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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은이

1) 페르낭 브로델 (Fernand Braudel)
1902년에 프랑스의 로렌 지방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는 지리학을 전공하여 1923년에 학위를 받고 알제리, 프랑스, 브라질 등지에서 강의하였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5년 동안 감옥에 있었는데, 이때 그의 첫 번째 대작인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와 지중해 세계>를 구상하였다.

이 책은 1949년에 출판되었다. 한편 그는 마르크 블로크와 뤼시앙 페브르가 창립한 유명한 「아날」지의 편집위원이 되었는데 1956년에는 편집인이 되었다. 이 잡지는 오늘날까지도 세계 역사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로델은 고등연구원의 멤버였고 1962년부터는 인간과학 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하였으며, 1985년에 사망하였다.

2) 페르낭 브로델의 ‘아날학파’
Annales(아날)은 1929년 마르크 블로크와 뤼시앙 페브르가 창간된 잡지 ‘Annales d'histoire economique et sociale'에서 나온 말이다. 아날학파란 바로 이 잡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역사가들이 하나의 학파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마르크 블로크&뤼시앙 페브르를 1세대, 페르낭 브로델은 2세대, 조르주 뒤비 등 3 세대, 로제 샤르티에 4 세대로 대표 된다.

1세대의 활동 시기는 1929-1945년이다. 당시 프랑스에서 역사학보다 영향력을 가진 학문은 사회학과 지리학이었다. 1 세대들은 사회학과 지리학으로부터 방법론을 빌려 역사를 쓰겠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태도다. 즉 정치적 사건, 표면에 보이는 것이 아닌 저변에 깔린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역사적인 탐구의 핵심으로 삼는다. 따라서 기존의 정치사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벗어나 사회의 역사를 쓰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페르낭 브로델에서 더욱 확고해 진다.

아날학파의 출발점은 ‘반정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정치사를 중심으로 쓰이던 당시의 역사를 반대하고 ‘전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날학파는 역사에서 새로운 역사를 주창하며 영역과 방법에서의 참신함과 독특함으로 역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계론적으로 파악되던 사회적 현실들을 이들은 유기체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물질문명사와 사회문화사가 이들의 주된 논의 영역이었다. 아날학파는 역사에서의 객관성이라는 이상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역사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연구자의 주관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옮긴이

주경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서양사학과에서 역사학 석사학위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대학 옌칭 연구소 초빙 연구원을 거쳐, 2005년 현재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책으로 <테이레시아스의 역사>, <네덜란드 - 튤립의 땅, 모든 자유가 당당한 나라>,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문화로 읽는 세계사>, <언어사중주>(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역사와 영화>, <유럽의 음식문화>, <제국의 몰락>,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1990> 등이 있다.


3. 목차

1. 일상생활의 구조
    
제1장 수(數)의 무게
1)세계의 인구: 만들어낸 수들
2)참조를 위한 척도
3)18세기에 마무리된 생물학적 앙시앵 레짐
4)다수 대 소수

제2장 일상의 양식: 빵
1)밀쌀옥수수
2)18세기 식량혁명
3)세계의 다른 지역

제3장 사치품과 일상용품: 음식과 음료
1)식탁: 사치스러운 음식과 대중적 음식
2)음료수와 "흥분제"

제4장 사치와 일상용품: 주택, 의복, 그리고 유행
1)전 세계의 주택들
2)실내
3)의상과 유행

제5장 기술의 전파: 에너지원과 야금술
1)핵심적인 문제: 에너지원
2)철: 가난한 친척

제6장 기술의 보급: 혁명과 지체
1)세 가지 커다란 기술혁신
2)수송의 완만함
3)기술사의 무게

제7장 화폐
1)경제와 불완전한 화폐들
2)유럽 이외의 지역: 유치한 단계에 있는 경제와 금속화폐
3)화폐와 관한 약간의 규칙들
4)지폐와 크레딧

제8장 도시
1)두시 그 자체
2)서유럽 도시의 독창성
3)대도시들

Ⅱ. 교환의 세계

제1장 교환의 도구
  1)유럽 : 최저 수준에서의 교환기구
  2)유럽 : 최고 수준에서의 교환기구
  3)유럽 이외의 세계
  4)잠정적인 결론

제2장 시장과 경제
  1)상인과 상업순환
  2)상업의 부가가치 : 수요와 공급
  3)시장과 지리
  4)국민경제와 무역수지
  5)시장의 자리매김

제3장 생산 : 자기 영역을 벗어난 자본주의
  1)자본, 자본가, 자본주의
  2)토지와 돈
  3)자본주의의 전(前)산업
  4)수송과 자본주의적인 기업
  5)다소 부정적인 결론

제4장 자기 영역에서의 자본주의
  1)상업화된 사회의 최상층에서
  2)자본주의의 선택과 전략
  3)상사(商社)와 회사(會社)
  4)삼분할 체제 재론

제5장 사회 혹은 “전체집합”
  1)사회의 여러 계서제들
  2)간섭적인 국가
  3)문명은 늘 거부하는 것만은 아니다
  4)유럽 바깥에서의 자본주의

