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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소개

- 새뮤얼 헌팅턴

  '문명충돌론'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정치학자이다. 192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1946년 예일 대학교를 졸업한 뒤 1948년 시카고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51년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군사정치학과 비교정치학 분야에서 학문적 성과를 올리고 이론 정치와 현실정치를 두루 체험한 정치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전략촌' 정책을 수립했으며, 1974년부터 976년까지 국방 및 군비감축 민주당자문회의 의장을 지내고, 카터(Jimmy Carter) 행정부 때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안보기획조정관을 지내는 등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했다. 1970년에는 계간 시사전문지《Foreign Policy》을 창간해 공동 편집인으로 활약했으며, 미국 정치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 하버드대학교의 앨버트 J.웨더헤드 석좌교수이자 존 올린 전략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하버드대학교 국제 관계센터 부설 국제 및 지역연구 학회장도 겸하고 있다. 저서로 《제3의 물결-20세기 후반의 민주화》 《미국정치론》 《쉽지 않은 선택-개발도상국에서 정치참여》 《문명의 충돌》 등을 비롯한 10여 권의 단행본과 9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군사정책 및 전략, 개발도상국 정치 등의 분야에서 강의와 저술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인물검색


2. 내용 요약

1부 l 문명들의 세계

사상 최초로 세계 정치가 다극화, 다문명화 되었다. 경제와 사회의 현대화는 의미를 지닌 보편 문명을 낳지 못하고 비서구 사회를 서구화하는 데도 실패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문명과 문명의 접촉은 간헐적으로 이루어졌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서기 1500년을 전후하여 근대가 시작되면서 세계 정치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전개되었다. 400년 남짓 동안 서구의 ‘국민 국가’ - 영국,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독일, 미국 등 - 는 서구 문명 안에서 다극적 국제 체제를 형성하여 서로 어울리고 겨루며 전쟁을 벌였다. 동시에 서구 국민 국가들은 다른 모든 문명으로 진출하여 그것들을 정복 하고 식민지화하고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냉전 기간 동안 세계 정치는 양극화 되었고 세계는 세 부분으로 갈라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가장 풍족하고 민주적인  사회들은 소련과 연결되어 있거나 소련  이 이끄는 다소 여유롭지 못한 공산주의  진영과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  으로 때로는 군사적으로 광범위한 경쟁을 벌였다. 분쟁의 상당수는 이 두 진영   의 바깥에 있으며 빈곤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최근에 독립하여 비동맹 노선을 추구하던 제3세계에서 일어났다.

1980년대 말 공산 세계가 무너지면서 냉전 체제는 역사의 뒤로 사라졌다. 탈냉전 세계에서 사람과 사람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념이나 정치, 경제가 아니다. 바로 문화다. 민족과 국민은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인간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사람들은 조상, 종교, 언어, 역사, 가치관, 관습, 제도를 가지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국민 국가는 세계 정치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국민 국가의 활동은 예나 지금이나 권력과 부의 추구로 규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적 선호, 동질성, 이질성 따위로 규정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국가군은 더 이상 냉전 시대의 세 블록이 아니라 세계의 일곱 내지 여덟 개에 이르는 주요 문명이다.

비서구 사회, 특히 동아시아는 경제력을 키우면서, 군사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쌓아가고 있다. 힘과 자신감이 축적되면서 비서구 사회들은 점차로 자신의 문화적 가치를 주장하고 서구에 의해 ‘강요된’ 가치를 거부하고 있다.

탈냉전 세계는 일곱 내지 여덟 개의 주요 문명으로 이루어지는 세계다. 문화적 동질성과 이질성은 국가들의 이익, 대결, 협력 양상을 규정한다.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국가들은 놀라우리만큼 판이한 문명들에서 유래하였다.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지적 분쟁은 판이한 문명에 속한 집단이나 국가간의 충돌이다. 정치 경제적 발전의 지배적 양상은 문명과 문명마다 다르다. 국제 문제에서 중요한 사안에는 문명의 차이도 들어간다. 장기간 주도권을 행사해 온 서구 문명으로부터 비서구 문명으로 힘의 무게 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세계 정치는 다극화, 다문명화 되었다.

현재 세계에 있는 주요 문명은 다음과 같다.

