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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30. 00:38

태백산맥(조정래) 요약 및 서평 독후감2010. 4. 30. 00:38

1. 작가소개 - 조정래

“인간의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숭고하고 보람스러운 일이 어디 또 있을까. 진정한 문학, 참된 문학은 역사를 변혁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길을 따라 남은 생애를 살고자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고는 했다. 당신은 사상적으로 성분 적으로 무슨 주의자냐고. 굳이 그렇게 분류하고 싶다면, 정의와 진실을 실현시키고자 하니까 진보주의자고, 민족적 자존을 지키고자 하니까 민족주의자고, 그 어떤 간섭이나 억압 없이 예술 창작을 하고자 하니까 자유주의자이다. 그러나 이런 분류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문학을 섬기며 남은 생애를 흠 없이 살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서러운 역사의 땅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며 글을 쓰다가 갈 예술가일 뿐이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소설을 쓸 것이다.”  -「누구나 홀로선 나무」작가의 말 중에서 -

  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출생.
            광주 서중학교와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70년<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恨,그 그늘     의 자리]. 중편집 [유형의 땅], 장편소설 [불놀이],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출간.
            <현대문학상><대한민국문학상><성옥문화상><동국문학상>등 수상.


2. 작품의 시대배경

태백산맥은 1948년 10월 19일에 일어난 여수 순천사건을 시작으로 6 25전쟁이 끝나고 휴전이 되어 남북 분단이 고착화된 1953년 10월 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 여수 · 순천사건 자세히 들여다보기
여순사건, 여순반란사건, 여수 14연대 반란사건, 여순 봉기, 여순 항쟁, 여순 군란 이라고도 부른다. 제주4·3사건과 함께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빚어진 민족사의 비극적 사건이다. 이승만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반공국가를 구축하였다. 흔히 여순반란사건이라고 하였으나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란의 주체라고 오인할 소지가 있다고 하여 1995년부터는 '여수·순천사건' 또는 '여수·순천 10·19사건'이라고 사용한다.

- 여수 ·순천사건의 배경
8·15광복 뒤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 상황이 고착되어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자유 총선거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1948년 2월 26일 국제연합(UN) 임시총회에서는 UN한국위원단이 접근할 수 있는 남한만이라도 선거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미국 측의 '가능지역 총선거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남한에서는 제헌국회를 구성하기 위하여 5월 10일 단독 총선거를 치르기로 하였다. 이는 남한 단독정부의 수립으로 이어지는 것이었으므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다.

1948년 2월 7일 남조선노동당(남로당)과 민주주의민족전선(민전)은 남한만의 단독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이른바 '2·7 구국투쟁'을 전개하였다. 4월 3일 제주도에서는 '미군철수' '망국적 단독선거 반대'를 외치며 무장자위대가 봉기함으로써 '4·3사건'이 발생하였다. 무장자위대는 보안기관을 기습하여 감금되었던 사람들을 석방시키고 한라산을 무대로 게릴라전을 전개하였다. 주민들이 이에 호응하고 노동자와 학생들도 동조하자 미군정은 군대를 동원하였다.

여수에 주둔한 국방경비대 제14연대도 4·3사건의 진압에 동원명령을 받았다. 14연대는 같은 해 5월 4일 현지에서 모집한 인원과 광주 제4연대에서 차출된 병력 800여 명으로 창설되었다. 당시 국방경비대는 모병에 어려움을 겪어 지원자의 경력이나 정치적·사상적 성향을 따질 겨를이 없이 충원하는 상황이었다. 남로당은 장교와 사병을 구별하여 군 내부에 많은 인원을 침투시켰다. 광주 제4연대에서 차출된 하사관들은 좌익계가 대부분이었으며, 경찰의 주목을 받던 좌익청년들이 신변안전을 위하여 14연대에 지원하였다.

그런데 당시의 국방경비대는 경찰예비대로서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에 경찰 측에서는 국방경비대를 자신들의 예하부대로 여기고 멸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국방경비대는 당시의 경찰들이 대부분 일제강점기의 친일경찰 출신이었으므로 매국노라고 경시하였다. 이처럼 군·경이 반목하여 무력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는 상황이었으며, 이러한 군·경의 갈등도 이 사건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본다.

한편, 미군정에서는 남로당의 군 침투공작을 탐지하여 숙군(肅軍)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1948년 10월 1일 14연대 연대장 오동기 소령이 혁명의용군 사건으로 구속되자 14연대의 남로당 세력은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육군본부로부터 14연대에 1개 대대를 제주도 4·3사건의 토벌작전에 출동시키라는 명령이 하달됨으로써 반란사건이 촉발되었다.

- 여수 ·순천사건의 경과
14연대가 여수항에서 출발하여 제주도로 향하기로 한 1948년 10월 19일 오후 8시경, 남로당 14연대 조직책 지창수 상사는 세포요원 40여 명으로 하여금 병기고와 탄약고를 장악하게 하였다. 이어 부대 전 병력을 집합시켜 '경찰 타도, 제주도 출동 결사반대, 분단정권을 거부하는 궐기'를 주장하며, 반대하는 하사관 3명을 그 자리에서 사살하는 등 선동과 위협으로써 부대를 장악하였다.

당시 연대장 박승훈은 연대 부관의 긴급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가다가, 이미 사태수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목포로 피신하여 상부에 긴급보고하고 진압을 요청하였다. 반란군은 합세한 좌익세력과 함께 여수 읍내로 진격하여 20일 새벽 5시경 각 관공서와 주요기관을 장악하였다. 오후 3시경에는 순천까지 완전히 점령하고, 다음날까지 남원·구례·보성도 장악하였다.