Ⅲ. 세계의 시간
    
제1장 공간과 시간의 분할 : 유럽
        1) 공간과 경제 : 세계 - 경제
        2) 세계 - 경제 : 다른 여러 질서들 중의 하나
        3) 시간의 분할과 세계- 경제
    
제2장 도시가 지배하는 유럽의 구경제 : 베나치아 이전과 이후
        1) 유럽최초의 세계 -경제
        2) 베네치아의 뒤늦은 우위
        3) 포르투칼의 기대치 않은 성공: 베네치아로부터 안트워프로
        4) 제노바의 세기 : 그 정확한 규모와 중요성의 복구를 위하여
    
제3장 도시가 지배하는 유럽의 구경제: 암스테르담
        1) 네달란드의 국내경제
        2) 유럽을 지배하면 세계를 지배한다.
        3) 아사아에서의 성공, 아메리카에서의 실패
        4) 패권과 자본주의
        5) 암스테르담의 쇠퇴
    
제4장 전국시장
        1) 기초단위, 상층단위
        2) 세어보기와 재보기
        3) 프랑스 거대한 희생자  
        4) 영국의 상업적 우위
    
제5장 세계와 유럽
        1) 아메리카 : 최대의 경품
        2) 블랙 아프리카 : 외부로부터 지배당한 것만은 아니다
        3) 러시아 : 하나의 독립된 세계 - 경제
        4) 터키 제국
        5) 극동 : 가장 범위가 큰 세계 - 경제
    
제6장 산업혁명과 성장
        1) 유용한 비교
        2) 영국의 산업혁명 : 분야별 분석
        3) 산업혁명을 넘어서

4. 책 소개

  이 책은 제1권 일상생활의 구조, 제2권 교환의 세계, 제3권 세계의 시간 등 전체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분에 의한 저술이 가능하게 된 토대는 역사를 바라보는 그의 새로운 시각이었다. 그에게 역사는 장구한 세월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 지리적 시간, 그 위에서 완만하게 전개되는 사회적 시간, 마지막으로 숨 가쁘게 전개되는 정치적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러한 세 가지 시간의 단층을 모두 측량해야 올바른 역사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는 이 중에서도 장기적이고 변함이 없는 시간을 중시했다. 이 책의 핵심적인 부분이 실려 있는 제1권이 일상생활의 다양한 모습을 면밀히 고찰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일상생활을 시간 및 공간 속에 끼어들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사실이라고 정의하고 그러한 사소한 일상생활을 분석하기 위해 먹고(食), 입고(衣), 자는(住) 양식들의 다양한 특성들을 심층적으로 탐색한다. 이는 별로 눈에 띄지도 않지만 도처에 편재하고 침투하며 반복되면서 문명의 성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제2권은 주로 경제를 다루고 있다. 브로델은 물물 교환에서부터 최상층의 자본주의에까지 관통하는 교환의 기능을 분석한다. 특히 그는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물질문명과 상부 사회를 형성하는 경제 문명, 즉 자본주의 경제를 구분하여 서술한다.

제3권은 세계 경제에 대하여 경제적으로 자율적이고, 본질적으로는 자족적이며, 지역 내적인 연결 및 교환에 의해 유기적인 통일성을 갖고 있는 구조로 파악한다.

또한 세계 경제에는 노예제에서부터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개의 생산 양식이 공존하고 있으며, 중심부, 준 주변부, 주변부라는 불평등한 권역으로 구분되어 있고 이러한 불평등 구조는 결코 치유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브로델은 인간 생활의 전체를 제한하고 포괄하는 다소 넓은 경계를 긋고 싶어 한다. 그것은 그가 서문에서 밝힌 바대로 해당 시기의 물질적 한계를 의미하는 가능과 불가능의 구분,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상승과 하강의 장기적 순환으로 인식하고, 일상생활의 모습 속에 전체적인 역사적 통일성과 관련성을 파악하려고 하는 그의 노력 속에 녹아 있다. 


5. 내용 요약


Ⅰ. 일상생활의 구조

■ 제1장 수(數)의 무게
인구의 수는 우리에게 훌륭한 지표가 된다. 15세기부터 18기까지 인구는 늘기도, 줄기도 했다. 페르낭 브로델은 인구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기근과 질병을 들었다. 기근은 모든 질병의 원인이었다. 14세기에 발병한 페스트는 유럽인구의 절반을 감소시켰고, 14세기부터 18세기 까지 인간은 기근과 질병에 대한 투쟁을 계속하고 반복하면서 인구는 증감을 한다.
인구수는 세계를 분할하고 조직하며, 각각의 인류 집단에 특정한 비중을 부여하는가 하면, 문화 및 능률의 수존, 성장의 생물학적 그리고 경제적 리듬, 나아가서 그 병리학적 운명을 거의 고정시켜 버리며 인구집단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 제2장 일상의 양식: 빵
페르낭은 2장을 통하여 15세기부터 18세기의 주요 식량, 즉 모든 산업 중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인 농업에 의해서 획득되는 식량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밀, 쌀, 옥수수이다. 오늘날에도 이 세 가지가 세계의 경작지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들은 인간의 물질생활과 정신생활을 조직하여 결국 문명의 작물이라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이 작물들은 역사, 농민과 나아가서 일반사람들의 생활 위에 이 작물들이 행사하는 “문명의 결정주의”, 이것이 2장의 핵심주제이다.