- 중화
모든 학자들은 최소한 기원전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어쩌면 그보다 천 년을 앞섰을지도 모르는 하나의 뚜렷한 중국 문명이 있었다고 믿거나 기원후 최초의 몇 세기 동안 연속적으로 나타난 두 개의 중국 문명이 있었다고 믿는다. 많은 학자들이 쓰는 ‘중화’라는 용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중국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화교 공동체, 나아가서는 베트남과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의 공통된 문화를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 일본
일부 학자들은 중국과 일본 문화를 동아시아 문명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묶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며 기원후 100년에서 400년 사이에 중국 문명의 영향을 받아 출현한 일본 문명을 독자적으로 인정한다.

- 힌두
최소한 기원전 1500년부터 인도 대륙에는 하나의 문명 혹은 그 이상의 연속된 문명들이 존재한 것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이들을 인도 문명이나 힌두 문명으로 일컫는데, 최근의 문명에 대해서는 힌두라는 용어가 선호된다. 힌두교는 기원전 2천 년부터 인도 대륙의 문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일개 종교, 일개 사회 제도의 차원을 넘어서서 이것은 인도 문명의 핵심이다.

- 이슬람
비중 있는 학자들치고 독자적 이슬람 문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기원후 7세기경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현한 이슬람교는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로 빠르게 전파되었고 동으로는 중앙아시아, 인도 대륙, 동남아시아 일대를 휩쓸었다.

- 정교
여러 학자들은 서구 크리스트교권에서 독립해 러시아에 그 중심을 두고 있는 정교 문화를 독자적인 문명권에 포함시킨다. 정교 권은 비잔틴에서 갈라져 나와 다른 종교와 200년의 몽골 지배, 관료 독재주의를 경험하고 르네상스, 종교 개혁, 계몽주의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접촉하면서 형성된 문명이다.

- 서구
서구 문명의 등장 시기는 대체로 기원후 700년에서 800년 사이로 본다. 학자들은 서구 문명을 크게 유럽, 북미, 라틴아메리카의 세 부분으로 나눈다.

- 라틴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는 유럽, 북미와는 약간 다른 경로로 발전해 왔다. 유럽 문명의 직계 자손이긴 하지만 라틴아메리카는 북미나 유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토착 아메리카 문명의 요소들을 다양한 수준으로 받아들였다. 라틴아메리카는 집단주의적, 권위주의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 유럽은 그 정도가 훨씬 덜하며 북미는 그런 문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과 북미는 종교 개혁의 여파를 반영하여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문화를 결합하였다.
어떤 이는 서구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고유의 독자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라틴아메리카는 서구 문명 안의 하위 문명으로 볼 수도 있고, 별개의 문명이지만 서구와 남달리 가까운 관계에 있고 자신이 서구에 속하는지 분열된 의식을 가지고 있는 문명으로 볼 수도 있다.
서구는 유럽, 북미, 호주와 뉴질랜드처럼 유럽 인이 정착한 나라들을 포함한다. ‘서구’라는 말은 이제 예전의 서구 크리스트교 국가 권을 일컫는 말로 보편화되었다. ‘서구’라는 이름은 또한 ‘서구화’의 개념을 낳았으며 근대화는 곧 서구화라는 오해의 소지가 많은 주장을 확산시켰다. 사람들은 그래서 일본이 ‘서구화’되었다고 하지 ‘유럽미국화’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서구 문명은 대체로 ‘유럽미국’ 문명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기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는 서구라는 말을 쓰기로 하겠다.

- 아프리카
브로델을 제외하고 명망 있는 학자치고 아프리카를 하나의 뚜렷한 문명으로 인정하려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프리카 대륙의 북단과 동부 해안 지역은 이슬람 문명에 들어간다.

2부 l 변화하는 문명의 균형

서구의 상대적 영향력이 줄어들고, 아시아 문명의 경제력, 군사력, 정치력이 확대되고 이슬람권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이슬람 국가들과 그 인접 국가들의 세력 균형이 위협받게 되면서, 비서구 문명들은 전반적으로 자기 고유문화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구는 지금 압도적 우위에 있고 21세기에 가서도 실력과 영향력 면에서 여전히 정상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러나 문명의 세력 관계에서 냉혹한 변화가 근본적 차원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서구의 힘은 상대적으로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또한 옳다. 서구의 우위가 사라지면 서구의 힘도 아울러 사그라질 수밖에 없으며, 비서구 세계는 주요 거대 문명과 그 핵심 국을 중심으로 하여 지역 단위로 흩어질 것이다. 서구의 세계적 영향력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아시아 문명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가장 빠른 속도로 힘을 키워 갈 것이다. 이러한 문명 차원의 세력 이동은 비서구 사회의 문화적 자긍심과 서구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확산시킬 것이다.

