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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29. 16:52

신기관(프랜시스 베이컨) 요약 및 서평 독후감2010. 4. 29. 16:52


1. 책 소개
         
<책의 목차>
과학 시대의 전망 - 베이컨의 ‘신기관’과 그의 사상· 진용석
머리말
제1권
제2권
프랜시스 베이컨의 생애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옮긴이 소개

  베이컨은 젊었을 때부터 학문의 개혁에 뜻을 두어 1605년에 <학문의 진보>를 공표했다. 그 후 베이컨은 자신의 새로운 학문체계를 집대성한 <대혁신>을 총 6부로 집필하기로 구상하고 그 계획을 대규모로 전개하려 하였다. 제1부는 <학문의 진보> 이고 <신 기관(Novum Organum)> 이 제2 부에 해당한다. 제3부 <우주의 현상, 또는 철학의 건설을 위한 자연지와 실험지>는 제2부에서 제창한 ‘참된 귀납법’을 적용할 기술 및 실험 자료를 백과사전적으로 수집, 기록한 부분이다. <대혁신> 초판에 발표된 <자연지와 실험지의 준비>를 비롯해 <바람의 자연지>, <생과 사의 자연지>, 1621년에서 1626년 사이에 집필한 유고 <숲의 숲>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제4부 <지성의 사다리, 또는 미궁의 길잡이>는 우주 현상을 실로 미궁과 같기 때문에 지성의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이런 제목을 달고 있다.
  <신기관>은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은‘(우상) 파괴 편’이라고 부른다. 제1권에서는 인간의 정신을 따라다니는 선천적 후천적 이돌라(idola:우상)에 대해 말하고 이를 제거하는 것에 관해 논하고 있다. 제2권은‘(진리) 건설 편’이라고 부른다. 제2권에서는‘참된 귀납법’을 자연현상의 본질을 포착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제시하고 구체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제1권은 130개 단장으로 완성되어 있지만 제2권은 미완성 상태에서 그치고 있다.
                

2. 작가 소개

  베이컨은 1561년 1월 22일 런던 요크하우스에서 니콜라스 베이컨 경의 아들로 태어났다. 베이컨은 열두 살의 나이로 형(앤서니 베이컨)과 함께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이 강했던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3년 동안 공부했다. 학위를 받지 않은 채 대학을 떠난 후 정치수업을 받기 위해 주불영국대사의 수행원으로 프랑스로 건너갔다.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그는 새로운 외교규약을 만들어보려고 애쓰기도 했다. 뒷날의 일화에 따르면 이때 처음으로 실험과 관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레이스 인(Gray's Inn) 법학원에서 법학 공부에 전념한 끝에 1582년에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1584년에 최초의 정치적 논문인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바치는 진언서>를 집필 했으나 여왕의 환심을 사지는 못했다.
백부 벌리 경은 베이컨이 하원의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후 베이컨은 의정활동을 활발히 했으나 1593년 왕실에서 요구한 헌금에 반대하면서 엘리자베스 여왕과 벌리 경의 노여움을 샀다.
  엘리자베스 여왕 치세에서 베이컨의 유일한 정치적 성공은 에식스 백작에 대한 재판의 결과로 얻은 것이다. 에식스 백작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지는 동안 베이컨은 그 사건의 예심과 별로 관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왕실변호사의 한사람으로서 자신의 옛 후원자에 대한 재판을 강행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에식스 백작이 처형된 후 , 베이컨은 여왕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로버트, 고(故) 에식스 백작의 반역 기도 및 실행 보고서>(1601년)를 작성했다.

  이 무렵에 베이컨은 과학과 문학 방면에까지 저작활동을 하여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1597년에 <수필집(Essays)>초판을 간행했다. 이 수필집 속에 ‘선악의 명암’이라는 제목의 소책자가 들어 있었는데, 여기에 처음으로 그의 야심 찬 계획 -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한 학문의‘대혁신’- 이 언급되어 있다. 1605년에 <학문의 진보(The Advancement of Learning)>를 간행했는데, 이것은 그의 계획의 제1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제임스 1세가 왕위를 계승한 후 베이컨은 급속히 권좌에 올랐다. 1607년에 법무차관, 1613년에 법무장관, 1617년에 국새상서의 자리에 오른 데 이어 그 이듬해에는 대법관이 되었고, 같은 해 베룰럼 남작이 되었다. 1621년에는 세인트 올번스 자작 칭호를 얻었다.

  1621년 베이컨은 의회의 공격목표가 되었는데, 이때 의회는 베이컨뿐만 아니라 왕실 자체에도 대항했다. 베이컨은 소송인들로부터 선물 혹은 뇌물을 받은 죄로 기소되었다. 귀족원은 그에게 유죄판결을 내려 4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하고 모든 공직에서 추방하고 ‘법정의 구역 안’에는 절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이 판결이 그대로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베이컨은 그 이후 두 번 다시 공직에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말년을 ‘대혁신’을 집필하면서 보냈다. 그의 말년의 자작들은  1614~1617년에 씌어진 <신 아틀란티스(New Atlantis)>를 제외하면 전부 다 그의 원대한 계획 ‘대혁신’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1620년에 쓴 <신 기관(Novum Organum)>은 6부작 계획의 제2부에 해당 하는 것이었다. 1626년 4월 9일 죽음이 닥쳐오는 순간에도 베이컨은 그 계획에 몰두하고 있었다.