■ 제3장 사치품과 일상용품: 음식과 음료
밀, 쌀, 옥수수 같은 사람들의 기본 양식은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이다. 그러나 육류와 같은 덜 일반적인 음식은 다르다. 왜냐하면 한 영역 안에서 일상적인 것과 사치가 함께 존재하고 또 대립하기 때문이다.
사치는 시대, 나라, 문명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설탕은 16세기 이전에 사치품이었으나 17세기 말 이전에는 후추가 그러했다. 음료수는 단지 음식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약, 즉 도피의 기능을 했다. 우리가 관심을 두는 세기들 동안 알콜 중독은 끊임없이 확산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이국적인 흥분제인 차, 커피, 음식도 음료수로도 분류하기 힘든 “마약”인 여러 형태의 담배가 더해진다.

■ 제4장. 사치와 일상용품: 주택, 의복, 그리고 유행
주거는 두 가지로 분류 할 수 있다. 바로 시골집과 도시집이다. 시골집이 대다수이다. 주거의 의미에서 집은 보호처이며 사람과 가축의 기초적인 필요를 위한 것이다. 의복은 원료, 제조과정, 원가, 문화의 고착성, 유행, 사회계층 등의 모든 문제와 관련이 되어 있다. 항상 변화하는 의복은 사실 끈질기게 사회적 대립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치 금지법은 정부의 조심성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신흥 졸부들이 자신들을 모방하는 것을 보고 사회 상층이 분노를 일으킨 결과이기도 하다.

유행은 의상에만 국한되어 생각되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의상만 유행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교, 인기 있는 말, 식탁예절법등 일상생활의 여러 면에도 유행이 존재한다.

■ 제7장. 화폐
화폐는 모든 경제적, 사회적 관계 속에 얽혀 있다. 그러므로 화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표”가 된다. 어떻게 화폐가 통용되는지 화폐의 유통이 어떻게 복잡한 방식을 취하는지, 또 화폐가 어떻게 모자라게 되는지를 살펴보면 인간의 전체 활동에 대해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화폐는 그 자체만으로도 복잡한 존재이다. 화폐는 그 자체로서보다는 그것이 가져온 것 때문에 새로운 것이다. 화폐가 가져온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가장 기본적인 필수품들의 가격마저 급격하게 변화시켜버리는 것, 인간이 서로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자기 자신도, 관례도, 인간의 오래된 가치도 무시하게 되는, 이해할 수 없는 관계가 그것이다. 인간의 노동은 상품이 되고 인간 자신이 사물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화폐는 다른 기술의 발전과는 달리 물질문명의 곁가지를 움직인 것이 아니라 그 근본을 흔들었다.

■ 제8장. 도시
도시는 교환을 가속화 시켜주고 사람들의 삶을 끊임없이 섞는다. 도시는 전환점이며, 단절이며, 세계의 운명이다. 도시가 등장하고 문자기록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도시는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것에 문을 열었다. 11세기에 유럽에서 도시가 부활했을 때 작은 대륙 유럽의 흥기가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에서 도시가 꽃피었을 때 그것은 곧 르네상스 기였다. 모든 위대한 성장의 시기는 도시의 팽창으로 표현된다.


Ⅱ. 교환의 세계

■ 제1장 교환의 도구
경제를 이루는 생산과 소비라는 두 영역사이에 교환의 세계인 ‘시장경제’가 끼어들어간다. 시장경제는 불완전하고 불연속적이지만, 이 책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시대에는 이미 사람을 구속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아가서 확실히 혁명적이었다.

시장경제는 늘 균형을 고집하고 어쩌다가 그 균형에서 벗어나더라도 곧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하나의 총체를 이루고 있으면서 동시에 변화와 혁신의 영역이다. 사실 시장의 역할이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무리 초보적인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그곳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이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는 선택된 곳이다.

만일 이러한 것들이 없다면 통상적인 의미의 경제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고 단지 자급자족, 혹은 비(非)경제 속에 ‘갇힌’생활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시장은 해방이며, 개방이며, 또 다른 세계로의 접근이다.

유럽에서는 15세기 이전에 이미 구식 형태의 교환이 자취를 감추었다. 12세기 이후 이미 근대적인 시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으며, 초보적이나마 하나의 체계를 이루며 도시와 도시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했다.

초보적 시장은 투박한 단순성 때문에 수세기 동나 살아남을 수 있었다. 도시와 시골을 연결하는 도시 시장은 모든 교환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수요에 발맞추어 크게 융성하면서 도시생활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다. 도시와 함께 시장은 점차 커지다가 그 공간의 협소함에 의해 폭발하게 되는데 이런 발달은 급속히 주변 지역으로 활성화 되어간다.