이들은 친일파·모리배 등의 은행예금을 동결하고 재산을 몰수하였으며, 인민재판을 열어 경찰과 우익인사들을 처형하였다. 여수에서는 신문사를 접수하여 좌익신문을 발행하기도 하였다. 반란군 세력은 22일까지 여수·순천·고흥·보성·광양·구례·곡성 지역 전체를 장악하였고, 화순·남원·하동 지역의 일부까지 그 세력이 확산되었다.

이에 정부는 10월 21일 광주에 반란토벌사령부를 설치하였다. 그 때까지 계엄법이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여수·순천 지구에 계엄령을 선포하고는 장갑차를 앞세워 순천으로 진격하여 저녁 무렵 전역을 탈환하였다. 24일에는 여수로 진격하여 27일 전역을 탈환하였다. 반란군은 김지회 중위의 지휘 아래 덕유산으로 도주하여 게릴라전을 전개하였다. 이듬해 2월 계엄이 해제되었고, 4월 주도급인물이 모두 사살되었다.

진압과정에서 민간인이 많이 희생되었다. 진압군이 여수에 진입하였을 때 반란군의 주력부대는 이미 여수를 빠져나간 상태였으나, 진압군은 좌익세력과 반란 가담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무차별로 가혹한 무력을 사용하였다. 이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 특히 10대부터 40대 이하의 청장년 계층이 많이 희생되었다. 이 사건의 피해상황에 대한 총괄적인 집계는 아직까지 알 수 없지만 희생자는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막대한 재산피해가 뒤따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부 내에서는 대대적인 숙군작업이 이루어져 좌익 계열과 광복군계열을 포함하여 이승만 대통령에 반대하는 성향을 가진 군인들이 제거되었다. 사건 뒤, 이승만 정부는 1948년 12월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9월에는 대통령령으로 '대한민국 학도호국단 규정’을 공포하여 중등학교 이상의 각급 학교에 학도호국단을 창설했다.


3. 작품소개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시대를 흔히들 ‘민족사의 매몰시대’ ‘현대사의 실종시대’ 라고 한다.
그것은 곧 그 시대가 그만큼 치열했고 격랑이 심했으며, 분단사 속에서 또 그만큼 왜곡과 굴절이 심했음을 의미한다. 그 시대의 진실과 참모습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복원하고 되살리느냐가 바로 분단극복이고 통일지향일 것이다. 그 시대의 복원은 바로 오늘을 푸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작업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현장을 찾아다녔다. 소설은 단순히 상상력의 산물일 수만은 없으며, 엄연한 역사사실 앞에서 소설을 쓰는 자는 제멋대로일 수가 없는 것이다.
『태백산맥』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렇게 증언을 토대로 하고 확인을 거친 것들이다. 그 이야기들을 소설로 엮으면서 나는 시대정신에 냉정하고자 했고, 우리의 오늘을 투영하고자 했다.” 
-작가의 말 중에서-

1) 등장인물

염상진
그의 아버지는 그를 사범학교에 진학시켜 선생님이 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사범학교를 나오고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에 뛰어든다. 그는 일제 시대부터 공산 투쟁을 벌이고 공산주의만이 이 땅의 민중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빨치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언제나 당의 명령을 믿고 따르지만 결국 토벌군에게 포위되어 수류탄으로 자살하게 된다.

염상구
염상진의 동생이다. 형에 대한 시기와 분노로 철저한 좌익과의 투쟁에 앞장선다. 청년단장, 감찰부장 등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탐욕스러운 인물이다. 강동식의 처 외서댁을 여러 차례 강간하여 아들을 낳게 한다. 또한 윤태주의 여동생 윤옥자를 강간하고 강제 결혼하면서 재산을 차지하고 동네 유지 행세를 한다. 아부를 잘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인물이다.

김범우
벌교 지주인 김사용의 둘째 아들. 1944년 학병으로 갔다가 46년에 돌아와 순천중학교 선생이 된다. 학병 시절 미군 포로가 되어 OSS 훈련을 받았다. 그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를 혐오했지만 6 25이후 함께 학병 훈련을 받았던 박두병 등과 좌익으로 행동한다. 그는 좌익에 가담한 후 도당 문화선전부에서 일하게 된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고향으로 가던 중, 미군 통역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하여 인민군 통역관이 된다. 서울을 거쳐 서부 전선으로 후퇴하던 중 총상을 입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된다. 그는 극좌인 염상진과 친구였지만 전쟁 이후 사상적으로 결별했고, 기독교계의 서민영 선생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손승호
사범학교 졸업 후 선생님을 한다. 그러나 보도연명 가입을 강제하자 서울로 달아난다. 그는 처음에는 좌익에 발을 넣고 있었다. 그러나 공산주의에 회의를 느끼면서 중도적인 사상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중 「친일문학과 민족정신의 훼손」이라는 책에 관련되어 탄압을 받는다. 그리고 좌익으로 다시 사상을 전향하고, 공산주의자가 되어 활발하게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토벌군에게 사살 당한다.

서민영
기독교인으로써 일제 시대 고문의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룩거린다. 농민 야학과 농장을 운영하며 매사에 합리적이고 분명하게 행동하며,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김범우와 손승호가 그의 영향을 받았으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친일파인 최익승을 낙선시키고 안창배를 당선시킨다.

정하섭
벌교 부자인 술도가 집 정현동 사장의 아들이다. 김범우가 선생으로 있던 중학교의 좌익 서클의 핵심 멤버였으며 대학 초 중앙당의 비밀 당원이 되었다. 무당인 소화를 사랑해 오다가 소화 집으로 잠입하는 임무를 실행하면서 소화와 인연을 맺는다. 6 25 도중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다가 포로 송환 때 북쪽으로 가게 된다.