3. 내용 요약

  제 1 권  (우상) 파괴 편

☞ 근대정신의 싹을 틔우다

  당시에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지식인들 사이에는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의 학풍과 스콜라 철학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베이컨은 이러한 학문 방법으로는 결코 이용후생의 길을 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당시의 기술자, 수학자, 의사, 연금술사, 마술사들은 노력도 부족하고 이렇다 할  성과도 못 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자연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이들이 인간정신의 능력만을 무작정 찬양하면서 그 올바른 보조수단을 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 논리학은 새로운 지식을 얻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시의 논리학, 즉 삼단논법은 명제로 구성되고 명제는 단어로 구성되고 단어는 개념의 기호로 구성되는데, 건물의 기초에 해당하는 이 개념이 모호하거나 함부로 추상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개념들을 기초로 세운 구조물은 결코 견고할 수 없다. 즉 삼단논법이 전제로 사용하고 있는“원리나 핵심공리”그 자체의 진리성이 의심스럽기 때문에 삼단논법의 결론은 기껏해야“자연에 대한 예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베이컨은 “중간 수준의 공리”에 희망을 걸어야 하고, 이 일은 단계적으로 상승하는‘참된 귀납법’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논리학이 이러한 “단계적 상승법”을 결여하고 있는 한  ‘중간 수준의 공리’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므로 “혁신은 근본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근본적 혁신이란 ‘자연에 대한 해석’을 가능케 할 ‘새로운 논리학’의 수립이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다음의 본문에서 확인 할 수 있다.

☞  본문 들여다보기

1  인간은 자연의 사용자 및 자연의 해석자로서 자연의 질서에 대해 실제로 관찰하고, 고찰한 것만큼 무엇인가를 할 수 있으며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상의 것은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

2  맨손으로는, 또한 그냥 방치된 지성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손도 도구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듯이, 지성도 도구가 있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도구를 쓰면 손의 활동이 증진되거나 규제되는 거처럼, 인간의 정신도 도구를 사용하면 지성이 촉진되거나 보호된다.

6  지금까지 실행된 적이 없던 일이,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 실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사고방식이며 모순된 생각일 것이다.

12  현재의 논리학은 진리를 탐구하기보다는 (통속적인 개념에 근거를 두고 있는) 오류들을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로움은 없고 해롭기만 하다.

15  현재로서는 논리학에도 자연학에도 견실한 개념이 없다. 실체, 성질, 능동, 수동, 현존 등은 명확한 개념이 아니다. 생성과 소멸, 원소(元素), 질료(質料)와 형상(形相)등의 개념들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개념들이 공상의 산물이며, 명확히 규정된 것들이 아니다.

18  지금까지의 학문에서 발견된 것들은 대체로 통속적인 개념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심오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욱 확실하고 견고한 방법으로 사물로부터 개념과 공리를 이끌어내야 한다.

19  진리를 탐구하고 발견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으며, 이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 하나는 감각과 개별자에서 출발하여 일반적인 명제에 도달한 다음, 그것을 제1원리로 혹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진리로 삼아 중간 수준의 공리를 이끌어 내거나 발견하는 것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감각과 개별자에서 출발하여 지속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상승한 다음, 궁극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명제에까지 도달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과학적 방법이다.

22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방법은 어느 쪽이든 감각과 개별자에서 출발해 가장 일반적인 것에 도달한다. 그러나 양자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게 크다. 전자는 경험의 한계와 개별적인 것들을 피상적으로 건드리는 데 불과하지만, 후자는 꾸준히, 그리고 올바른 순서를 따라 그 본질에까지 육박한다. 전자는 처음부터 추상적이고 쓸모없는 일반적 명제를 설정하지만, 후자는 자연에서 실제로 가장 일반적인 원칙에 이르기까지 한 걸음씩 꾸준히 올라간다.

26  설명의 편의를 위해 오늘날 우리들이 자연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추론을 경솔하고 미숙한 것인 만큼‘자연에 대한 예단’이라 부르기로 하고, 사물로부터 적절하게 추론된 것을 ‘자연에 대한 해석’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30  모든 시대의 모든 지자(知者)가 함께 힘을 합해 돕는다고 하더라도 예단 가지고는 학문에 진보가 있을 수 없다. 정신이 이미 ‘소화’(消化)해 버린 근본적인 잘못은 그 후에 아무리  훌륭한 수단으로 치료하려 해도 소용이 없다.

31  낡은 것에 새 것을 더하거나 잇대어 깁는 것으로 학문이 크게 진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한 지점에서 뱅뱅 돌거나, 대수롭지 않은 진보에 그칠 뿐이다. 혁신(革新)은 근본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32  그렇다고 고대의 철학의 창시자들 또는 모든 창시자들의 명예가 손상될 것은 조금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관심사는 그들의 지능이나 능력을 우리와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비교하자는 것이며, 또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재판관으로서가 아니라 안내자로서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37  우리의 방법은 출발점에서는 회의론자들의 방법과 얼마간 일치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결론에서는 크게 다르고 완전히 반대된다. 회의론자들은 절대로‘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단정하고 있으며 우리도 현재의 방법으로서는 극히 조금밖에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바이지만, 그 다음의 주장이 서로 다르다. 회의론자들은 감각과 지성의 권위를 완전히 부정하는 길로 나아가지만, 우리의 주장은 감각과 지성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알아보고 도와주자는 것이다.

☞ 인간의 이성에 대한 논박

  베이컨은 진리탐구와 자연에 대한 해석을 위해서는 참된 귀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참된 귀납법’을 채택하기만 하면 저절로 자연의 진리가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그전에 인간의 정신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편견, 즉 ‘우상’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우상들은 인간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리조차도 얻을 수 없게 만든다. 인간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는 우상에는 네 종류가 있다.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및 극장의 우상이 바로 그것이다. 