무질서한 시장들이 주변으로 몰려나오면서 생선 시장, 채소 시장과 같은 전문화된 시장이 형성됐다. 16세기 경제팽창이후, 새로운 시장들이 만들어지거나, 이전 것들이 부활하여 많은 시장이 생겨났다. 동시에 전국적 차원에서 시장들 사이의 교역에 관한 분업이 이루어졌으며, 18세기에는 시장의 전문화가 더 가속화되게 된다. 교역의 증가는 새로운 유통 경로를 사용하도록 장려하게 되었으며 대상인부터 행상인과 같은 사람들까지 융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시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이었다. 노동시장은 산업화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미 13,14세기에 개인의 노동력을 시장에 내다파는 최초의 노동시장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후 임금노동자의 수는 갈수록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임금 노동으로의 전환은 일정한 사회적 타락을 동반했으며 대산업 전제조건이 성숙되기 전에도 이미 노동자들에게는 민감함과 사회의식을 싹트게 하는 요인이 된다.

시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 상점이 있다. 서비스업이 발달하며 각종 전문직종의 가게가 등장하였고, 원거리 교역에 전문화된 상인, 가난한 상인 등 다양한 계층이 등장하게 된다. 이 안에서 역시 대 길드, 소 길드 등으로 구분 짓는 현상과 함께 계서화(階序化)현상이 두드러지게 된다.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던 행상인들은 줄어드는 반면, 점차 자신의 가게를 소유한 전문 상인과 중개상인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상점이 크게 발달하게 된 주요 원인은 바로 크레딧이다. 빵, 술, 푸줏간에서조차 그레딧의 개념이 통용되고 소규모 자본가들은 불안정하지만 크레딧을 창출하며 생활을 영위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곳에서는 여전히 행상인들이 우세했는데, 이는 어디든 상품 배분에 문제가 생기거나 교환에 빈틈이 생기는 곳에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시장이 적응력 있게 꿰뚫고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시장, 상점, 행상의 위에 강력한 교환의 상층구조가 존재했는데 그것은 탁월한 수단을 가진 인물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것은 중요한 교환기구와 대규모 경제의 층위이고, 따라서 필연적으로 자본주의의 층위이다. 자본주의란 대규모 경제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날에 원거리 교역을 하는 데 핵심적인 기구는 정기시(foire)와 거래소였다. 18세기에 대교역에 관한 도구가 늘어나고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정기시와 거래소는 상업 활동의 중심에 있었다.

■ 제2장 시장과 경제
상인의 관점과 활동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하다. 우리는 그들의 서류를 가지고 있다. 마치 우리가 그 서류의 주인인 것처럼 그가 주고받은 편지를 읽고, 그의 장부를 조사하며, 그의 사업의 진행을 추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서 보다 더 큰 관심을 기울이려고 하는 것은 상인의 활동을 포괄하고 있는 규칙들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상인은 그 규칙들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고, 바로 그 때문에 오히려 일상적으로는 그 규칙들에 대해서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 만큼 우리는 이 문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환이란 상호적인 것이므로, 베네치아에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여정이 있다면 아무리 복잡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해도 결국 다시 되돌아가는 여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교환은 자체의 원을 이룬다.

그것이 상업순환(circuit)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모델을 더 복잡하게 구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상업 과정에 반드시 왕복 여행이라는 두 개의 가지만 있을 필요는 없다. 17-18세기에 대서양을 횡단하며 이루어지던 소위 삼각 무역이 고전적인 예이다.

상업순환을 완수하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며, 상품 대 상품, 나아가서 상품 대 금속화폐와의 교환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 때문에 환어음을 쓸 수밖에 없고 또 실제로 그것이 정규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원래 환어음은 결제수단이었으나, 교회가 화폐 이자를 금지하는 기독교권에서는 가장 널리 쓰이는 신용수단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해서 결제와 신용이 긴밀히 연결되었다. 그 안전성은 파트너의 신용도와 동시에 효과적인 연결 가능성에 달려있었다.

상업망과 유통은 하나의 체제를 이룬다. 그것은 마치 레일, 전기 케이블, 차량, 역무원 등이 합쳐서 철도 체계를 구성하는 것과 같다. 이 모든 것은 운동을 위해서 존재한다. 그러나 그 운동 자체가 문제로 제기될 수도 있다. 상품이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가격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이것을 상업의 부가가치(plus-value marchande)라고 부르겠다. 이것은 거의 예외 없는 규칙이다.

교환을 자극하는 주요인은 물론 수요와 공급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잘 알려진 요인이지만 사실 그것을 정의하고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요 없이는 공급이 없고 공급이 없으면 수요도 없다. 모든 수요와 공급은 각각 상응하는 대상물을 가지고 있다.

예견할 수 있는 수요와 관련해서만 공급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이 문제 역시 경제적 관점 뿐 아니라 권력의 관점에서도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착취나 불평등한 교역의 뒤에는 잠정적 지배관계가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수요와 공급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세계의 일반적인 지도는 균등 교환과 불균등 교환, 교역의 균형과 불균형, 지배와 예속 같은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도상에서 우선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전반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무역수지라는 것이 그 문제에 접근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든가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수치 자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아직 초보적이고 불완전한 것이다.