소화
무당 월녀의 딸. 빨치산인 정하섭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한다. 두 차례 임신을 하지만 한 번은 염상구 에게 고문을 당해 아이를 유산하고, 두 번째는 감옥에서 아이를 낳게 된다. 정하섭 과의 사랑을 신령님의 뜻으로 생각하고 그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친다. 정하섭, 이지숙을 따라 빨치산으로 활동한다.

강동식
소작인 집안의 아들로서 염상진 아래서 공산주의 활동을 한다. 아내를 만나러 갔다가 안창민이 부상을 입기도 했으며, 아내 외서댁이 염상구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염상구를 죽이러 갔다가 염상구의 총에 맞아 죽는다.

안창민
지주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처음에는 교직에 있으면서 드러나지 않게 활동했으나 여순사건 때 공산주의자로서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 후 보성군당에서 활동하면서 중간 작전 중에 다리를 다쳤다가 읍내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6·25 때에도 공산주의자로 열렬히 활동하다가 연인 이지숙과 함께 위장 귀순을 꾀하던 중 그것이 들통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이지숙
선생으로 위장해서 당의 세포 역학을 맡고 있다가 부상당한 안창민 에게 수혈을 해주다가 들킨다. 그 후 교직에서 떠나고 서민영 선생의 야학에서 근무하다가 보도연맹에 가입한다. 여맹위원장 등으로 빨치산 투쟁에 활발히 활동하다가, 후기에 안창민과 산중에서 결혼한다. 결혼과 동시에 위장 귀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여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의지력이 강하고 냉철한 인물이다.

하대치
가난한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나 염상진의 영향으로 공산주의자가 된다. 일제 시대 소작쟁의에도 참여했으며 해방이후 사회주의에 푹 빠져 빨치산 활동을 한다. 6 25 이전 염상진과 보성 군당을 이끌었으며, 이후에는 조계산 지구 기동대장 등으로 열렬히 활동한다. 휴전 후까지 살아남은 최후의 빨치산이다.

최익승
친일파 국회의원 이다. 해방 후에는 한민당에 들어가 친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국회의원으로 상당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서민영의 도움을 받은 안창배에 의해서 낙선된다. 전쟁 중에는 자유당과 새로이 손을 잡기 시작하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계략으로 안창배를 무너뜨린다.

남인태
친일파 경찰. 해방 이전부터 경찰로 활동하다가 해방 직후 혼란기 때 몸을 피해 목숨을 건졌다. 벌교 경찰서장이었으나 김범우를 잘못 건드려 광양으로 좌천되었다. 그러나 광양에서 부상을 입은 후 뇌물을 써서 보성 경찰서장으로 옮겨간다. 기회주의적이고 탐욕스러운 친일파 경찰이다.

심재모
상업학교를 다니다가 일제 치하에 학병으로 끌려간다. 해방이후 장교가 되어 벌교 보성 지구 계엄 사령관으로 부임한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노인의 소원을 들어주다가 빨갱이로 몰려 벌교를 떠나게 되지만, 전쟁이 나자 대위로 진급하고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합리적이며 원칙을 지키는 강인한 인물이다.

2) 내용요약

1948년 10월, 전라남도 벌교
염상진이 이끄는 좌익세력은 벌교를 장악한다. 그곳에서 인민재판을 벌이고 우익세력들을 무참히 살해한다. 인민재판을 받은 우익세력들은 주로 재산이 많은 지주들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동네의 지주 중 한사람인 김범우의 아버지 김사용은 염상진의 도움으로 재판에서 풀려나게 된다.

-염상진의 과거 회상
사범학교를 졸업한 염상진은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지만 손바닥만한 땅뙈기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김사용을 찾아간다.
염상진 : 저에게 농사지을 땅을 좀 빌려주시기 바랍니다.
김사용 : 내가 듣기로는 자네 춘부장 어른께서 자네가 선생이 될 날을 고대허심서 많은 고생을 허신 걸로 아는데.
염상진 : 아부님은 물론 서운해 허실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선생이 되어 일본정신을 가르치는 것은 친일이고 매국이 됩니다.
김사용 : 자네의 그런 큰 결단 앞에 내 어찌 땅뙈기 내놓기를 주저 허겄는가. 자네가 필요헌 만큼, 개간을 헐 수 있는 만큼 쓰도록 해줌세.
김사용 : 경사가 지긴 했어도 이만허먼 밭은 일굴 순 있을 것이니 자네 맘에 드는 쪽으로 개간을 해서 쓰도록 허게.
염상진 : 제가 말씀드린 것은 이런 과분한 땅이 아닙니다.
김사용 : 과분한 땅이라고? 이 사람아, 요 정도가 내가 지닌 땅 중에서 젤로 나쁜 것이네. 눈 밝은 우리 선대의 유산이니 어련 허겄는가. 맘 쓰지 말고 밭 일구도록 허게. 허허허허....

하지만 염상진, 하대치, 안창민 등은 다시 군대에 밀려 조계산으로 투쟁장소를 옮기게 된다. 정하섭은 투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당인 소화에게 접근한다. 그래서 소화와 잠자리를 함께하고 소화는 정하섭을 사랑하게 된다. 소화는 위험을 무릅쓰고 술도가를 운영하는 정하섭의 집에 가서 그의 어머니로부터 몰래 아들소식을 전하고 돈을 받아오게 된다.