☞  본문 들여다보기

38  인간의 지성을 고질적으로 사로잡고 있는 우상과 그릇된 관념들은 인간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리조차도 얻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므로 인간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용의주도하게 그러한 우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않는 한, 학문을 혁신하려고 해도 곤경에 빠지고 말 것이다.

39  인간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는 우상에는 네 종류가 있다. 편의상 이름을 짓자면 첫째는 '종족의 우상'이요, 둘째는 ‘동굴의 우상’이요, 셋째는 ‘시장의 우상’이요, 넷째는 ‘극장의 우상’이다.

40   이러한 우상들을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참된 귀납법으로 개념과 공리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상들을 찾아내는 것만 해도 대단히 유익한 일이다. 소피스트의 궤변을 연구하면 논리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우상에 대한 올바른 연구 역시 자연에 대한 해석에 도움이 된다.

41  ‘종족의 우상’은 인간성 그 자체에, 인간이라는 종족 그 자체에 뿌리박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감각이 만물의 척도다’라는 주장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이것은 물론 그릇된 주장이지만, 인간의 모든 지각은 감각이든 정신이든 우주를 준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을 준거로 삼기 쉽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표면이 고르지 못한 거울은 사물의 그 본모습대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서 나오는‘반사’광선을 왜곡하고 굴절시키는데, 인간의 지성이 꼭 그와 같다.

42  ‘동굴의 우상’은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우상이다. 즉 각 개인은 모든 인류에게 공통적인 오류와는 달리 자연의 빛을 차단하거나 약화시키는 동굴 같은 것을 제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개인 고유의 특수한 본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그가 받은 교육이나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그가 읽은 책이나 존경하고 찬양하는 사람의 권위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첫 인상의 차이(마음이 평온한 상태에서 생겼는지, 아니면 선입관이나 편견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생겼는지)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정신은 각자의 기질에 따라 변덕이 심하고, 동요하고, 말하자면 우연에 좌우되는 것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인간은 넓은 세계에서가 아니라 상당히 좁은 세계에서 지식을 구하고 있다.’고 했는데, 매우 정확한 지적이라 하겠다.

43  또한 인간 상호간의 교류와 접촉에서 생기는 우상이 있다. 그것은 인간 상호간의 의사소통과 모임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시장의 우상’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인간은 언어로써 의사소통을 하는데, 그 언어는 일반인들의 이해수준에 맞추어 정해진다. 여기에서 어떤 말이 잘못 만들어졌을 때 지성은 실로 엄청난 방해를 받는다. 어떤 경우에는 학자들이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할 목적으로 새로운 정의나 설명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태를 개선하지는 못한다. 언어는 여전히 지성에 폭력을 가하고, 모든 것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인간으로 하여금 공허한 논쟁이나 일삼게 하고, 수많은 오류를 범하게 한다.

44  마지막으로 철학의 다양한 학설과 그릇된 증명방법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생기게 된 우상이 있는데, 나는 이를 ‘극장의 우상’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지금까지 받아들여지고 있거나 고안된 철학체계들은, 생각건대 무대에서 환상적이고 연극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각본과 같은 것이다. 현재의 철학체계 혹은 고대의 철학체계나 학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와 같은 각본은 수없이 만들어져 상연되고 있는데, 오류의 종류는 전혀 다르지만 그 원인은 대체로 같다. 철학만 그런 것이 아니다. 철학 이외에 구태의연한 관습과 경솔함과 태만이 만성화되어 있는 여러 분야의 많은 요소들과 공리들도 마찬가지다.

☞ 여러 가지 논증과 철학에 대한 논박

  베이컨은 불충분한 소수의 사례만으로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세 부류들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비판한다. 첫째 부류는 궤변파 철학자들이고 둘째 부류는 경험파 철학자, 세 번째 부류는 미신을 주장하는 철학자이다. 궤변파 철학자들은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을 그것이 얼마나 확실한 것인지 주의 깊게 보거나 고찰해보지도 않은 채 그 밖의 모든 것을 사색이나 정신의 활동으로 해결하려는 철학자들을 말하며 아리스토텔레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경험파 철학자들은 몇 번의 실험을 주의 깊게 열심히 해본 다음, 대담하게도 그것을 근거로 철학의 체계를 수립하는데, 모든 것을 그들의 실험에 맞추려 드는 사람들이다. 미신을 주장하는 철학자들은 신앙과 종교적 숭배심 때문에 신학(神學)과 전통을 끌어들이고 영혼에게서 학문을 구하려 드는 자들을 말한다.

  베이컨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오류의 원인과 그 오류가 여러 시대를 거치는 동안 고질화 된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그럼으로써 왜 그토록 오랫동안 귀납적 연구방법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는지를 말한다. 베이컨이 말한 오류의 원인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학문에 우호적인 시대가 시간적으로 짧았다], [자연철학이 항상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자연철학을 연구하는 사람 중에서 그 일에 전심전력하는 사람이 거의 드물다], [연구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했다], [체통에 구애된 허영과 편견이 있다],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 일반적 동의가 만연되어 있다], [ 학교나 대학 의 시설들 보면, 관습이나 제도가 학문의 진보를 방해하고 있다]
  베이컨은 또한 논증이나 널리 승인된 철학과 학설에 대해 논박하면서 참된 귀납법이 우리의 학문과 기술의 발견 및 증명에 유용한 논증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귀납법은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방법이고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베이컨은 자연에서 직접 진리를 구하는 방법으로서 특히 ‘실험’을 강조했다. “자연의 비밀은 제 스스로 진행되도록 방임했을 대보다는 인간이 기술로 조작을 가했을 때 그 정체가 훨씬 더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주요한 주제들에 대한 실험결과들을 수집. 기록한 자연지야말로 자연과학의 근거와 기초가 된다고 믿었다