시장이라는 말은 아주 넓은 의미로 쓰인다. 자급자족 정도만 벗어나면 되는 모든 형태의 교환에 대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보았던 바대로 초보적인 것이든 수준 높은 것이든 모든 교환기구에 대해서, 상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대해서 또는 어느 한 상품에 대해서 쓰이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시장이라는 말은 교환, 유통, 분배 등과 상통하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시장이라는 말은 흔히 상당히 규모가 큰 교환 형태, 소위 시장경제, 다시 말해서 하나의 체제를 가리키기도 한다. 시장이라는 복합체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경제생활, 나아가서 사회생활이라는 전체 속에 옮겨놓고 보아야만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 이 복합체 자체가 끊임없이 진보하고 변화하며, 따라서 어느 한 순간에라도 같은 의미, 같은 범위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경제학자들은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곳으로 내생적인 현상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시장과 무관하게 넓게 남겨져 있던 영역을 서서히 시장에 포섭시키는 힘의 원동력을 외부적인 힘에서 찾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며 결국 산업혁명에 와서 시장 메커니즘이 일반화되게 된다. 거듭 장기적인 구조,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콩종크뛰르의 파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 거대한 탐구는 현재와 고대의 시간은 물론, 역사학, 선사학, 인류학의 현지 연구, 역사사회학, 원시 경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의 개념이 함께 만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실 ‘경제적이며 사회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세기 동안 존재했던 다양한 교환은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다양성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

거대한 최하층으로 경제생활의 토양이었던 비경제는 늘 지속되며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사이에 존재했다. 그 위의 시장의 영역은 수평적으로 다양한 시장과 연결을 늘려나갔으며, 바로 그 위에 반시장의 영역인 자본주의의 영역이 있다. 이곳은 가장 약삭빠르고 가장 강력한 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는 산업혁명 이전이나 이후나, 예전이나 오늘날이나 마찬가지이다.

■ 제3장 생산: 자기영역을 벗어난 자본주의
자본(capital; '머리‘를 뜻하는 후기 라틴 어 카푸트[caput]에서 유래)이라는 말은 12-13세기경에 등장했는데 그 뜻은 자금, 상품 스톡, 많은 금액의 돈, 혹은 이자를 가져오는 돈이었다. 점차 이 단어는 어느 회사나 상인의 화폐(argent) 자본을 뜻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그 말은 엄격하게 정의되지는 않았다. 무수히 많은 단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이라는 단어가 점차 다른 단어들을 압도하게 되면서 최종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화폐가치라는 개념에서 생산적인 화폐, 노동가치 등의 뜻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자본가(capitaliste)라는 말은 아마도 17세기 중반에 나온 것 같다. ‘화폐로 된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18세기 후반에 자본가라는 단어의 뜻 중 일부분에 불과했다. 이후 점점 더 돈을 다루는 사람, 자금을 빌려주는 사람과 같은 뜻이 되어갔다. 파리에서의 매점매석에 관한 일로 자본가는 이미 나쁜 평판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자본가라는 말은 대체로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사용하여 더욱 많은 돈을 벌려는 사람을 가리켰다.

자본주의(capitalisme)라는 말이 자본, 자본가보다도 가장 흥미진진하면서 비사실적인 말이다. 프루동은 ‘토지는 아직도 자본주의의 성채이다.’라고 말하고 이렇게 정의 했다. ‘자본이 소득의 근원이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자본을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들이 그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회적, 경제적인 체제’ 이 단어는 20세기 초에 가서야 힘을 얻고 나오게 되는데 그것은 사회주의에 대한 반대어로서 정치 논쟁의 와중에서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이 말은 정치적인 단어였다. 20세기 초부터 여러 뜻을 담게 되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난처함을 가져다주었고 불행히도 이 말은 너무 많은 뜻과 정의가 섞여버린 잡탕이 되었다. 하지만 이 말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이에 대해서 가장 엄격한 비판을 가한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그 어느 누구도 이 말을 대체할 더 좋은 말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라고 정의 되는 것은 나중에 발전해 나올 새로운 자본주의적인 형태와 비교해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인 총체와 비교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거대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비자본주의(non-capitalisme)와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을 만족시켜야 했다. 첫째, 영주제의 변형 내지는 철폐이다. 둘째, 농민의 자유의 철폐, 임금에 의존하는 프롤레타리아의 존재이다. 이 조건이 만족되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고집스러운 영주제의 존속과, 혁신에 저항적인 농민들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자본주의가 이런 장애물을 넘어서거나 우회하기도 했는데,

이런 구조적 변화의 주도권은 영주 내부로부터, 혹은 외부로부터 나왔다. 중요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작용인데 도시로부터 끊임없이 유입된 돈이 바로 그것이다. 농업생산이 일반 경제와 연결되는 경우 수익성 좋은 외부 시장의 수요를 겨냥하여 자본주의적 경영망이 생기게 되었다.