좌익세력이 떠난 후에 경찰서장 남인태와 청년단장 염상구의 지휘 하에 경찰과 청년단원들은 하대치의 부인 들몰댁을 비롯한 좌익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한다. 또한 그들은 소화다리에서 무차별하게 총살을 당한다.

들몰댁은 풀려나는 그 순간까지 사흘 동안 오로지 살고 싶다는 생각만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심사를 받기 위해 이틀 밤을 운동장으로 끌려 나가면서 문둥이로, 그것도 안 된다면 똥통의 구더기로라도 살아날 수 있게 해달라고 얼마나 빌었던가. 손을 뒤로 묶인 채 땅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심사를 받는 그 시간, 손전등 불빛이 얼굴에 쏟아지는 그 순간, 생사는 결정되는 것이었다. 피해자 가족과 경찰과 청년단, 세 손가락이 똑같이 겨누어지는 얼굴은 죽음을 면할 수가 없었다. 사람의 손가락이 바로 총구멍이었다. 저벅거리는 발소리, 이동하는 불빛... 다시 교실로 끌려 들어오면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남편이 나타났다 허먼 지체읎이 알려야 써. 알겠어?」
「하먼이라, 하먼이라」
「우리가 밤낮읎이 감시허고 있응께, 속인 거 발각났다 허먼 워찌 되는지 알것지? 총살이여, 총살」
「하먼이라, 하먼이라」
「당신이 이뻐서 살려 보내는 것이 아닝께 똑똑허니 처신혀!」
「하먼이라, 하먼이라」

운 좋게도 들몰댁과 하대치의 아버지는 고문 후에 풀려난다. 하지만 좌익세력에 의해 살해된 지주들의 아들들이 밤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런 사람들을 두들겨 패고 하대치의 아버지도 그들에 의해 맞아죽게 된다.

좌익세력 척결에 앞장서는 염상구는 좌익세력인 강동식의 부인 외서댁을 겁탈하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다닌다. 계속되는 염상구의 겁탈 후에 결국 나중에 외서댁은 임신을 하게 되고 남편이 있는 산속으로 들어가 빨치산이 된다.

-염상구가 지나가고 난 후 고구마 장수와 떡장수의 대화
녹동댁 : 무작시런 눔, 우리맹키로 불쌍헌 장사꾼 껍데기 벳게묵는 저런 눔을 감옥에 처너야 하는디, 순사들은 멀 허는고
뱅골댁 : 저 눔이 쫄대기 순사 알기를 지 발샅에 때만치도 못허게 아는 눔이여. 아, 못 헐 말로 저 눔이 장바닥에서고 역전에서 부리는 세도가 경찰서장이나 읍장 보담도 더  씬 것을 몰라서 허는 소린가?」
녹동댁 : 참말로, 무신 인종이 그리 독헐꼬. 소문에는 허리끈에다 칼을 열 개씩이나 차고 댕긴다든디
뱅골댁 : 철다리 한가운디서 기차가 코악에 닥칠 때꺼정 버팅기다가 아래 갱물로 뛰어내린 배짱을 가졌응께로 왈패 오야붕도 해묵고, 청년단 감찰 자리도 해묵제, 아무나 고런 자리 앉겄능가?
녹동댁 : 즈그 성은 일정 때부텀 공산당 허니 라고 미쳐서 도망댕기고, 해방이 되니께 더 날치다가 감옥살이 허고 또 도망댕기고 허니 라고 즈그 엄니 헌테 뜨신 밥 한 그럭 올릴 돈벌이를 원제 했드랑가

계속되는 학살에 김범우는 총살과 고문을 막기 위해 수습위원회 대표인 친일파 국회의원 최익승을 찾아가지만 빨갱이로 몰려서 체포된다.

- 최익승 김범우를 만난 후
최익승 : 서장은 혹시 김범우 라는 사람을 아시오?
남인태 : 예에, 봉림 사는 김사용 어른 둘째아들입니다. 순천중학 선생이구요.
최익승 : 제대로 알고는 있구만. 헌데, 그 사람 사상이 어떤지 파악하고 있소?
남인태 : 그 사람 사상은 건전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최익승 : 그 사람 사상이 건전하다? 서장이 자신할 수 있소?

남인태는 금방 자신감이 흔들리며 궁지에 몰렸다. 사상이라는 것, 그것처럼 파악하기 어렵고 자신감을 갖기 어려운 것도 없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그놈의 사상이라는 것은 형체도 모양도 없는 것이 꼭 바람 같은 것이었다.

최익승 : 아, 서장이 자신할 수 있느냐니까!
남인태 : 확실하게 자신할 수 없습니다만...
최익승 : 그놈을 당장 잡아들이시오!
남인태 : 네에?
최익승 : 그놈은 아주 새빨갛지는 않지만 불그죽죽하게 물이 든 놈이오. 그놈이 새벽같이 날 찾아왔는데, 빨갱이 편을 드는 언동을 계속했단 말이오. 그놈을 그대로 내버려 뒀다간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돼 있소.
남인태 : 하지만 무슨 명목으로...
최익승 : 남 서장! 당신은 서장 자격이 있는 사람이오, 없는 사람이오? 국회의원이 잡아넣으라는데 잡아넣는 거지. 그만한 근거가 있으니까 잡아넣으라는 거 아닌가.

남인태 경찰서장은 김범우를 취조하고 순천으로 재판을 위해 넘기려고 한다. 최익승이 그의 이익을 위해서 김범우의 아버지 김사용을 이용해먹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사용은 문중회의를 열어 아들을 구해내고 오히려 경찰서장 남인태를 다른 지방으로 전출시켜 버린다.