  베이컨은 학문이 인간의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그는 인쇄술과 화약 나침반에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 또한 그는 그런 중요한 발견(발명)이 지금까지의 학문적 전통과는 무관하게 ‘우연히’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특별히 주목했다. 베이컨은 “인쇄술은 필사기술이 발달한 것이 아니며, 대포는 발석차가 개선된 것이 아니다. 나침반도 지금까지 뱃사람들이 쓰던 기구가 개량된 것이 아니고, 명주실도 양모제품이나 식물섬유를 들여다보고 있던 사람이 발견한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앞서 살펴본 과거의 잘못을 시정하고 새로운 논증방법을 이용한다면 절망은 사라지고 희망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하며 파괴 편을 마무리 하고 있다.

☞  본문 들여다보기

63  아리스토텔레스가 첫째 부류의 가장 두드러진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논리학으로 자연철학을 온통 망쳐놓고 말았다. 그는 논리학의 범주로써 세계를 해석하여, 가장 고귀한 실체인 인간의 영혼을 유(類) 개념으로 파악했는데 이 유 개념은 사물의 본질을 나타내는 개념에 비해 부차적 중요성을 지니는 것이다. (생략) 그는 사물의 내적 진리를 추구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럴듯하고 멋진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명제를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더욱 고심했다.

64  그러나 경험파의 철학은 궤변파보다도 더욱 조잡하고 기괴한 학설을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경험파는 통속적인 개념의 빛을 완전히 무시한 채 한정된 실험의 어둠 속에서 이론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부류의 철학은 날마다 그와 같은 실험에 종사하여 상상력이 완전히 고갈된 사람들에게는 그럴듯하게, 아니 거의 확실하게 보일지 몰라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이야기가 될 뿐이다. 연금술사들과 그들의 학설이 딱 알맞은 예가 될 수 있겠는데, 현재로서는 길버트의 철학 외에는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생략)

65  미신과 신학이 뒤섞이는 바람에 생긴 철학의 타락은 훨씬 더 심각하여 철학체계 전체에, 그리고 철학 구석구석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다. (생략) 그런데 오늘날에도 이런 헛된 숭배에 빠져들어 <창세기>나 <욥기>와 같은 성경 구절에 기대어 자연철학을 세우려고 애쓰고 있는 자들이 있으니 이것은 실로 “산 자 가운데서 죽은 자를 찾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신학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이처럼 어리석게 결합되면, 공상적인 철학이 등장하기도 하고 이단적인 종교가 출현하기도 하는 것이니, 그와 같은 헛된 숭배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고 규제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앙에 속하는 것만을 분별해 믿는 정신이야말로 참으로 건전하고 지혜로운 것이다.

70  경험이야 말로 그 어떤 것보다도 우수한 논증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디까지나 실제로 이루어진 실험의 범위 안에서만 그러하다. 왜냐하면 어떤 실험에서 얻은 경험을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사례에까지 무분별하게 적용할 경우에는 그릇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생략) 시기상조의 응용에 나서는 것은 아탈란타가 황금사과를 줍느라고 한눈을 팔다가 승리를 코앞에서 놓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진정한 실험의 길은 하느님의 지혜와 그 정한 순서를 본받는 것이다. 하느님은 첫째 날에 빛을 만드셨는데, 그날에는 하루 종일 그 일만 하셨고 다른 어떤 물질도 만들지 않으셨다. 그와 같이 우리도 무슨 실험을 하든지 우선 원인과 진실 된 공리를 찾아내는데 주력할 것이요, 이익을 가져오는 ‘수익(收益)실험’보다는 빛을 가져오는 ‘계명(啓明)실험’에 치중해야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탐구되고 수립된 공리는 작은 성과를 찔끔찔끔 내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성과를 줄줄이 다발로 가져온다. (생략)

77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적어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일반적 동의를 얻은 것이 아니냐. 그의 철학이 생긴 이후 그 이전의 철학은 전부 학파(學派)가 끊어졌고, 그 이후에는 더 나은 철학이 생기지 않았으니, 이렇게 당대나 후대를 통틀어 지지를 얻은 만큼 그의 철학이 우수하고 기초가 튼튼했기 때문이 아니냐.’ 그래, 어디 한번 생각해보자. 우선 첫째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이 나온 후에 그 이전의 철학은 모두 학파가 끊어졌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옛날 철학자들의 저작은 꽤 오래도록, 키케로 시대와 그 다음 시대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야인들이 로마 제국에 침략하여 인간의 학문이, 말하자면 난파를 당했을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플라톤의 철학만이 그 험한 시대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게 되었는데, 이는 그들의 철학이 가볍고 견고하지 못한 판자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만인의 동의를 얻었다는 것도 잘 살펴보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진정한 동의는 먼저 사실을 잘 조사해본 다음에 자유로운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말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동의한 사람들 대다수는 선입관이나 다른 사람의 권위를 추종하여 자기를 팔아치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동의는 동의라기보다는, 일창백화(一唱百和)로 대세에 휩쓸려 따라다닌 것이요, 두엄 지고 장(場)에 나선 부화뇌동이라 해야 마땅하다.

