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요약 및 서평 독후감2010. 4. 29. 00:07
一. 공자에서 순자까지
춘추 시대에 공자는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어짊(仁)과 덕(德)을 바탕으로 한 사상의 체계를 세워 유교를 창설하고 가르침을 세상에 폈다. 이러한 공자의 사상은 맹자와 순자에 의해 더욱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어 다른 학파들을 압도하고 오랫동안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본디 공자의 가르침에는 어짊과 의로움 또는 충성과 믿음 같은 덕을 숭상하는 내면적인 정신주의와 실행과 예의를 존중하는 외면적인 형식주의라는 두 가지 면이 있었다. 정신주의적인 면은 증자를 거쳐 맹자에게서 발전하였는데 비해, 형식주의적인 면은 자유·자하를 거쳐 순자에게로 계승되었다. 맹자가 주관적이고 이상적이었다면, 순자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순자는 틀림없이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은 유가인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유학자들 자체에서 이단자로 취급되어 왔다. 그것은 순자가 인간 도덕의 바탕으로 받들어져 온 하늘의 권위를 부정하면서 인간과의 분계선을 그었고, 사람의 본성은 본래 악하다고 주장하면서, 예의와 함께 형벌의 올바른 사용을 강조해 법가에 가까운 견해를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문하에서 한비자와 이사 같은 법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배출되기도 하였다.
순자는 서로 해치고 죽이는 그 당시의 어지러운 정치와 그 밑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의 비참한 생활을 통감한 나머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성악설을 비롯해 예의와 형벌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혼란 속에서는 어짊과 의로움 같은 덕이 발붙일 곳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실에 민감한 순자로서는 불가피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순자는 공자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에 적응하려 하였다
전반적으로 정통 유가사상과 비교하며 순자의 사상과 맹자의 사상이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드러내는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순자가 무엇을 중시여기며 자신의 사상을 펼쳤는지를 정리하기 위해 애썼다. 책의 분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필요한 내용을 뽑아내어 정리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앞서 설명한 부분이 최대한 부각이 되도록 구성하였다. 이러한 나의 목적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순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二. 왕제
♣. 요약
(왕자로서의 정치를 하기 위한 제도를 여러 가지 방면에 걸쳐 논한 내용이다. 곧 임금으로서 백성을 다스리는 법, 왜 백성을 사랑해야 하는가, 왕자로서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상적인 정치란 무엇인가 등을 논하고 있다.)
여기서는 정치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하고 있다.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을 등용하고, 형벌을 올바로 쓰며, 예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임금이나 사대부들의 자손이라 하더라도 예의에 합당하지 못하면 곧 서민으로 돌리고, 비록 서민의 자손이라 하더라도 학문을 쌓고 행실을 바르게 하여 예의에 합치된다면 곧 그들을 경상(卿相)이나 사대부로 삼는다.” 즉 신분에 관계없이 그 사람의 학문과 행실, 예절에 의하여 지위가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간사한 말을 하고 간사한 능력을 지닌 백성들은 그들을 가르쳐 착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격려할 때는 상을 주고 그들을 징계할 때는 형벌을 가하라고 말한다.
이렇게 상과 벌의 사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법가 사상이 그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증명하는 근거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점이 맹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덕치를 바탕으로 한 백성들 위주의 정치를 주장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되며, 순자가 정통 유가로부터 제외당하는 요인이 된다.
순자는 임금의 종류를 왕자, 패자, 강자로 나누고 있다.
왕자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 올바른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다. 항상 예의에 맞게 행동하고, 정치는 근거가 있고,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처리하지 않으며, 언제나 그때그때의 사정에 알맞게 적절히 일을 처리한다. 왕자의 도는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는 유가의 민본주의 사상을 중심에 두고 민심을 얻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패자는 자기를 지지하는 자들을 늘려 남을 제패하려는 사람이다. 또한 자기 나라의 경제를 윤택하게 하고, 훌륭한 인재를 쓰고 상벌을 엄격히 하여 자기 나라의 정치를 올바로 이끈 다음, 망해 가는 나라나 약한 나라를 도와주고 포악한 나라를 견제하는 사람이다.
패자의 요건은 남보다 강한 군사력과 뛰어난 경제력과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있다고 순자는 말한다. 이와 같이 패자의 도는 어지러운 전국 시대에 나라를 다스리는 현실적인 방법인 것이다.
강자는 남의 나라 땅을 빼앗으려는 사람이다. 전쟁을 좋아해서 남의 나라 백성을 다치게 하고 동시에 자기 나라 백성들도 다치게 하다. 전쟁을 통해 영토를 늘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민심을 잃게 되어 결국 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순자의 독특한 위치를 발견할 수 있다. 공자는 왕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지만 패자나 그 아래 임금에 대해서는 언급한 것이 별로 없다. 맹자는 왕자와 패자를 엄연히 구분하고 있다. 그는 왕도 정치를 행하는 왕자에 대해서는 존경을 아끼지 않았지만 무력을 앞세우는 패자는 철저하게 배척하였다.