한편 빨치산 강동식은 조계산을 무단이탈 하고, 그를 찾기 위해 염상진은 마을로 내려오지만 총격전이 벌어지고 안창민이 부상을 당한다. 안창민은 마음씨 좋은 병원의 전원장 에게 몰래 치료를 받고 이지숙은 수혈을 해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들킨 전원장과 이지숙, 병원 간호사는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김범우는 그들의 석방을 위해 진정서를 돌리는 등의 노력을 하고 결국 세 사람은 풀려나게 된다.

벌교에는 계엄군이 내려오고 사령관인 심재모는 기존의 경찰서장 등과는 다르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치안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분노한 소작인과 정현동 사장 사이에 한판 싸움이 벌어진다. 싸움의 원인은 정현동 사장이 농지개혁이 있을거라는 소식을 듣고 땅을 맘대로 팔아버린데 있었다.

정현동 : 어인 소란이냐!
소작인 : 야아, 우리가 쪼깐 따지고볼 일이 있어 왔구만이라.
정현동 : 요게 무슨 버르장머리 없는 짓거리야!
소작인 : 엇허어! 인자 이눔, 저눔 허덜 맙씨다. 나도 몰르게 땅 싹 폴아치워뿔고, 피차간에 관계 깨끔허니 끊어뿐 것이 그쪽인디, 나가 인자 머묵자것 있다고 굽실굽실 허것소. 나도 나이 묵을 만치 묵은 몸잉께 말조심 허씨요.
정현동 : 그래, 내 땅 내가 알아서 처분했다. 건방지게 따지긴 뭘 따지겠다는 게야!
소작인 : 어허, 듣기 꺼끄러운께 자꼬 내 땅, 내 땅 허덜 마씨요. 토지개혁인가, 농지개혁인가가 시작되면 그 소유권이 우리헌테 우선적으로 있응께, 우리도 그 땅의 반 임자다 그 말이요.
정현동 : 건방지게 누구 맘대로 우선적이야, 우선적이.
소작인 : 야이 씨부랄 눔아, 니만 사람이고 우리넌 짐생이냐. 니 죽고 나 죽자아아!

심재모는 지주 편이 아닌 공정하게 이 사건을 처리하고, 친일파 세력과는 다른 그의 행동에 마을 지주 등은 그를 미워한다. 어느 날 심재모는 서민영 으로부터 농촌문제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심재모 : 지주와 소작인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빨갱이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번 반란사건도 공산주의자들의 반란만이 아니라 일제 때의 소작쟁의 같은 성격이 있다고 보아지는데, 제 생각이 틀렸습니까?
서민영 : 그렇네, 이 나라는 지금 가장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덮어놓고 있네. 식민지시대 지주들과 결탁해서 권력을 잡은 정부이기 때문이야. 지주치고 친일파고 민족반역자 아닌 자는 일 퍼센트도 안 될 걸세. 그들은 일제치하에서 누린 부귀와 지은 죄로 해방과 동시에 마땅히 모든 기득권을 박탈당했어야 했고, 민족 앞에 사죄 했어야 했네. 그리고 모든 소작인들은 일제치하에서 겪은 굶주림과 당한 고통의 대가로 마땅히 지주들의 소유를 분배받았어야 하네. 그런데, 미국의 세력이 작용하고, 이승만은 집권야욕으로 민족을 배반하고, 지주계급들은 자기방어를 위해 뭉쳐지고, 서로를 위해 상호작용을 일으켜 오늘에 이르렀네. 당장 농지개혁을 단행해 논밭을 무상으로 분배해봐. 벌교 지역을 예로 들더라도, 이번에 입산한 농민들의 구십 퍼센트는 아마 하산하게 될 거야. 현 정부는 그 간단 명료한 원인해결은 하려 하지 않고 공산주의만 척결하려 하고 있어. 친일파 지주계급들, 참 짐승만도 못한 족속들이야. 일제 때의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군정과 야합해서 더 부자가 되지 않았는가 말이야. 그 부귀영화를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도 반대세력은 계속 공산주의자들로 몰아붙이겠지.

소화는 정하섭 심부름을 했던 사실을 들키게 되고 잡혀 들어가서 염상구로부터 온갖 고문을 당하게 된다. 또한 정하섭 과의 관계로 생긴 아이마저 피를 토하며 유산을 하게 된다. 그녀와 술도가 집 정현동 사장은 순천 재판으로 넘겨진다. 좌익의 세포인 이지숙은 학교에 사표를 내고 서민영 선생을 찾아가 야학을 운영하게 된다. 거기서 아이들에게 혁명의식을 고취시키는 등의 교육을 한다.

염상진은 율어를 장악하고 벌교 읍까지 습격한다. 그곳에서 지주들로부터 쌀을 빼앗아 소작인들에게 가져가라고 다리 위에 쌀가마니를 놓아둔다. 한편 동네 유지인 유주상은 최익달, 윤삼걸 등과 함께 벌교 조성 지구 좌익척결 위원회를 만들어 빨갱이를 소탕하려 한다. 그들은 마을 주민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라기 보다는 그들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고 빨갱이 소탕에 앞장선다.

- 염상진의 자식 덕순이와 광조
광조 : 아부지도 한숨 쉴까?
덕순이 : 누가 듣는디 아부지 이약 허지 말어.
광조 : 누나 니넌 바보 빙신 겁보여. 여그 방죽에 순사가 있냐, 군인이 있냐. 사람은 우리 둘뿐인디 워째 아부지 이약 못허게 허는 겨.
덕순이 : 니 엄니 말 잊어뿌럿냐!
광조 : 여그는 쥐도 새도 읎고 바람뿐이란 말이여. 우리가 아부지 이약 아무리 배가 터지게 혀도 바람에 다 날라가뿐단 말이여.
덕순이 : 약속 걸어. 여그서만 말하겄다고...
광조 : 아부지는 얼굴도 몸도 뻘건 디는 하나또 읎는디 워째 사람들은 아부지보고 빨갱이라고 헐까?
덕순이 : 그냥 공산당 이름이 빨갱이제.
광조 : 글먼 성이 공산당이고? 근디 워째 순사나 군인덜 이름이 파랭이가 아녀?
덕순이 : 고런 걸 나가 워치께 아냐.
광조 : 누나는 고런 걸 다 안 줄 알었는디...

