가건 항상 일을 해야 한다.
그들은 잉여물품을 수출하며, 엄청난 양의 금과 은을 축척 해두고 있다. 금과 은은 오직 전쟁 같은 긴급 사태 시에 용병을 사는 용도 등으로 사용되며, 평상시에는 변기나 노예의 족쇄 등 경멸스러운 용도로만 사용된다. 한편, 유토피아의 주민들은 옷이나 보석, 돈에 대한 욕망이 없고 남녀 관계에서는 엄격한 도덕을 지키고 건강과 자연 감상 및 학문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7. 노예 제도
유토피아에서 노예란, 전쟁 포로라 하더라도 유토피아 사람들이 직접 싸우다가 잡은 포로도 아니고 세습적인 노예도 아니며 외국의 노예 시장에서 사들인 자들도 아니다. 여기서 노예는 자기 나라의 죄수들이거나 아니면 외국의 사형수들이다. 이 중 전자가 더 나쁜 대우를 받는데, 왜냐 하면 도덕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훌륭한 교육을 받고서도 죄를 범한다는 것은 다른 경우보다 더 나쁜 것이기 때문이다. 간음죄는 가장 가혹한 노예의 형벌을 받게 된다.
한편, 남녀 관계는 엄격하게 통제되어 부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혼할 수 없으며 평생을 해로해야만 한다.
유토피아에서는 불치병의 환자들에게 안락사를 권하며, 그러한 충고를 받아들인 사람들의 죽음을 존경한다. 그러나 자살한 자는 경멸하며 그 시체를 아무 의식도 없이 연못 속에 던져 버린다.
8. 군사
유토피아 인들은 전쟁을 몹시 싫어하지만 방어를 위해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받는다. 전쟁을 하게 될 경우 유토피아 인들은 돈으로 적을 매수하거나, 용병 특히 자폴레트인들을 고용하여서 전쟁터로 내보내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유토피아 인 자신들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지극히 꺼리나 전쟁에 투입될 경우 목숨을 걸고 싸우며 가족이 죽고 자신만 살아 돌아오는 것을 최대의 치욕으로 여긴다. 유토피아 인들이 전쟁을 수행하는 유일한 때는 미리부터 충분히 상의해 왔고, 또한 전쟁의 원인이 정당하며, 보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해서 전쟁 수단밖에 남지 않은 경우에 한한다. 그렇게 평화적인 방법이 불가능할 때에는, 앞으로는 겁이 나서 같은 짓을 다시 하지 못하도록 엄중히 처벌한다. 전쟁을 수행하면서 그들은 칭송이나 명예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9. 유토피아의 종교
유토피아에는 여러 가지 종교가 있는데, 이것은 이 나라 전체에서나 각 도시에서나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들은 태양이나 달을 신으로 모시고, 또 어떤 사람들은 여러 유성(遊星)을 섬기기도 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물질이 아닌 권능으로서의 어떤 유일한 존재를 믿으며 이 존재를 그들은 '아버지'라고 부른다. 유토피아 인들은 설령 누가 그리스도교를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 물론 개종의 자유도 있다. 종교에 있어서는, 인간의 영혼은 불멸하며, 신의 은총에 의해서 선천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 인간은 내세에서도 선행에 대한 보상이 있고, 악행에 대해서는 형벌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토머스 모어는 2권을 마치며 유토피아야말로 가장 훌륭한 복지국가라 말한다. 유토피아에서는 금전 사용폐지와 동시에 금전에 대한 모든 욕망이 사라졌고, 그와 함께 수많은 사회 문제와 범죄 문제가 해결되었다. 토머스 모어는 라파엘이 말한 모든 것에 동의할 수는 없으나 유토피아의 사회제도 중 많은 부분이 유럽 국가에 채택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6. 인상 깊은 구절
▶ 사유 재산의 폐지를 주장하는 라파엘
"그래서 사유 재산권이 추방되지 않는 한 평등하고 공평한 분배는 이루 어지기 어렵고 우리들 사이에 완전한 행복도 확립되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유 재산권이 존속하는 한 대다수 인간의 등에는 가난과 고난이라는 피할 길 없는 무거운 짐이 언제까지나 남아 있겠지요."
▶ 적극적인 현실참여를 주장하는 모어에게 라파엘이
"당신이 말하는 ‘간접적인 접근방법’으로는 무언가를 개선할 가망이 없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플라톤이 다음과 같은 아주 적절한 비유로, 현명한 사람들이 나랏일을 멀리 하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단언하는 이유입니다. 즉, 현명한 사람들은 사람들이 거리에 몰려나와 비에 흠뻑 젖어 있는 것을 보고도 그들이 비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가게 설득할 수가 없을 때에는, 자기들 자신이 밖으로 나가봐도 그들과 함께 비에 젖을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집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을 짓을 고칠 수 없을 바에야 자기들만이라도 비에 젖지 않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거지요"
▶ 라파엘에게 유토피아에 관하여 들은 후 모어의 생각
라파엘이 이야기를 끝냈을 때, 나는 그가 유토피아인들 사이에서 현존한다고 이야기한 꽤 많은 법률과 관습들이 썩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이런 것 중에는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방식, 그들의 종교 의식, 그리고 그 밖의 다른 관습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주로 반대한 것은 그들의 전 체제, 즉 그들의 공동체 생활과 돈이 없는 경제 체제였다. 이 한 가지 점만으로도 고귀함, 장엄함, 빛남 그리고 존엄 등, 나라의 참다운 자랑이며 영광인 이 모든 것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여하튼, (그가 굉장히 학식이 넓고, 또 인간사에 관해서 엄청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나는 그가 말한 것에 대해서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토피아 공화국에는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을지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있으면 하고 바라는 것들이 아주 많다는 것은 분명히 밝혀둔다.
자료정리:이민아 catchon21@hanmail.net
출처: SPR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