  설령 그 동의가 실제로 폭넓은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확고부동한 권위의 증거가 될 수 없거니와, 오히려 그 반대의 의심을 품게 만드는 일이다. 신학이나 정치처럼 투표에 의한 결정이 인정되어 있는 영역이라면 모르되, 지적인 문제에서는 만장일치로 내리는 결론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앞에서 이미 살펴본 것처럼, 대중의 찬성은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통속적인 개념의 끈으로 지성을 꽁꽁 묶어놓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키온이 “대중이 찬성하고 갈채를 보내면, 돌이켜 자기에게 오류나 과실이 없는지를 즉시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 격언은 도덕의 영역뿐만 아니라 지식의 영역에 적용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의견일치’의 징후는 결코 축하할 일이 못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재 유행하고 있는 철학과 여타 학문의 진리성과 견실성에 대한 징후는 그 철학의 기원으로 보나, 성과로 보나, 발달의 경과로 보나, 창시자의 고백으로 보나 혹은 일반의 동의로 보나 하나같이 불길한 것들뿐이다.

96  순수 자연철학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금 있는 자연철학은 온통 불순물로 오염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학파의 자연철학은 논리학에 오염되어 있고, 플라톤 학파의 자연철학은 자연신학에 오염되어 있다. 신플라톤학파, 즉 프로클로스 등의 자연철학은 수학에 오염되어 있는데, 수학은 자연철학을 생성하거나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철학을 완성시킬 때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자연철학이 등장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희망을 가져도 좋다.

100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실험을 탐색하고 획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시도된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과 순서와 과정으로 진행해야 한다. 모호하고 변덕스러운 경험은 어둠속을 헤매는 것과 같은 것이며, 인간을 계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깜짝 놀라게 할 뿐이다. 경험이 일정한 법칙을 따라 바른 순서에 의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학문이 한층 더 진보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도 좋다.

102  개별적인 사례들은 수없이 많고, 그 개미떼 같은 대군은 사방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지성이 혼란을 일으키거나 헷갈리기 쉽다. 그러므로 소규모 접전이나 기동전이나 습격 같은 전술로는 도저히 이 대군을 감당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탐구주제에 관한 개별적인 사례들을 적절한 순서로 일목요연하게 분류 &#8228; 정리 &#8228; 정돈해서, 말하자면 살아 있는 ‘발견표’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정신은 이러한 발견표가 제공하는 잘 정리된 자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103  그러나 이와 같은 수다한 개별적인 사례들이 일목요연하게 수집 &#8228; 정리된 상태로 눈앞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곧바로 새로운 개별적인 사례나 성과를 탐구하거나 발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설령 그렇게 할 경우에도 거기에 머물러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물론 한 개인이 일목요연하게 수집 &#8228; 정리된 실험결과들을 놓고, 이른바 ‘학문적 경험’으로 판단을 내릴 경우에도 기술의 이전(移轉)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와 같은 ‘학문적 경험으로는 대단한 발견을 기대할 수 는 없다. 우리가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발견은 개별적인 사례들로부터 일정한 방법과 규칙에 의해 도출된 공리의 새로운 빛이다. 이 공리가 나오고 나면 곧 이 공리에 의해 새로운 개별적인 사례들이 차례로 밝혀지게 된다. 우리가 가는 길은 평지가 아니라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어서 공리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성과에 이르는 것이다.

105  일반적 공리를 수립할 때는 지금까지 사용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형식인 귀납법으로 해야 한다. 제1원리라는 것에 대해서는 물론, 중간 수준의 공리, 아니 요컨대 모든 공리의 증명과 발견에 이 귀납법을 사용해야 한다. 내가 말하는 귀납법은 보통 소수의 사례, 그것도 손쉽게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믿을 만한 결론을 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 한 가지라도 반대사례가 나타나면 결론이 당장 무너지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

  학문과 기술의 발견 및 증명에 유용한 참된 귀납법은 적절한 배제와 제외에 의해 자연을 분해한 다음, 부정적 사례를 필요한 만큼 수집하고 나서 긍정적 사례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귀납법은 플라톤이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이데아가 무엇인지를 논의하면서 잠깐 시도해본 것을 빼면 지금까지 아무도 사용해본 일이 없고 시도해본 일도 없다. 참된 귀납법 혹은 진정한 증명방법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해야 하거니와, 특히 사람들이 삼단논법에 쏟아왔던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29  (생략)다음으로 발병된 것의 힘과 효능과 결과를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이것은 고대인들은 전혀 모르고 있던 3대 발명, 즉 인쇄술, 화약, 나침반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천지개벽을 가져왔으니, 인쇄술은 학문에서, 화약은 전쟁에서, 나침반은 항해에서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또한 그로 말미암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변화가 천지에 가득했으니, 그 어느 제국도 그 어느 종파도 그 어느 별도 인간의 생활에 이 세 가지 발명보다 더 큰 힘과 영향을 미친 것은 없었다.