광조는 눈을 내리깔았다. 금방 기가 꺾이는 동생을 보자 덕순이는 마음이 짠해졌다.

광조 : 누나, 나 똑 하나만 허고 잡은 일이 있는디.
덕순이 : 또 무신 뜽금읎는 소리 헐라고 그러냐?
광조 : 여그 아무도 읎는 디서 아부지럴 목 터지게 불러보고 잡은디

누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광조의 눈은 간절했다.

덕순이 : 그려, 나랑 항꾼에 허자. 근디 말이다, 읍내럴 보고 소리질르먼 안돼야.
광조 : 하먼 순사가 들으먼 워쩔라고.
덕순이 : 하나, 둘, 셋 허먼 항꾼에 허는 겨. 자아, 하나아, 두울, 셋!
아부우우지이이이―
선수머리를 향해 선 덕순이와 광조는 허리가 차츰차츰 구부러져 반으로 접힐 때까지 목청을 뽑고 있었고, 바람은 둘이의 긴 외침을 멀리머리 실어갔다.

어느 날 손승호는 한 노파의 부탁을 받게 된다. 그녀는 입산한 외아들 고두만의 어머니였는데, 대를 잇기 위해 그녀의 며느리를 잠깐 입산시켰다가 내려오게 해주면 안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계엄 사령관 심재모 에게 말해 허락을 받지만, 평소 공정한 일처리로 동네 유지들에게 미움을 받던 심재모는 모함을 받아 용공행위라는 이유로 체포된다. 심재모가 체포되고 벌교에는 새로운 사령관인 백남식이 부임해 온다. 그는 과부 송씨와 잠자리를 함께 하지만 결혼은 그녀의 딸과 하는 등 나쁜 짓을 한다.

한편 최익달 같은 지주들은 농지개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명의이전 등의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땅을 빼돌리는 작업을 한다. 염상진은 그런 벌교의 지주들을 계속 공격해 온다. 또한 보성 군수가 벌인 잔치현장을 공격하는 등 끊임없는 빨치산 투쟁을 벌인다.

- 김범우와 문서방의 대화
김범우 : 문 서방, 조금만 기다려요. 농지개혁이 실시되면 문 서방도 문 서방 이름이 적힌
         땅을 갖게 될 테니까요.
문서방 : 니기럴, 고걸 믿는 작인은 이 시상에 하나또 읎어라.
김범우 : 짐작은 하고 있소. 그런데 작인들이 그리도 안 믿는단 말이오?
문서방 : 참말로 순사가 들었다 허먼 몽딩이 찜질 당헐 소리제만 서방님 앞이니께 허는디,
            사람덜이 워째서 공산당 허는지 아시오? 나라에서는 농지개혁헌다고 말대포만 펑
            펑 쏴질렀지 차일피일 밀치기만 허지, 지주는 지주대로 고런 짓거리 허지, 가난허
            고 무식헌 것덜이 믿고 의지헐디읎는 판에 빨갱이 시상 되먼 지주 다 쳐읎애고 그
            전답 노놔준다는디 공산당 안헐 사람이 워디있겄는가요.
            못헐 말로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덜이 빨갱이 맹근당께요.

김범우는 서울로 공부하러 올라간다. 그곳에서 심재모의 체포 소식을 듣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이학송 기자를 만나는 등의 노력을 한다. 빨갱이들의 자수를 권하는 국민보도연맹이 결성되고 손승호는 이곳의 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압력을 받지만 거부하고 서울로 올라간다.

어느 날 농민들이 기대하던 농지개혁이 발표 되지만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유상몰수 유상분배가 이루어진다. 그러는 와중에 정현동 사장은 멀쩡한 토지를 사들여 염전을 만들 계획을 하다가 소작인들에게 맞아 죽게 된다. 유주상도 염상구 에게 명의이전을 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나중에 염상구는 오리발을 내밀고 유주상의 땅을 가져버린다. 반면 안창섭의 어머니 신씨 같은 경우 소작인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는 선행을 베풀기도 하고, 김사용은 소작인들에게 땅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한다.

악덕 지주들의 행동에 분노한 소작인 들은 데모를 벌이기도 하지만 무력으로 저지를 당한다. 시위투쟁에 참가한 농민들은 감옥에 갇히지만 부인들까지 나서서 석방 시위를 한 덕분에 주동자들을 제외하고는 석방이 된다. 하지만 지주들의 땅 빼돌리기와 그에 맞선 소작인들의 시위는 보성, 화순, 고흥 등 다른 지방에서도 계속된다.