20세기 후반에는 경제적, 사회적 근대화가 세계적 규모로 진행되었고 동시에 전 세계에서 종교의 부활 현상이 일어났다. 케펠이 ‘신의 설욕’이라고 표현한 이 부활은 모든 대륙, 모든 문명, 모든 나라에서 예외 없이 나타났다. 비서구 종교의 부활은 비서구 사회에서 반서구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는 강력한 예증이다. 그러한 부활은 근대화의 부정이 아니라 서구의 부정, 서구와 결부된 세속적이고 상대주의적이며 타락한 문화의 부정이다. 그것은 비서구 사회를 좀먹는 이른바 서구 독소의 부정이다. 그것은 “우리는 근대화하겠지만 너희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자신 만만한 발언이 웅변하듯 서구로부터의 독립 선언이다.

토착화와 종교의 부활이 범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특히 아시아와 이슬람권에서 서구에 대한 문화적 자긍심과 도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와 이슬람은 지난 2,30년 동안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한 문명이다. 그들은 서구에 대한 자기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때로는 흔히 유교로 통칭되는 자기들의 공통성을 내세운다. 아시아와 이슬람은 개별적으로, 때로는 힘을 합쳐서 서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러한 도전의 배후에 자리 잡은 원인들은 서로 관련성은 있지만 성격은 판이하다. 아시아의 자기주장은 경제 성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슬람의 자기주장은 상당 부분 사회적 동원력과 인구 증가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도전은 지금도 그렇지만 21세기에 가서도 세계 정치에 심각한 불안 요소로서 파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파장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중국과 여타 아시아 국가의 경제 발전은 이들의 정부가 대외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자기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와 자원을 제공한다. 이슬람 국가들의 인구 증가, 특히 15세에서 25세 사이 연령층의 폭발적 증가는 원리주의, 테러리즘, 폭동, 노동력 수출에 필요한 인력을 제공한다. 경제적 발전은 아시아 정부를 강화시키고 있지만 인구 증가는 이슬람 정부와 비 이슬람 사회에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앞으로 몇 십 년 동안은 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이슬람의 인구 증가가 서구가 주도해 온 국제 질서에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세계 문제에 대한 발언권과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력은 빠른 경제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몫으로 더 많이 돌아갈 것이다. 다음 10년 동안에도 지금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중국의 발전은 문명 사이의 관계에서 엄청난 세력 변동을 낳을 것이다. 게다가 그때쯤 가면 인도가 눈부신 경제 성장을 하면서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슬람의 인구 증가도 문명의 세력 판도에 중요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등 교육을 받은 청년 인구의 급증은 이슬람 부활의 추진력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슬람의 호전성과 이민 수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 결과 앞으로 몇 십 년 동안은 비서구 문명의 힘이 지속적으로 증대하면서 비서구 문명과 서구 문명의 충돌, 비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의 충돌이 나타날 것이다.

3부 l 문명의 새로운 질서

문명에 기반을 둔 세계 질서가 태동하고 있다. 문화적 친화력을 갖는 사회들은 서로 협조한다. 한 사회를 이 문명에서 저 문명으로 이전시키려는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국가들은 자기 문명권의 주도국 혹은 핵심 국을 중심으로 뭉친다.

세계 정치는 근대화의 자극을 받으면서 문화의 경계선을 따라 재편되고 있다. 비슷한 문화를 가진 민족과 국가끼리 뭉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념과 강대국을 중심으로 정의되던 제휴 관계가 문화와 문명으로 정의되는 제휴 관계로 바뀌고 있다. 정치적 경계선이 문화적 경계선 곧 민족적, 종교적, 문명적 경계선과 일치해 가는 추세에 있다. 냉전 시대의 블록을 대신하여 문화적 결속이 등장하였으며 문명과 문명의 단층선이 세계정치에서 주요 분쟁 선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의 경우 국가간의 교역 양태는 동맹에 뒤이어 나타나거나 그와 맥락을 같이하였다. 앞으로의 세계에서 무역의 양태는 문화가 결정한다. 기업가들은 서로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대와 거래를 한다. 국가들은 서로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슷한 성향의 국가들로 이루어진 국제적 결사체에 주권을 양도한다. 경제 협력의 뿌리는 문화적 동질성에 놓여 있다.

냉전 시대의 국가들은 양대 초강대국과 동맹국, 위성국, 종속국, 중립국, 비동맥국으로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탈냉전 시대의 국가들은 문명들과 <소속국, 핵심국, 고립국, 단절국, 분열국> 으로서 관계를 맺는다. 부족이나 민족처럼 문명 또한 정치적 구조를 갖는다.