■ 제4장 자기영역에서의 자본주의
상인들이 모두 똑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고 그들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평등하며 상호 호환적인 나라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도 없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11세기에 경제가 깨어나면서부터 불평등이 더욱 현저해졌다. 레반트 무역에 다시 참여하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도시들에서는 대상인 계급이 확고히 자리를 잡아갔고, 이들은 곧 도시 지배귀족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계서화는 다음 세기들 동안 경제가 번영할수록 더욱 굳어졌다. 금융업은 이러한 발전 중에서도 최상층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곧 유럽 전체가 이탈리아의 모범을 보고 그대로 쫓아서 했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13세기에 보르도, 라 로셸, 낭트, 루앙 등지에서 대상인들이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14세기부터 상거래의 거리가 길어지고, 여러 종류의 화폐를 다루어야 할 필요가 생겼으며, 과업의 분담이 이루어지고, 또 크레딧이 일상적으로 이용됨에 따라서 부기가 발달하는 등의 이유로 소매상과 도매상 사이의 구분이 뚜렷해졌다.

상업사회의 계서제의 하층에는 농민, 목동, 양잠업자, 장인 겸 행상인, 소액 고리대금업자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위에는 카스티야의 자본가들이 이를 장악하고 있고, 다시 그 위에는 푸거가(家)의 대리인들 그리고 다음에는 새로 권력을 휘두르게 될 제노바 상인들이 이 모든 것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독립적인 사회를 이루고 있는 상업피라미드는 전 서양 사회에서 어느 시대에나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자체의 고유한 운동을 가지고 있다. 전문화와 분업은 대개 밑의 층으로부터 위로 이루어진다. 만일 과업의 구분 및 기능의 분화 과정을 근대화 내지 합리화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우선 경제의 하층에서 명백하게 나타났다. 교환이 급성장함에 따라서 점포가 점진적으로 전문화되고 특수한 상업 보조 직능들이 많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대상인들은 이 법칙을 따르지 않아서, 한 업종에 전문화하는 일이 대단히 드물다는 점이다.

심지어 상점주도 큰돈을 벌어 대상인이 되면 곧 전문화를 포기하고 비전문화의 길을 간다. 단하나의 선택 속에 갇히지 않음으로써 큰 이익을 얻는 것은 자크 쾨르의 시대나 오늘날의 시대나 마찬가지이다. 탁월하게 적응성이 높다는 것은 곧 전문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여러 분야에 손을 대고 있는 대상인의 지위는 상업사회가 항구적으로 재구조화되는 가운데에서도 늘 난공불락의 위치를 점했고, 또 그렇기 때문에 하급 수준에서 분화와 재분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더욱 자신의 가치를 높여갔다.

성공하려면 다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 사업을 시작할 때 이미 어느 정도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을 것. 무로부터 출발해서 성공한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흔하지 않다.

은행은 중세와 근대의 유럽에서 무로부터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다. 고대에도 은행과 은행가가 존재했다. 이슬람권에서는 아주 일찍부터 유대인 대금업자들이 있었고 서양보다 더 일찍이 크레딧 기구들을 사용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10-11세기부터는 환어음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보려는 것은 이러한 개별적인 역사가 아니라 크레딧이 언제, 어떻게 제도화 되었는가, 다시 말해서 언제, 어떻게 은행 활동이 경제 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크게 보아서 서양에서는 은행과 크레딧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고무된 시기가 세 번 있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300년 전후의 피렌체, 16세기 후반과 17세기의 첫 20년 동안의 제노바 그리고 18세기의 암스테르담이 그것이다.

원거리 무역은 아마도 상업자본주의의 기원에서 첫 번째의 역할을 했을 것이며 오랫동안 그 상업자본주의의 골격을 이루고 있었다. 소수의 활동에 불과했던 국외무역의 경우 당시에는 그 규모가 작으나 확실히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었다. 원거리 무역은 곧 위험을 의미 했지만 대신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은 정도의 예외적인 고수익을 의미하기도 했다.

국내교역의 경우 엄청난 수의 중개인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파이를 조금씩 나누어 먹는 형태였다. 이에 비해서 원거리 무역에서는 다양한 판매장소 사이의 거리와 이 교역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모두 크다는 점에서 사실상 감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약 없이 손쉽게 사업할 수 있다.

상인들이 가장 흔히 하려고 했고 사실 손쉬운 해결책이었던 것은 아주 널리 판매되는 상품들에 대한 독점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가장 큰 규모의 독점은 사실상의 독점일 뿐 아니라 법률상으로도 독점을 확보하고 있는 대 상업회사이며 동인도 회사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자본주의는 한편으로 경제의 여러 분야들과 대조하여 그리고 또 한편으로 상업 계서제와 대조하여 위치지어야 한다. 최하층에는 다양하고 자체 충족적이며 일상적인 ‘물질생활’이 있고, 그 위에는 더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서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 ‘경제’가 있으며, 마지막 최상층에 자본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경제 사이의 대립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구분선을 긋는 것은 단순하지가 않다.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로서의 경제란 투명성과 규칙성의 세계이다.

■ 제5장 사회 혹은 “전체집합”
국가는 많은 요소들이 합류된 중요한 실체이다. 재구성된 것이든 혹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든 국가는 언제나 여러 기능들과 다양한 권력들의 묶은 그대로였다. 국가의 주요임무들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수행하는 수단들만이 끊임없이 변했을 뿐이다.