그런데 순자는 같은 유가이면서도 왕도정치의 이상을 내세우는 한편, 현실적인 위정자로서 패자까지도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즉 패도 정치는 왕도 정치를 행하기 어려운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적어도 차선책은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순자는 덕이란 하늘로부터 타고난 내재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부정하고, 외재적인 사회의 규범이나 예의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여기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밖으로부터 남을 규제하려는 패도 정치가 쉽사리 받아들여진 것이다. 후세 학자들이 유가 이외의 법가를 비롯한 이단의 학설적인 근원을 순자에게 두는 것도 이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三. 천론
♣. 요약
( 이 편에서는 하늘에 대한 순자의 독특한 견해를 논하고 있다. 하늘은 지각도 의지도 없이 다만 영원 불변한 원리에 의해 운행되고 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하늘은 사람에게 화나 복을 내려 줄 수 없으며, 그것은 모두 사람 자신이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순자는 하늘과 사람의 분수를 완전히 분리하고 사람은 하늘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곧 사람은 예의 법도를 만들어 하늘을 제어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늘은 아무런 의지가 없이 일정한 원리를 따라 운행되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하늘이 사람의 운명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이 자기의 운명을 결정한다. 빈부나 길흉 또는 사람들의 건강까지도 모두 사람들 자신이 어떤 상태로 만든 것이므로 사람들은 하늘을 오히려 잘 이용해야 한다. 순자는 하늘과 사람의 구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대어로 하늘은 자연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이 자연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바로 성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타고난 재질이나 부귀보다 그의 노력에 의해 후천적으로 얻어진 수양이나 덕행, 의지 등이 더 중요하다. 군자와 소인도 후천적이니 노력에 의해 구별된다고 순자는 말한다. 이는 예의와 교육으로 악한 본성을 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순자의 성악설과 통하는 사상이다.
공자와 맹자는 하늘이나 하늘의 명에 대해 독실한 믿음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하늘을 잘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나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순자는 하늘과 사람을 분리시켜 냉정히 전체를 관찰할 때 올바른 도를 파악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군자는 하늘의 뜻으로 이루어지는 되는 것이 아니라 예의와 덕을 실행하기 위한 후천적인 노력으로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군자는 자기에게 달려 있는 것에 힘을 쓰고 하늘에 달려 있는 것은 흠모하지 않는다. 소인은 자기에게 달려 있는 것은 버려두고 하늘에 달려 있는 것을 흠모한다.” 이는 순자가 가지고 있는 하늘에 대한 생각을 잘 말해주고 있다.
四. 예론
♣. 요약
(순자는 사회의 질서를 올바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신분에 알맞은 예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예가 바로 나라를 흥하게 하는 요건이며, 개인도 예를 통해 올바른 자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는 순자 사상의 중심을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는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사람은 나면서부터 욕망이 있는데, 그 욕망을 추구함에 일정한 기준과 한계가 없다면 곧 다투지 않을 수 없다. 다투게 되면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궁해지게 된다. 옛 임금들께서는 그 어지러움을 싫어하셨기 때문에 예의를 재정해 이를 해결하려고 하셨다. 예의를 통하여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 시켜 주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공급하게 하였다. 예란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견난 법도이다.
사람들의 욕구가 충족되면 이와 함께 사회적 신분의 분별이 요구된다. 어른과 어린이의 차별이 있고,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가볍고 무거움이 있게 된다. 이러한 신분의 분별을 균형 잡히도록 만드는 것도 예이다. 따라서 예는 윤리적인 질서, 경제적인 질서를 유지해 사회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에는 세 가지 근본이 있다. 하늘과 땅은 생명의 근본이고, 선조는 종족의 근본이고, 훌륭한 임금은 다스림의 근본이다. 이 세 가지 중에 어느 하나가 없어도 안락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예는 위로는 하늘을 섬기고 아래로는 땅을 섬기며 선조를 높이고 훌륭한 임금은 존중해야 한다. 이것이 예의 세 가지 근본이다.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서열을 통해 질서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인간의 구별이나 서열은 그 자신의 행동이 바탕이 된 것이므로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예는 사람의 감정을 넘어선 인위적인 수식성이 있는 반면, 사람들의 감정에 맞는 합리적인 면도 있다. 순자는 앞의 경우를 근본을 귀중히 여기는 것이라 하고 뒤의 경우를 실용에 가까이 하는 것이라고 구별한다. 그런데 훌륭한 예란 이와 같은 인위적인 수식성과 합리성이 모두 어울려 있어야만 된다고 하였다. 즉 어떤 예라도 예의 근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실용성과 거리가 멀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먹줄을 잘 치면 굽고 곧은 것을 속일 수 없고, 저울을 잘 달면 가볍고 무거운 것을 속일 수가 없고, 굽은 자와 둥근 자를 잘 대면 모나고 둥근 것을 속일 수가 없듯이 군자가 예를 잘 알면 거짓으로 속일 수가 없다. 먹줄이란 곧음의 표준이고 저울은 공평함의 표준이며 굽은 자와 둥근 자는 모꼴과 동그라미의 표준이듯이, 예란 올바른 세상의 규범인 것이다.