소속국은 한 문명에 문화적으로 완전히 동질감을 느끼는 나라다. 아랍-이슬람 문명에 동조하는 이집트와 유럽-서구 문명에 동조하는 이탈리아가 좋은 예다. 대부분의 문명은 그 문명의 소속국 들이 자기 문화의 근원 또는 뿌리로 간주하는 한 군데 이상의 성지를 가지고 있다.
이 장소는 일반적으로 핵심국, 다시 말해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문화적 중심 국가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서구에는 다수의 핵심국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둘이다. 하나는 미국이고 또 하나는 독일-프랑스다. 영국은 그 중간에서 준 중심국 으로 떠 있다.
고립국은 다른 나라들과의 문화적 동질성이 결여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고립국 일본은 일본 문명의 유일한 국가이자 핵심국 이다. 일본의 특이한 문화를 공유하는 국가는 전혀 없으며 일본에서 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그 나라에서 극히 소수에 머물러 있거나 아니면 그 나라의 문화에 동화되었다.
문명과 문명 사이의 단층선에 걸터앉은 단절국은 국가적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수단에서는 북부의 이슬람교도와 남부의 크리스트교도 사이에서 수십 년째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분열국은 한 문명 안에서 어엿한 지배력을 가진 단일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 나라의 지도부가 다른 문명으로 옮겨 가기를 바라는 국가다. 그들은 “우리는 같은 민족이며 모두 같은 세계에 속해 있지만 우리가 사는 땅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터키는 1920년대부터 줄곧 근대화와 서구화의 길을, 서구의 일원이 되는 길을 추구하여 왔다.

새롭게 형성되는 세계 정치의 판도에서 주요 문명의 핵심국 들이 냉전 시대의 두 초강대국을 밀어내고 다른 나라들의 접근과 배척을 낳는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서구, 정교, 중화 문명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경우 문명 집단은 핵심국, 소속국, 인접국에 거주하는 문화적 동질성을 지닌 소수 집단, 이웃 나라에 거주하면서 갈등 관계에 놓여 있는 문화적으로 다른 민족들로 이루어진다. 문명 블록을 구성하는 국가들은 대체로 하나 또는 여럿이 핵심국을 중심으로 한 동심원들 위에 분포하며,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는 해당 국가가 그 블록에 편입된 정도나 일체감의 정도를 반영한다. 폭넓게 인정되는 핵심국이 존재하지 않는 이슬람 문명은 공동 의식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이슬람 세계의 공동적 정치 구조는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 중국’은 단순한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급속히 성장하는 문화적, 경제적 현실이며 이제는 정치적 현실의 성격까지 띠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극적으로 전개된 동아시아 경제 발전을 주도한 것은 본토, 호랑이들(네 마리 중에서 한국을 제외한 세 마리가 중국계), 동남아시아의 중국인이었다. 동아시아의 경제는 점차 중국 중심, 중국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의 중국인은 1990년대 본토에서 이루어진 눈부신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되었던 자본을 실질적으로 제공하였던 층이다. 그 밖에도 동남아시아의 화교들은 이 지역 경제를 틀어쥐고 있다.

아랍국, 이슬람 국가들의 정치 참여 구조는 대체로 근대 서구의 그것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이슬람은 참여의 위계질서에서 가운데가 텅 비어 있다. 이슬람 전역에서 추종과 헌신의 초점은 소수 집단과 거대 신앙, 부족과 ‘움마(이슬람 사회)’였으며, 국민 국가는 두드러진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이슬람을 특징짓는 내부적, 외부적 분쟁 다발의 주요 원인은 바로 이슬람 핵심국의 부재였다. 중심 없는 의식이 이슬람에게는 약점이 되었고 다른 문명들에게는 커다란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4부 l 문명의 충돌

보편성을 자처하는 서구의 자세는 다른 문명, 특히 이슬람,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국지적 차원에서는 주로 이슬람권과 비 이슬람권 사이의 단층선 분쟁에서 ‘형제국들의 규합’을 통해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분쟁을 저지하려는 핵심국의 노력도 두드러진다.