130  이제 자연을 해석하는 기술 그 자체에 대해 말할 때가 되었다. 나는 여기에서 제시한 지침이 매우 유용하고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이 필요불가결하고 완전한 것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내 생각으로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자연지와 경험지를 앞에 놓고 다만 두 가지만 주의하면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정신 본래의 힘만으로도 우리가 설명한 자연에 대한 해석 방법에 도달할 수 있다. 첫째로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이며, 둘째로 적당한 시기가 될 때까지 성급한 일반화의 유혹을 물리치는 일이다. 왜냐하면 정신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이 제거된 상태에서 정신이 올바르고 성실하게 활동하기만 하면 그것이 곧 자연에 대한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

제 2 권 (진리) 건설 편

☞ 자연의 해석을 위한 기술과 규칙

  파괴 편에서 논했던 우상들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연히 얻은 경험이 아니라 계획된 실험을 통해 얻은 경험에서 중간 수준의 공리를 이끌어 내고 이 공리에서 다시 새로운 실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중간 수준의 공리”란 바로 사물의 ‘형상’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형상’이라는 말은 스콜라 철학자들의 어법에서는 ‘목적인’을 의미하지만, 베이컨의 어법에서는 ‘법칙’을 의미한다. 즉 베이컨은 “어떤 질료나 물체 속에 들어 있는 단순 본성들, 이를테면 열 빛 무게 같은 단순 본성들의 그 물체를 지배하고 구성하고 규제하는 활동 법칙”을 ‘형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따라서 “열의 형상이라는 것은 열의 법칙과 같은 것이요, 빛의 형상은 빛의 법칙과 같은 말이다.”

  사물의 본성을 지배하는 법칙을 알아야 어떤 물체에 새로운 본성을 부여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의 힘이다. 그러므로 학문의 과업은 “어떤 물체의 본성의 형상이나 그 본성의 진정한 종차를, 그러한 본성을 낳는 본성을, 그러한 본성이 유래되는 근원을 발견하는 것”이며, “작용인과 질료인이 형상을 만들어내는 연속적인 과정을, 즉 모든 물체의 생성과 운동 속에 숨어 있는 ‘잠재적 과정’을 발견하는 것”이며, “운동하지 않고 정지해 있는 물체에 대해서는 그 속에 숨어 있는 ‘잠재적 구조’를 발견하는 것”이다.

“자연을 해석”하는 문제는 두 부문으로 나뉘는데, 한 부문은 “경험으로부터 공리를 추론하는 것”과 관련된 일이고, 또 한 부문은 “공리로부터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과 관계되는 일이다. 제1의 부문은 또한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1)감각에 대한 보조, 2)기억에 대한 보조, 3)정신 혹은 이성에 대한 보조가 바로 그것이다. 근대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경험적 기초 위에 가설을 수립한 다음 이 가설을 검증할 관찰을 그 가설로부터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베이컨은, 말하자면 가설 수립을 위해 “완전하고 정확한 자연지와 실험지를 준비해야한다”고 말한다.

  베이컨은 가설의 수립과 검증 과정을‘열’을 예로 들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형상에 대한 탐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존재와 현존의 표’를 만드는 일이다. ‘존재와 현존의 표’에는 ‘긍정적 사례’를 열거한다. 예를 들면 햇빛, 번개, 부싯돌에서 생기는 불꽃, 동물의 체내, 진한 황산, 이르기까지 열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적는다.

  그 다음으로 ‘근접사례 중 일탈 혹은 부재의 표’를 만든다. ‘근접사례 중 일탈 혹은 부재의 표’에는 ‘부정적 사례’를 열거 한다. ‘부정적 사례’는 “긍정적 사례로 분류될 수 있음직한 것들 중”에서, 또한 “열을 가지고 있는 물체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물들 중”에서 열을 결여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 예로 베이컨은 달빛이 “촉감으로는 열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햇빛에 대한 부정적 사례에 속하고, 차가운 공기가 뜨거운 증기에 대한 부정적 사례에 속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는 ‘비교표’를 만든다. 이는 열이 서로 다른 정도로 존재하고 있는 사례들을 모은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동물의 열은 움직이면 올라가고, 신체 부위에 따라 다르다. 태양도 지구로부터 원지점에 있을 때보다는 근지점에 있을 때 더 많은 열을 내고, 햇빛을 수직으로 받고 있는 지역이 사양을 받고 있는 지역보다는 더 많은 열을 받는다.

  이 세 가지 표를 만들어야 열의 본성에 대한 귀납적 추리가 시작된다. 첫째로 열이 존재하는 긍정적 사례들을 놓고 보았을 때 그 사례들 가운데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어떤 본성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둘째로 열이 부재하는 사례들을 놓고 그 사례들 가운데 발견되는 어떤 본성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셋째로 열이 증가하는데도 감소하고 있거나 그 반대현상을 보이고 있는 어떤 본성들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러한 본선들을 찾아내어 “제외 또는 배제”하는 것이다. 이 제외와 배제가 적절히 이루어지고 나면 열의 긍정적 형상만 남게 된다.

  이러한 귀납추리를 통해 베이컨이 얻은 ‘최초의 수확’은 열이 특수한 성격의 운동이라는 것이다. 즉 운동이 열의 유적 본성이고, 위 방향으로 향하는 팽창운동이라는 것과 물체의 작은 분자 사이에서 저지, 반발, 격퇴 등이 신속하게 일어나는 팽창운동이라는 것 등이 열의 종적 본성이다.

  베이컨은 그 다음으로 ‘특권적 사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권적 사례’는 다른 사례에 비해 이론적으로나 실용적으로 가치가 더 큰 사례를 말한다. 예를 들면 무게의 본성을 연구할 때 보통 물체가 견고할수록 무겁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은은 액체인데도 무섭다. 그러므로 수은은 무게에 관한 사례 가운데서도 매우 중요한 ‘특권적 사례’에 속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적 물체의 운동을 연구할 때에는 낮게 나는 혜성, 동에서 서로 회전하는 공기의 운동, 밀물과 썰물 등이 특권적 사례가 되고, 물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감을 연구할 때에는 거울과 눈, 나무의 수지와 돌 속의 보석, 등과 같은 ‘상사’ 관계에 있는 사례들이 특권적 사례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베이컨은 “감각기관을 도와주는 것” 과 “이성을 도와주는 것” 및 “작업에의 응용을 도와주는 것” 등 모두 27가지를 나열하고 있다.