五. 성악설
♣. 요약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순자의 독특한 이론으로 , 같은 유가인 맹자의 성선설과 대조되어 유명하다. 순자의 정치사상이나 예의 존중 같은 학설이 모두 이 성악설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성악설 때문에 순자는 후세 유가들에 의해 유학의 정통에서 제외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쟁탈이 생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귀와 눈의 욕망이 있어 아름다운 소리와 빛깔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지나친 혼란이 생기고 예의와 아름다운 형식이 없어진다. 순자는 누구나 지니고 있는 자기중심의 욕망과 감정을 근거로 해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맹자가 사람이 본디부터 지니고 있는 동정심이나 사랑 등을 근거로 해 성선설을 주장한 것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성악 또는 성선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다스리는 방법을 논한다면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생긴다. 본성이 악한 사람은 교육과 법을 통해 예의와 충성·믿음 같은 덕을 가르치려 할 것이고, 본성이 선한 사람은 법이나 예의를 통해 규제보다는 사람의 훌륭한 본성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잘 발전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맹자의 성선설을 비판하는 글이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고 하였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선한 것은 이치에 바르고 다스림에 공평한 것이며 악하다고 하는 것은 음험하고 편벽되며 어지러이 이치를 어기는 것이다.
만약 진실로 사람의 본성을 따른다면 본디부터 이치에 바르고 다스림에 공평해질 것인데, 그렇다면 성인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예의는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옛날 성인은 사람들의 본성이 악해 음험하고 바르지 못하며, 어지러이 사리를 어기므로 그들을 위해 임금의 권세를 세워서 이들 위에 군림하고, 예의를 밝혀 이들을 교화하고, 올바른 법도를 만들어 이를 다스렸으며, 형벌을 무겁게 해 이들의 악한 행동을 금하였다. 즉 사람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성인은 예의 제도를 만들어 세상을 다스리게 되었다.
성인이 사람들을 교화하고 예의로써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것은 바로 사람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상 어떤 사람도 성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본디 사람은 성인이나 소인을 막론하고 모두 똑같은 본성을 지니고 태어났다. 본성은 다 같이 악하지만 사람에 따라 바르게 되려는 노력의 차이가 있으므로 어떤 사람은 성인이 되고 어떤 사람은 소인이 되는 것이다.
성인이란 오랜 기간 공부하고 노력한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본성이 악한 사람들 모두가 오랜 시일을 두고 공부하며 노력할 수 없기 때문에 될 수 있다고 해서 모두가 된다는 이론은 성립되지 않는다.
六. 가슴에 와 닿는 글귀
1. 내가 천하면서 귀해지려 하고, 어리석으면서 지혜롭게 되려 하고, 가난하면서도 부유해지려 한다면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것은 오직 학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배운 것을 행하면 선비(士)라 불리고, 그것에 힘쓰면 군자가 되고, 그것에 통달하면 성인이 된다. 위로는 성인이 되고 아래로는 선비와 군자가 되는데 누가 나를 막을 수 있겠는가? - “유효” 중에서
2. 하늘은 사람들이 추위를 싫어한다 하여 겨울을 없애지 않는다. 땅은 사람들이 먼 것을 싫어한다 하여 넓음을 없애지 않는다. 군자는 소인들이 시끄럽게 군다 하여 행실을 그르치지 않는다. 하늘에는 영원불변하는 도가 있고, 땅에는 영원불변하는 원리가 있고, 군자에게는 영원불변하는 몸가짐이 있다. - “천론” 중에서
3. 사람의 마음은 마치 쟁반의 물과 같은 것이다. 그것을 바르게 놓고 움직이지 않게 한다면, 지저분하고 탁한 것은 아래로 내려가고 맑고 밝은 것은 위에 있게 된다. 그러한 물에는 수염과 눈썹까지도 비추어 보고 잔주름까지 살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풍이라도 불어오면 지저분하고 탁한 것이 아래편에서 움직이고, 맑고 밝은 것이 위편에서 어지러워져, 큰 형체조차도 올바르게 비추어 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마음도 역시 그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원리에 따라 인도하고, 맑게 잘 걸러서 사물이 마음을 기울어뜨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 “해폐” 중에서
자료정리 : 양경민 toygm@hanmail.net
출처: SPR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