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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소개

안철수가 걸어온 길 : 서울대학교 의대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전임강사 및 의예과 학과장을 지내기도 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공대 및 와튼스쿨 기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스텐포드대 벤처비지니스 과정을 연수했다. 현재 안철수 연구소 이사회 의장으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육성과 정보보호 산업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채찍질하는 삶 - 안철수 외 2003

어릴 적 안철수 씨의 꿈은 과학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우주 과학자든 공학자든 과학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좋아했다. 어떤 분야의 과학자가 되든지 인류를 행복하게 할 훌륭한 발명품을 만드는 것이 나의 구체적인 희망이었다.

좀 더 자라서는 기계를 만지는 공학도를 꿈꾸었다. 뭐든지 만들고 분해하는 것을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 어려서부터 그는 내성적인데다가 발표력이 부족한 편이었다. 남 앞에 나서서 말을 잘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 만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공부도 그리 썩 잘하는 편이 못되어서 초등학생 때는 반에서 중간쯤을 유지했고, 중학교에 가서도 상위권이기는 했지만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성적이 많이 오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남들은 족보라 부르는 문제집을 가지고 공부하는 대신, 교과서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영화감상과 독서를 좋아하는 그는 바로 옆에서 천둥이 쳐도 모를 정도로 집중력이 대단한 편이다. 대학에 가서도 많은 지식과 정보를 책에 의존했다. 책은 미지의 세계를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는 의과대학 대학원을 다닐 때 평생을 간직할 좌우명을 얻었다. 히로나카 헤이스케(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드 상을 받은 바 있는 저명한 학자)의 자서전《학문의 즐거움》을 보면서, 평범한 사람이라도 노력을 거듭하면 천재보다 더 빛나는 업적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의과대학 생활을 하는 중에는 도저히 다른 일을 할 짬을 낼 수가 없었기에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그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모두 잠이 든 새벽녘에 일어나서 6시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면 평상시의 몇 배에 해당되는 일도 해낼 수 있었다. 새벽에 프로그래밍을 하고 원고마감이 임박한 칼럼을 쓰다가, 다른 사람이 일어나는 아침이 되면 준비를 마치고 의과대학으로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본과에 올라가면서 캠퍼스를 바꾸게 되었다. 1982년 가을, 인연이 있었던 친구의 집에서 같이 살기로 한 그는 친구의 방에서 처음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보았다. 중학교 때 잡지의 해외토픽으로 실렸던 PC를 처음 보게 된 것은 가슴 벅찬 일이었다.

그가 사람 대신 컴퓨터를 고치는 의사가 된 것은 박사 과정 시절인 1988년 ‘브레인’이라는 세계 최초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상륙했을 때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생물학적 바이러스와 개념적으로는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고, 때마침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던 터라 퇴치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외의 성과가 있었다. 그 후로 백신 프로그램을 공개한 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속해서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결국에는 백신과 관련된 벤처기업을 창업하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대 의학박사, 20대 의대 교수로 이어지던 순탄한 과정을 버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실마리는 그때까지 살아왔던 삶은 남이 보기에 좋은 삶이라는 나름의 결론에서 풀렸다. 의대 교수라는 타이틀은 남이 보기에 좋을지 모르지만, 컴퓨터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자부심, 보람, 사명감, 성취감 등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결국 14년 동안 공부해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던 의학을 깨끗이 포기하고 컴퓨터 보안 분야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1997년 6월, 세계적인 백신업체 맥아피에서 실리콘 본사로 그를 초청했다. 그들의 의도는 백신 V3를 인수하는 것이고, 조건은 1천만 달러였다. 그러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 제의를 거절했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보호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앞에서는 그 어떤 조건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CEO라는 자리는 의사나 프로그래머 같은 전문직보다 휠씬 더 종합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과 냉정함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그가 판단 기준으로 삼는 세 가지가 있다.
『원칙을 지킨다.』 힘든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켜 나간다면, 그것이 언젠가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본질에 충실 한다.』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본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항들만 고려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판단한다.』눈 앞의 순간적 이익에 연연하기에 앞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옳은 쪽으로 판단하고 차근차근 일을 진척시켜 나가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참고로, 그 스스로 정한 삶의 원칙 일곱 가지는,

하나,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둘, 높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셋,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넷,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며, 외부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섯, 항상 자신이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조그만 성공에 만족하지 않으며, 방심을 경계한다.
여섯,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곱, 천 마디 말보다는 한 가지 행동이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2. 본문 내용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변화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면, 바로 거기에서 시작한다. 내가 자유로운 이유...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승부 법! 당신은 삶과 비즈니스의 중심에 무엇을 위치시켰는가?」

글은 1995년 초에 쓴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의 마지막 글귀와 그 해 9월 미 펜실베니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그 후로 6여년의 시간이 흘러서 2001년 여름, 그동안 백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의사가 아닌, CEO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시작한다.