  건설 편은 이 27가지 ‘특권적 사례’에 대한 고찰에서 끝나고 있으나 원래 계획은 “1) 특권적 사례에 대해, 2) 귀납의 지주에 대해, 3) 귀납의 정정에 대해. 4) 주제의 본성에 따른 탐구의 변화에 대해, 5) 탐구에 관한 특권적 본성에 대해, 즉 먼저 탐구해야 할 것과 나중에 탐구해야 할 것에 대해, 6) 탐구의 한계에 대해, 즉 우주의 모든 본성의 일람에 대해, 7) 실천적인 응용에 대해, 즉 인간과 관련된 것에 대해, 8) 탐구를 위한 준비에 대해, 9) 마지막으로 공리의 상승적 단계와 하강적 단계에 대해” 서술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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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리가 말하는 ‘잠재적 과정’이라는 것은 사람의 정신으로 금방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잠재적 과정’은 물체 자체가 드러내 보이는 양적 관계나 징후 혹은 단계적 과정이 아니라 그 대부분이 사람의 감각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하나의 연속적 과정이다. 예를 들면 모든 물체의 생성과 변형 과정에서 무엇이 소멸하고 무엇이 잔존하는지, 무엇이 부가되는지, 무엇이 팽창되고 무엇이 수축되는지, 무엇이 결합되고 무엇이 분리되는지, 무엇이 연결되고 무엇이 절단되는지 등 여러 가지를 탐구해야 한다. (생략)

11  형상에 대한 탐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첫째 탐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본성에 대해 우선 질료는 전혀 다르지만 본성이 동일한 모든 알려진 사례를 수집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 수집을 할 때에는 쓸데없는 궁리를 하지 말고, 또 너무 미세하게 하지도 말고, 다만 사례가 나타나는 순서에 따라 해야 한다. 열의 본성을 탐구할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12  다음으로 둘째 탐구대상본성을 결여하고 있는 사례를 수집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형상은 주어진 본성이 현존하는 곳에 현존하고, 그 본성이 현존하지 않는 곳에는 현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를 모두 모으려면 한도 끝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정적 사례는 긍정적 사례로 분류될 수 있음직한 것들 중에서 찾아야 하며, 탐구대상본성을 가지고 있는 물체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물들 중에서 그 본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를 찾아야 한다. 이 표는‘근접사례 중 일탈 혹은 부재의 표’라고 부르기로 한다. (생략)

13  셋째로 탐구대상본성이 서로 다른 정도로 존재하고 있는 사례를 모아야 한다. 이것은 동일한 대상을 놓고 그 본성의 증가와 감소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하든지, 아니면 여러 가지 대상을 놓고서 그 본성의 다소의 정도에 따라 비교하는 방식으로 하든지 어느 쪽이든 좋다. 사물의 형상은 사물 그 자체 이며, 사물이 형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현장과 실재의 차이일 뿐이며, 외적인 것과 우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과의 차이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본성의 증감 정도에 따라 형상도 똑같이 증감하지 않는 한 어떠한 본성도 진정한 형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처럼 본성의 정도나 증감을 나타내는 표를 ‘정도표’ 혹은 ‘비교표’라고 부르기로 한다.

17  ‘형상’의 개념과 관련해서 반드시 주의하고 명심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다. 내가 말하는 ‘형상’을 지금까지 사람들의 사변과 사유에 익숙해져 있는 형상과 혼동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생략) 또한 단순 본성에 관해서도 내가 말하는 형상은 질료와 아무런 상관없이 규정되어 있거나 혹은 잘못 규정되어 있는 추상적인 형상이나 관념(이데아)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생략)

20  진리는 혼란보다는 오히려 오류에서 얻을 수 있으므로 앞에서 말한 세 종류의 표(존재표, 부재표, 정도표)를 작성하고 검토한 다음에는 이들 표에 제시된 사례를 가지고 혹은 다른 방법으로 얻은 사례를 가지고 자연을 해석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수행하도록 정신을 자유롭게 두는 것이 유익한 일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시도를 나는 ‘지성의 해방’ 혹은 ‘해석의 단초’ 혹은 ‘최초의 수확’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생략) 이것이 지성의 해방에 의해 우리가 얻게 된 열의 형상에 대한 최초의 수확 혹은 해석의 단초이다. 그런데 이 최초의 수확에 의하면, 열(인간의 감각에 관계된 것이 아니라 우주에 관계된)의 형상 혹은 진정한 정의 는 다음과 같이 간추릴 수 있다. 즉 열이라는 것은 억제된 상태에서 저항하는 소 분자 사이의 팽창운동이다. 이 팽창운동은 모든 방향으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특히 위 방향으로 일어난다. 또한 소 분자 사이의 저항은 결코 완만한 것이 아니라 급속하고 격렬하다. 작업적 부문에 관해서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어떤 자연적 물체에다 자기 확장 혹은 팽창운동이 일어나게 하고, 또한 그 확장이 균등한 것이 아니라 일부는 일어나고 일부는 저지되도록 운동을 억제할 수 있다면 이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1  내가 만든 열의 존재표와 부재표 및 제외표를 이용해 최초의 수확을 얻었으므로 다음에서 지성이 자연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실 되고 완전한 귀납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자. 논의 도중 표에 나온 내용을 다룰 경우에는 열과 냉에 관한 논의를 계속하겠지만 소수의 사례만으로 족한 경우에는 열과 냉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것에 걸쳐 논의하기로 하자. 이렇게 하는 것이 탐구의 혼란을 줄이고 우리의 주장이 편협해지는 것을 막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1)특권적 사례에 대해, 2)귀납의 지주에 대해, 3) 귀납의 정정에 대해, 4) 주제의 본성에 따른 탐구의 변화에 대해, 5) 탐구에 관한 특권적 본성에 대해, 즉 먼저 탐구해야 할 것과 나중에 탐구해야 할 것에 대해, 6) 탐구의 한계에 대해, 즉 우주의 모든 본성의 일람에 대해, 7) 실천적인 응용에 대해, 즉 인간과 관련된 것에 대해, 8) 탐구를 위한 준비에 대해, 9) 마지막으로 공리의 상승적 단계와 하강적 단계에 대해 서술하겠다.