국가의 첫 번째 임무는 한 주어진 사회의 잠재적인 폭력을 자신이 장악하여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다. 두 번째 임무는 가까이에서든 멀리에서든 경제를 통제하고, 명징한 방식이든 아니든 재화의 유통을 조직하며, 특히 국민소득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여 그것으로 자기 자신의 지출로 쓰는 것이다. 세 번째 임무는 정신생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불안을 가중시키는 새로운 혁신적인 것들이 넘쳐나지 않게 활발한 문화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일이다.

국가에게 질서라는 것은 누군가를 돕는 힘과 막는 힘 사이의 타협을 뜻한다. 돕는 힘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회계서제의 보전을 말한다. 한편 막는 힘이란 언제나 다수의 사람들을 진압하여 그들의 본분인 노동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국가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따라서 일정한 종류의 자본주의와 일정한 정도의 국가의 근대성이 동시에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구성되었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계서제의 형성과 관련이 있다. 또 다른 유사성으로는 국가도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부유해지기 위해서 독점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대개 국가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국왕의 국정운영은 우선 지출을 하고 다음에 수입을 찾는 식이었다. 그러니 지출이 앞서갈 수밖에 없었다. 수입을 위해서는 이미 세금을 물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므로 국가로서는 돈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 재정기구를 장악하고 공채를 만들어내고 제삼자에게 매각할 수 있게 했다.

중상주의는 유럽의 절대군주 시대의 경제정책의 주요 방향이었다. 중상주의 국가들의 생각에, 이익을 보는 최상의 방법은 세계의 귀금속 중 가능한 한 많은 부분이 자국에 유입되도록 만든 다음에 왕국의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실제로 다양한 경제적 결과들과 영향들을 가진 정책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원료를 수출하지 말고 자국 내에 지킬 것, 그것을 가공해서 공산품을 수출할 것, 보호관세를 통해서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일 것. 이런 정책들은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와는 다른 동기에서 추진된 것이었다. 

국가가 자본주의의 발전을 돕고 지켜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주장은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국가는 자본주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고 자본주의는 국가를 방해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일은 연속적으로든 동시적으로든 함께 일어날 수 있다. 유리한 것이든 불리한 것이든 근대 국가는 자본주의가 발전해가는 환경의 하나를 이룬다. 그 속에서 때로는 방해받고 때로는 도움을 입지만 대개는 중립적인 길을 걸어가게 된다.

모든 구조를 관통하고 포위하는 권력기구는 국가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위계들의 종합이며, 모든 강제수단들의 집적으로서, 이곳에서 국가는 늘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고 핵심 관건이 되지만 그렇다고 유일한 지배자는 아니다. 국가는 지워져서 사라질 수도 있고 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는 마치 사회의 생물학적인 필요성인 것처럼 늘 재구성되어야 하고, 필연적으로 재구성된다.


Ⅲ. 세계의 시간

■ 내용요약
역사는 하나의 설명으로 이용될 수 있고, 하나의 증명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대단히 불완전하면서 동시에 도저히 다 살펴 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이 남아있는 사료로부터 세계사의 도식을 제시하려는 이 시도는 더욱 대담한 주장이 될 것이다.…오로지 내가 추구했던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 자신이 보아야 하고 또 남들로 하여금 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나의 연구가 정당화되고 더 나아가서 역사가의 직무가 정당화되는 것이 이런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 일을 꾸준히 수행했다.

세계사란 시작도 끝도 없는 강, 아니 하나의 강이 아니라 여러 개의 강들과 같다. 때문에 역사가들은 그것을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 문화사)단순화시킨다. 그중 경제학자들로부터 시간이란 여러 개의 시간성으로 나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서 길들여지고 결국 조종 가능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 첫째로 장기지속, 둘째로 어느 정도 느린 콩종크튀르, 셋째로 가장 짧은 시간성. 이렇게 해서 우리는 세계사를 단순화 하고 조직화하는 데에 매우 유용한 수단을 얻게 되었다.

그것들의 세계의 수준에서 영위되는 삶의 시간, 즉 세계의 시간을 추출한다. 그러나 세계의 시간이란 인간의 역사 전체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외에 속하는 이 시간은 장소와 시대에 따라서 단지 일부의 공간과 현실들을 지배할 따름이다.

따라서 세계의 시간은 전체사의 상층구조의 작동과 관련을 가진다. 그 상층구조는 밑의 층에서 작용하는 힘들이 창조하고 부양해준 결과물이지만 동시에 그것의 무게가 아래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장소와 시대에 따라서 이러한 아래에서 위로의 움직임과 위에서 아래로의 움직임의 중요성이 변화한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한 지역에서도 세계의 시간이 모든 것을 다 책임지지는 못한다.