새로운 세계에서는 상이한 문명에 속하는 국가들과 집단들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고 대체로 적대적인 경향을 띨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관계는 문명간의 관계다. 미시적 차원에서 보면 폭력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층선은 이슬람과 이웃한 정교, 힌두, 아프리카, 서구 크리스트교 문명 사이에 놓여 있다. 거시적 차원에서 보면, 지배적 대립은 서구 대 비서구의 양상으로 나타나겠지만, 가장 격렬한 대립은 이슬람 사회와 아시아 사회, 이슬람 사회와 서구 사회에서 나타날 것이다. 미래의 가장 위험한 충돌은 서구의 오만함, 이슬람의 편협함, 중화의 자존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할 것이다.

서구는 도전 의식이 강한 이슬람 문명, 중국 문명에 대해서는 늘 긴장감을 느끼며 이들의 관계는 대체로 적대적이다. 세력이 약하며 서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와의 관계에서는 갈등의 소지가 높지 않고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서구의 관계는 원만할 것이다. 러시아, 일본, 인도와 서구의 관계는 이 두 범주의 중간적 성격을 띠면서 협력과 갈등의 요인을 모두 안고 있다. 이 세 나라는 사안에 따라서 때로는 이슬람, 중국의 편에 서고 때로는 서구의 편을 들 것이다. 이들은 서구 문명과 이슬람, 중국 문명 사이에서 ‘그네’ 역할을 하는 문명이다.

이슬람과 중국은 판이한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둘 다 서구에 대한 크나큰 우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 두 문명의 실력과 자긍심은 서구와의 관계에서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 가치관과 이익을 둘러싼 서구와의 충돌 역시 다각화되고 심화되고 있다. 이슬람에는 핵심 국이 없으므로 이슬람과 서구의 관계는 나라별로 크게 다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로 서구에 대한 반감이 지배적 추세로 자리 잡았다.

군비 확산은 사회적, 경제적 발전의 파생물이다. 일본, 중국, 아시아 각국은 경제력이 커지면서 강한 군사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슬람 국가들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경제 개혁이 성공할 경우 러시아의 군사력 강화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들어가서도 상당 기간 동안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문명은 미국이 영국과 프랑스의 지원 아래 주도하는 서구 문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에 공습을 감행할 수 있는 공군력을 가진 유일한 나라는 여전히 미국일 것이다.

탈냉전 세계에서 핵무기가 서구에게 지니는 의미는 냉전 시대의 그것과는 정반대이다. 냉전 당시 서구는 핵무기를 통하여 소련에 대한 재래식 무기의 열세를 만회하였다. 핵무기는 ‘균형추’였다. 그러나 탈냉전 세계에서 미국은 재래식 군사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였으며, 이제는 미국의 잠재적 적수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한다.

탈냉전 세계에서 대량 살상 무기와 그것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수단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이슬람권과 유교 권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어쩌면 파키스탄과 북한은 소수의 핵무기를 가졌거나 아니면 적어도 단기간 안에 핵무기를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것이다. 군사 부문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유교-이슬람 결속에서 중국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많은 이슬람 국가들에게 재래식 무기와 비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정책은 핵 확산대응에서 핵 확산 조절로, 그리고 만약 미국 정부가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핵 확산을 통하여 미국과 서구의 이익을 도모하는 길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1995년 현재 미국과 서구는 억제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것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핵을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은 다 문명 세계에서는 느리지만 필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권력 분산의 중심적 현상이다.

미래에는 상이한 문명에 속하는 국가와 집단이 제3의 문명에 속하는 대상과 겨루어 자신들의 이익을 증진시키거나 그 밖의 공동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제한적이고 임기응변적이며 전략적인 연대와 결속을 맺을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지도자들이 한때 공언한 바 있는 문명 사이의 긴밀한 ‘동반자 관계’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이슬람과 서구의 관계는 상당수의 중요한 문제들을 놓고 이들의 입장 차이나 대립 때문에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역사적으로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영토에 대한 지배권이었지만 오늘날 이 문제는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줄어들었다.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은 영토보다는 무기 확산, 인권과 민주주의, 원유 지배권, 이민, 이슬람 테러주의, 서구의 간섭 같은 문명 사이의 포괄적 쟁점에서 표출된다. 이슬람의 문제를 우려하는 쪽은 CIA나 미 국방성이 아니라 서구다. 자기 문화의 보편성을 철석같이 믿고 비록 쇠퇴하고는 있지만 자기들은 아직도 우월하기 때문에 그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할 사명감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거느린 상이한 문명이다. 이것이야말로 이슬람과 서구의 갈등을 불 지르는 핵심 성분이다.