4. ‘질적 접근’의 한계와 의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에 대한 공격, 귀납법의 제창, 지적 편견과 오류에 대한 경고등을 보면 아무도 베이컨이 일류 철학자라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다. 그러나 17세기의 ‘천재들’이 열어준 근대 과학의 눈으로 베이컨을 돌이켜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로 그는 자신이 제안한 귀납 추론의 정당화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서 그 자료들을 몇 가지 기준에 따라 잘 분류해놓기만 하면 자연의 법칙이 저절로 발견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의 말을 빌면, “발견 자체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쉽게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그런 일을 했다고 믿었다. 그는 귀납법적 탐구의 위력을 자나 컴퍼스로 직선을 긋거나 원을 그리는 일에 비유했는데, 오늘날처럼 방법론이 세련된 과학에서도 자나 컴퍼스와 같은, 진리 발견의 자동 기계는 없다. 또한 전제가 옳다면 결론도 반드시 옳음을 보장하는 연역적 추론과는 달리 귀납추리의 결론은 언제나 ‘정당화’의 문제를 야기한다. 18세기에 이르러 흄이 제기한 ‘경험론’의 난점은 오늘날의 과학사에서도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베이컨에게서 이런 문제에 대한 ‘주의’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일인지도 모른다. 그는 자료들을 일별하면서 그의 머리에 떠오른 ‘이성적 추론’을 더 이상의 정당화가 필요 없는, 누구에게나 자명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정신 본래의 힘만으로도” 자연에 대한 “과학적” 해석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둘째로 그는 과학에서 ‘가설’이 하는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가설의 인도를 받지 못하면 무엇을 관찰해야 하는지, 어떤 실험을 해보아야 하는지, 어떤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지를 정할 수 없다. 그는 이론적으로 두 가지 능력, 즉 경험(실험)의 능력과 이성의 능력이 “긴밀한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그리하여 꿀벌이 꿀을 만드는 것처럼 지식을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람프레히트가 재미있게 지적한 것처럼, 정작 그 자신은 ‘개미’에 가까운 자세를 취했는데, 이것은 바로 가설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신기관>에서 장황하게 예시한 여러 가지 사례 및 실험결과에서 ‘열’의 본성에 관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열의 본성이 운동이라는 결론을 마치 그가 수집한 열에 관한 사례들로부터 ‘자동적으로’ 이끌어낸 듯이 말하고 있지만, 오히려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그 결론에 부합하는 사례들을 수집해놓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더욱이 이‘결론’은 당시의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베이컨은 당대의 과학적 성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예컨대 천체의 회전에 관해서도 이른바 ‘케플러 제1법칙(타원궤도의 법칙)’이 1609년에 발표되었지만 베이컨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셋째 데카르트와는 달리 그는 물리학에서 수학이 하는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과 같은 형이상학적 관념이나‘정기’와 같은 중세적 관념을‘작용’ 또는‘효과’라는 근대적 관념으로 바꾸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수학적인 양으로 관찰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질적으로 서로 다른 구분을 하는 것으로 끝내고 말았다. 여기에서 우리는‘양적 측정’보다는 형이상학적 직관과 ‘질적 분류’를 주로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그러므로 베이컨은 예컨대 (오늘날에는‘온도’라는 동일척도에 의해 파악하고 있는) ‘열과 냉’을 질적으로 서로 다른 개념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그는 오로지 질적인 관찰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관찰을 물리량으로 측정하는 근대 과학의 기본 원리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베이컨이 귀납적 방법론과 과학철학에 기여한 공로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는 인간의 지성이 빠져들기 쉬운 편견과 오류를 타파하고자 했으며, 지식 생산을 위한 새로운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새로운‘기관’이 실제로 필요했고, 베이컨이 예상한 것과 꼭 같지는 않았지만‘실험 물리학’같이 그가 주창한 기본 관념을 반영한 새로운 방법론이 나타났다. 17세기와 18세기를 통해 혁명적으로 발전한 과학의 세계는 데카르트와 갈릴레이의 수학적, 실험적 방법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19세기에 이르러 발달을 보게 된 근대의 생물학이나 심리학처럼 계량화가 어려운 학문 분야에서는 베이컨의‘질적 구분’이 다시 부활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중세 후기까지의 학문 방법을 ‘형이상학적 명상에 의한 질적 분류’로, 17세기 이후 19세기에 이르기까지의 근대 과학의 방법을 ‘실험에 의한 양적 측정’으로 단순화하여 표현할 수 있다면, 베이컨의 ‘실험에 의한 질적 분류’는 시대의 경계선상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정리:신승현 99egg@naver.com
 출처: SPR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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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