-심재모와 손승호의 대화
「이런 오살육시혀서 뼉다구를 잘근잘근 씹어뱉을 눔아, 외상술도 하로이틀이제 나넌 밑구녕 폴아서 술장시 헐끄나? 폴자도 살 눔이 웂는 밑구녕이여.」
주인여자의 악다구니 소리가 찌렁찌렁 울려왔다.
손승호 : 욕이 듣기 거북합니까?
심재모 : 아휴, 하고 싶은 말보다도 욕이 더 많으니 저게 어찌 된 일입니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왜 이곳 사람들은 욕을 그렇게 많이 합니까?
손승호 : 그게 전라도라는 뎁니다. 전라도 사람들은 욕 많이 하는 걸 탓하면, 욕도 못하면 무슨 수로 사느냐고 맞섭니다.
심재모 : 그 말이 무슨 뜻입니까?
손승호 : 글쎄요, 뼈 빠지게 농사지어 지주한테 다 뺏기고, 배곯고 헐벗고 사는 억울함과 분함을 욕으로라도 풀어야 그나마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겠지요.
심재모 : 경기도에도 소작인들은 있지만, 여기같이 심한 욕은 없습니다.
손승호 :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역사가 반만년인데, 그 세월이 계속 농경사회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에 따라 경제구조가 다른 점입니다. 농경 사회에서 주된 세금징수 대상은 쌀 생산이 많은 평야지대일 수밖에 없지요. 강원도나 함경도에 비해 전라도나 경상도가 관의 표적이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다음이 지역적 경제구조의 문제인데, 농업 중심의 경제냐 상업 중심의 경제냐에 따라 소작인의 환경이 달라지겠지요. 평양을 중심으로 상업경제를 형성한 평안도나, 수원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 같은 데서는 농업은 제이의 치부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농업 경제가 중심이 되는 평야지대에서는 치부의 절대수단이 땅입니다. 필연적으로 인정사정없는 지주의 착취와 수탈이 행해지고, 지주는 고리대금 업까지 겸하게 됩니다. 평야지대의 소작인들은 옛날부터 관과 지주에게 이중적으로 고통을 당해왔습니다.
심재모 : 그래서 그런지 전라도 사람들은 어딘지 억센 것도 같고, 거친 것도 같고, 그러면서도 주눅든 것 같고 경계하는 것 같고, 그런 인상입니다.
손승호 : 그렇게 보이던가요? 그렇다면 상당히 정확하게 보신 거군요. 그게 다 대대로 이중적인 착취를 당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관찰이지요. 한이 맺혀 있는 거지요. 전라도나 경상도 땅은 옛날부터 다른 지역에 비해 한이 깊게 서린 땅입니다. 동학란이 전라도에서 일어나고, 경상도로 번져간 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 겁니다. 욕으로 화풀이하며 견디고, 육자배기로 신세 한탄하며 견디고, 그러다가 도저히 더는 견딜 수 없어 폭발한 것이었지요.
심재모 : 야 씨발놈아, 야 좆 같은 새끼야 같은 욕을 친구 사이에 웃어가며 예사로 하더군요.
손승호 : 그래 조선시대부터 욕의 본향이 순천이라 명이 났었던 거겠죠.

정부에서는 빨갱이들의 식량 보급을 차단하기위해 강원도 태백산맥 일대에 소개령을 내리고 식량 보급을 차단하려고 한다. 소개령 으로 인해 강원도의 마을 주민들은 자신의 집을 빼앗기고 산에서 내려가 단체로 학교 등에서 거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집은 불타버린다.

엉터리 토지개혁으로 분통이 터진 소작인들은 지주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그들을 죽이고 입산해서 염상진 부대 등으로 합류한다. 하지만 염상진 부대는 겨울을 맞아 사상자나 동상자가 늘어난다. 염상진 부대뿐만이 아니라 빨치산 당의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1950년 2월 5일 계엄령해제를 계기로 당의 투쟁사업은 적극적 투쟁에서 보존 유지로 바뀐다.

6  25가 일어나고 그동안 신분을 감추고 있던 이지숙은 피신을 하고 당이 있는 산으로 입산을 한다. 이학송, 손승호 등은 6 25를 외세척결과 반민족 세력 척결의 계기로 바라보고 좌익으로 사상변화를 하게 된다.

한국군은 UN군에 편입이 되고 국군 통수권마저 미국에게 이양을 하게 된다. 좌익척결을 위해 만들어 졌던 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들은 전쟁을 계기로 많은 수가 총살을 당하게 된다. 안창민 부대는 다시 보성을 장악하고 염상진 등 당원들은 가족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중 김범우의 형 김범준도 잠시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상봉하고 다시 혁명 투쟁의 길로 나선다.

전쟁은 계속되고 이 와중에도 친일파 국회의원 최익승은 전시에 불법으로 쌀을 매입하는 방법 등으로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손승호는 입산해서 완전한 빨치산이 된다. 김범우는 도당 문화선전부에서 일을 하다가 인민군이 패하자 미군에게 끌려가 통역 일을 맡게 된다. 통역을 하면서 미군들의 부도덕한 행위들을 목격하게 된다.
-미군의 대화를 듣게된 김범우
「아이구, 한국인들 미개한 건 아프리카 수준이야. 그 변소를 좀 봐. 구더기가 드글드글한 게, 우엑!」
「변소는 아무것도 아냐. 그 똥으로 농사를 짓는단 말야. 논가에 커다란 똥구덩이를 봤잖아? 이들은 똥을 먹고 자란 쌀을 먹고, 오줌을 먹고 자란 채소를 먹는 야만인들이야. 이 나라에선 우리가 먹을 게 아무것도 없어. 아이구, 더럽고 징그러워!」
「맞아, 이 나라는 똥냄새와 김치냄새로 범벅이 된 나라야. 똥냄새도 지독하지만, 그 김치냄새! 그 썩은 냄새 나는 걸 매끼 먹고 살다니, 정말 야만인은 야만인들이야.」