탈냉전 시대의 다극 다 문명 세계에는 과거 냉전 시대를 지배했던 중추적 대립 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슬람의 급격한 인구 증가와 아시아의 고속 경제 성장이 지금의 속도를 유지한다면 서구와 서구에 도전하는 문명 사이의 갈등은 세계 정치에서 그 어떤 대립보다 중심적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슬람 국가 정부들은 서구에 점점 덜 우호적인 정책을 취할 것이고, 이슬람 집단과 서구 사회 사이에서 간헐적인 소규모의 폭력, 때로는 심각한 폭력 사태가 빚어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그 밖의 아시아 국가들은 점점 갈등 관계에 빠져들 것이고, 만일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미국이 저지하려 들 경우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명과 그 핵심국 사이의 관계는 복잡하고 양면적이며 자주 변화한다. 전반적인 추세는 명백하며 문명들과 핵심국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합집산과 대립의 양상은 어느 정도 일반화시켜 말할 수 있다. 냉전 시대의 비교적 평이한 양극성은 사라지고 다극 다 문명 세계의 훨씬 복잡한 관계가 출현하고 있다.

5부 l 문명들의 미래

서구의 생존은 미국이 자신의 서구적 정체성을 재인식하고 자기 문명을 보편이 아닌 특수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비서구 사회로부터 오는 위협에 맞서 힘을 합쳐 자신의 문명을 혁신하고 수호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문명간의 대규모 전쟁을 피하려면 전 세계 지도자들이 세계 정치의 다 문명적 본질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모든 문명의 역사에서 적어도 한 번은, 그리고 대개는 여러 번 역사의 막을 내린다. 문명의 보편 국가가 등장하면 그 문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토인비가 말한 대로 ‘영속성의 망상’에 눈이 멀어 자기네 문명이 인류사회의 최종 형태라는 명제를 신봉하게 된다. 로마 제국이 그러했고 아바스 왕조가 그러했으며, 무굴 제국과 오스만 제국도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이 역사의 종말이 자신들에게 베풀어 준 영구불변한 열락의 상태를 자축해야 할 이유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역사가 궁극 점에 이르렀다고 전제하는 사회는 대체로 몰락기로 접어든 사회이다.

서구가 앞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회에 영향력을 지속시키려면 이슬람과 아시아가 도덕적 우월감을 주장하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서구는 몇 세기 동안 유럽이 주도한 발전과 팽창의 단계를 거친 후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음 발전 단계로 접어들었다. 만일 북미와 유럽이 스스로를 쇄신하고 문화적 동질감을 쌓으며 NATO의 안보 협력을 보완하는 경제적, 정치적 결속의 틀을 강화해 나간다면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영향력을 구가하는 제3의 유러아메리카 단계로 약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내실 있는 정치적 결속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세계의 인구, 생산력, 군사력에서 서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문명의 지도자들은 앞으로도 서구의 힘을 만만히 보지 못할 것이다. 서구가 정치적, 경제적 결속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전에 미국이 스스로를 서구 국가로서 재확인하고 자신의 세계적 위치를 서구 문명의 지도국으로서 정의해야 한다.

서구의 보편주의가 세계에 위험을 초래하는 까닭은 핵심국들 사이의 문명 전쟁을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서구에게 더더욱 위험한 까닭은 전쟁에서 서구가 패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련이 붕괴하자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문명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지만 아시아, 이슬람, 기타 문명들도 서서히 힘을 쌓아 나가고 있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서구가 택할 수 있는 신중한 길은 판세의 변화를 저지하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얕은 여울로 항해하는 기술을 터득하고 곤궁을 견디며 모험을 자제하고 자기 문화를 수호하는 것이다.

지난 1950년대에 피어슨은 “인간은 다양한 문명들이 평화로운 교류 속에서 나란히 공존하면서 서로를 배우고 서로의 역사, 이상, 예술, 문화를 공부하여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야 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 길을 택하지 않을 경우 이 인구 과잉의 비좁은 세계는 오해, 갈등, 충돌,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평화와 문명의 미래는 세계의 주요 문명들을 이끄는 정치인, 종교인, 지식인들이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문명의 충돌에서 유럽과 미국은 단결하든가 갈라설 것이다. 더 거대한 충돌, 곧 범지구적으로 벌어지는 문명과 야만성의 ‘진짜’ 충돌에서 종교, 예술 문학, 철학, 과학, 기술, 윤리, 인간애를 풍요하게 발전시킨 세계의 거대한 문명들 역시 단결하거나 갈라설 것이다. 다가오는 세계에서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 질서만이 세계 대전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다.


자료정리:범상진 bum6093@hanmail.net
 
출처: SPR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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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