"역사는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 특히 경제활동은 정치 및 정치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신념들과 분리될 수 없으며, 또 경제활동을 위치 짓는 여러 가능성 혹은 제약과도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세계경제사란 세계의 전체사 이되, 그것을 경제라는 독특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역사이다. 그런데 경제라는 전망대를 선택하든 아니면 그 외의 다른 어떤 전망대를 선택하든 간에 그것은 사전에 어느 한 일원적인 설명에 우위권을 준 것이며 바로 이 점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나 역시 그 위험으로부터 전적으로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리 조심해서 그 경제적 사실들을 통제하고 제자리를 잡아주며 또 그것을 넘어서려고 해도 어떻게 우리가 그 교묘하게 스며드는 “경제주위”와 “사적 유물론이라는 문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유사를 지나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나는 이상과 같은 논거에 의해서 우리의 앞길을 막고 있는 어려움들을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작업을 진행함에 따라 어려운 문제들이 집요하게 나타날 것이다. 허나 그러한 어려움들이 없다면 우리는 역사를 진지하게 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하자.  
독자들은 내가 어떻게 이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우선 손전등부터 불을 밝혀야 했다. 그래서 이론적인 첫 번째 장인 공간과 시간의 분할에서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의 경제의 위치에 대해서 그리고 정치 문화, 사회의 전후좌우 혹은 위아래에서의 경제의 위치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했다. 그 다음 제 2장에서 6장까지의 여러 장들에서는 시간을 파악하려고 했다. 이제부터 시간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심지어 유일한 적수이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장기지속에 의존했다. 이것은 분명 주마간산 격일 수밖에 없으므로 에피소드들과 단기간의 현실들을 보지 못한다.

전통적 방식에 따라 나는 세계의 시간을 여러 개의 긴 시대로 나누었다. 그것은 유럽이 차례로 겪은 경험에 따른 구분으로 베네치아, 암스테르담에서는 도시가 지배하는 경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전국시장에서는 18세기의 국민경제의 발전을 연구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프랑스와 영국을 주요 대상으로 할 것이다.

세계와 유럽 : 지배와 저항이라는 제목의 제 5장에서는 소위 계몽의 세기라고 부르던 시대의 전 세계를 차례로 일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 6장인 산업혁명과 성장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기원이 되는 거대한 단절을 연구하게 된다.

■ 베네치아
연간 400만 두카트의 상업소득, 당시 프랑스 전 국가 예산이 100만 두카트, 베네치아 시 정부 예산이 75만 두카트 였다. 오리엔트방향의 교역, 레반트 무역의 필수인 은을 독일 및 중 유럽 등에서 쉽게 조달 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유럽의 경제를 이끌어 나간다. 그러나 오랜 기간 오스만제국과의 대치로 점차 힘을 잃는다.

■ 안트워프
향신료와 후추의 고객에게로의 접근성, 상품 분배 하는데 필요한 크레딧을 제공하였기에 포르투칼 국왕이 안트워프에 플랑드르 페이토리아를 설치하였고, 번영이 시작 된다. 그러나 베네치아가 후추판매를 재개함에 따라 안티워프는 쇠퇴한다.

아메리카대륙의 발견은 치열한 신대륙 진출경쟁으로 이어졌고, 스페인은 안티워프를 중간경유지로 선택함에 따라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 했으나 스페인 왕조의 파산으로 번영은 중단된다.

■ 암스테르담
1358년 빌렌 빈켄소어는 단칼에 생선(청어) 내장을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 이를 소금에 절이면 1년은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냉장고가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선 획기적인 발견이다. 청어를 계기로 전통어업이 발전해 해상무역을 시작한다. 화물의 유통과 거래가 생계 수단이 되자. 불리했던 지리적 요건들이 유리한 장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대서양의 북해와 마주보고 넓은 유럽대륙을 등지고 있으며, 유럽의 주로 수로의 두 갈래가 바로 이곳에서 바다와 이어진다.)

네덜란드는 해수를 위해서 많은 운하를 건설했고, 당시 유럽에서 가장 발달한 수상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러한 조건들은 네덜란드를 유럽의 모든 상품이 집결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높은 이윤을 보장하는 향신료, 후추 등 운송시장에서 영국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었다. 최저 비용으로 선박을 제조하는 방법을 개발 했고, 해상전투를 염두에 두지 않은 오직 운반만을 위한 배를 제작했고 이것은 해상운임도 낮추게 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네덜란드는 바다의 마부로 불렸다.)

■ 전국시장 - 영국, 프랑스
영국민들은 대지, 숲, 황무지, 늪지 등의 토지를 개간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유통. 농업 및 비농의 생산량 증대와 총수요의 확대로 이어지는 전국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 세계와 유럽 : 지배와 저항
부의 축적은 신대륙, 아프리카대륙 등에서 약탈. 노예상품 거래를 등을 통해 이루어 졌다.

■ 산업혁명과 성장
비약적인 상품 생산성의 증대를 불러올 기술의 발전, 국내와 해외시장을 연결시켜주는 해상교역 확대, 생산된 제품의 대부분을 팔아 치울 수 있을 만큼의 커진 해외 시장, 증가된 인구. 이를 통해 이윤을 축적하고자 하는 자본가들의 초대형 공장.

 


자료정리 : 박혜미 loveham1982@hanmail.net
               이상훈 kaze333@hanmail.net
               박순용 psy33077@hanmail.net
 출처: SPR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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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