김범우는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김범우 : 똥으로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쌀에는 똥 성분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아야 해. 똥은 인간이면 누구나 싸게 되어 있는 분비물이고,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먹은 음식물의 영양가를 삼심 퍼센트 정도밖에 섭취하지 못하고 나머지는 배설해버린다는건 상식적인 사실이야. 나머지 칠십 퍼센트의 영양을 농사의 비료로 사용하는 건 더없이 과학적이고 현명한 지혜가 아닐 수 없지. 그런데 말이야, 그 똥을 바로 쓰는 게 아니라, 바람에 똥냄새와 함께 가스도 날려 보내고, 빗물이 들어가 농도도 묽게 하고, 짚이나 풀을 섞어 그것들이 햇볕을 받으며 썩어 기름진 비료로 발효되는 과정을 거치는 거야.
심슨 : 넌 언제나 말을 그럴 듯하게 잘 꾸며대는 궤변론잔데, 어쨌든 너희들이 우리보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하고, 비위생적이고, 가난한 건 엄연한 사실 아닌가?
김범우 : 너희들이 우리와 다른 건, 너희들은 민족이 없고 우리는 민족이 있다는 점이다. 너희들은 여러 인종들이 모여들어 국가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우리들은 하나라는 민족의 토대 위에서 국가를 만들었지. 너희들은 국가 조직이 깨지면 산산이 흩어지게 돼 있어.
심슨 : 넌 언제나 네 말만 설교하듯 하고 정작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고 하면 얘기를 끝내버리는 못된 버릇이 있어.
김범우는 픽 웃었고, 심슨은 그 동안 익힌 어설픈 솜씨로 감자를 먹여대는 손짓을 하며 국산 욕을 내뱉었다.
「시발노마!」

김범우는 나중에 탈출해서 인민군 부대를 만난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방위군으로 끌려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돈 많은 부자들의 자식들은 군대징집을 피하고 가난한 농민들만 무자비하게 끌려간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방위군 정책은 식량부족 등 열악한 환경으로 많은 젊은이를 죽게 만든다. 이승만 독재정권의 방위군 사건으로 수많은 청년들이 죽고 거창에서 양민의 대량 학살이 이루어지면서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게 된다. 최익승을 누르고 국회의원이 되었던 안창배는 국민 방위군 등의 문제점을 규명하려다가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미국은 세균전을 벌이고 그에 따라 많은 수의 빨치산들은 재귀열 이란 희귀병으로 죽어간다. 여기에 북에서 남로당 계열들이 숙청되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빨치산들은 일순 패배감과 함께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김범준이 그들은 숙청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역사 선택을 한 것이라고 깨우침으로써 빨치산 들은 사기를 회복하고 투쟁을 계속 벌인다.

김범우는 미군에 포로로 잡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정하섭을 만나게 되고 6 25가 민족해방전쟁이며 민족 대 외세의 전쟁임을 확신한다. 또한 많은 인민군 포로가 원인 모르게 죽어 가는 등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부당한 실상을 목격하게 된다. 포로 교환 시 정하섭은 북으로 가고 김범우는 반공포로로 위장, 석방되어 고향에 돌아온다. 그는 정하섭 으로부터 남쪽에 남아 거점을 구축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독립투사이자 인민군 소장인 김범준, 손승호 등은 계속되는 토벌군 공격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휴전이후 토벌대의 공격으로 빨치산들은 궁지에 몰리게 되고 계속 자수하라는 삐라를 받게 된다. 추위와 배고픔에 못이긴 일부 빨치산들은 토벌대에 투항하고 자신들의 동지는 그들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된다.

염상진은 대원 네 명과 함께 막바지에 몰리고 있었다.
염상진 : 동무들, 저자들이 떠드는 소리 다 들었지요? 투쟁을 끝낼 때가 마침내 우리 앞에 왔소. 동무들은 투쟁의 마지막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다 알고 있을 것이오. 그러나 적들이 저렇게 떠들어댄 이상 나는 동무들에게 당의 원칙을 강요하고 싶지 않소. 이 마당에 여러분의 마지막을 여러분들 스스로가 솔직하게 결정하기 바라겠소.
「지넌 여그서 죽겄구만이라.」
「더 살아서 헐 일도 읎구만이라」
「하먼이라, 다 항꾼에 가야제라.」
염상진 : 동무들, 나도 동무들 같은 당당한 전사들과 함께 죽으니 아무것도 더 바랄 것이 없소. 그저 영광스러울 뿐이오. 동무들, 우리 다 같이 만세를 부릅시다.
「인민공화국 만세에―」
꽝!
이틀이 지난 벌교역 앞마당에는 사람의 목 하나가 내걸렸다. 그 아래로 붙은 종이에는 큼직큼직한 글씨들이 씌여 있었다. 악질 빨갱이 염상진 사살.

염상진의 장례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림자 하나가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다.「대장님, 지가 왔구만이라. 하대치여라. 대장님, 편안허니 먼첨 가시씨요. 지도 대장님헌테 배운 대로 당당허니 싸우다가 대장님 따라 깨끔허게 갈 것잉께요. 대장님, 근디 지가 남치기 역사투쟁얼 허고 죽기 전에 똑 한 가지 허고 잡은 일이 있구만이라. 고것이 먼고 하니 지가 할아부지헌테 받은 이름얼지 손자눔헌테 넘게줄라고라. 대장님, 우리 넌 아직 심이 남아 있구만요. 끝꺼정 용맹시럽게 싸울 팅께 걱정 마시씨요.」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 적막은 깊고, 무수한 별들의 반짝거리는 소리인 듯 바람소리가 멀리 스쳐흐르고 있었다. 그림자들은 무덤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막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자료정리:범상진 bum6093@hanmail.net
 출처: SPR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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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