- 1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시작이다.

1994년 중반부터 1995년 초까지 거의 10개월간 비영리법인 형태의 컴퓨터바이러스 연구소를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그러나 끝내 수포로 돌아가고 한글과컴퓨터사의 제의를 받아들여 주식회사 형태의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하였다. 당시 직원모집 광고로 지원자가 150명 가까이 몰렸지만 기대하는 수준의 프로그램 개발자는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컴퓨터 백신을 만들어 본 경험자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형태의 연구소를 설립하자 주변에서는 자본의 논리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였다. 그러나 주식회사 형태를 취한 것은, V3의 시장대응력과 향상된 V3를 제공하고 유능한 개발자의 확보와 수출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것 때문이었다.

막상 회사를 세웠지만 시장이 없었던 것은 당시, V3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이 열릴 때까지 기술을 개발하면서 버텨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는 유학을 간다는 계획을 취소하지 않았다. 당시 그는 의학과 컴퓨터 양쪽 모두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메디컬 인포메틱스(medical information), 즉 의료정보학을 공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회사경영에 필요한 지식도 얻어야 했기에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EMTM과정(Executive Master of Technology Management:일종의 테크노MBA과정)이었다. 2년 후 그는 기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반MBA가 금융업, 제조업 등의 전 산업분야에 걸쳐 필요한 경영을 배우는 데 비해서, 테크노MBA과정은 말 그대로 첨단 기술의 경영에 관계된 부분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졸업할 무렵 그는 10년 이상 공부해온 의학과 완전히 결별하였다.

공부는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회사 일은 그 이외에도 여러 사람의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였다. 회사 일과 공부, 두 가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생활계획도 매우 빡빡하게 짰다. 일과 공부의 양이 늘어나자 잠자는 시간도 대폭 줄여야 했다. 펜실베니아 대학은 가을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는 지금도 캠퍼스의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한글과컴퓨터사가 보장했던 매출대금 지급이 늦춰지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계약 관계를 좀 더 세밀하게 하지 않은 그의 책임이 컸다. 직원에게 줄 월급조차도 전혀 없는 사태가 발생하여 결국 부모님께 처음으로 1천만 원을 빌렸다. 이 일을 계기로 얼마동안 그는 대표이사의 월급을 받지 않았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회사라는 것은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장부상으로는 흑자인데 현금이 부족한 경우가 생기며, 그러므로 늘 자금관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장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공부하며 가잘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경영은 종합 예술가과 같다는 것이었다. 유학 갈 때만 해도 경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경영학을 배우면서, 누구나 노력 여하에 따라 전문가가 될 수는 있지만, 성공적인 경영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당시 회사는 영업부문에서는 실적이 별로 없었고 한글과컴퓨터도 내부사정으로 회사지분을 주위에 매각하려 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구소를 후원해줄 기업을 찾았고 1년 만에 삼성SDS의 투자를 받게 되었다. 그것은 의미 있는 전략적 제휴가 되었다. 당시 외국 경쟁사들도 삼성그룹이 가지고 있는 큰 시장을 노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제휴로 삼성그룹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된 것이었다.

외국기업의 인수 제의를 받게 된 것은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는데 맥아피, 시만텍, 트렌드 등이 인수 제의를 해왔다. 하지만 일말의 갈등도 없이 그 제의를 거절하였고 회사는 나름대로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가지고 외국 업체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었다.

1997년 3월 삼성SDS가 지분 참여를 하여 1998년 10월 토털 V3 안티바이러스 솔루션을 완성하였다. 그는 1998년 새해를 병상에서 맞았다. 이유는 급성간염이었다.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그는 자기 몸 상태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 했다. 3개월간의 치료기간동안 회사 일에 대한 걱정 말고 개인적으로는 무덤덤했다. 그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 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했다.

그 후로 IMF 환란이 한창이었고, 기술개발을 비롯하여, 독자적인 영업을 궤도에 올리는 일, 맥아피 등 경쟁자들과의 관계 정립문제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7년 간 무료로 보급한 제품이었던 V3를 V3Pro97로 1만원의 기준가격으로 OEM 판매를 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치열한 경쟁으로 백신 소프트웨어의 OEM 공급가는 몇 백 원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었다. 그의 납품조건에 응한 PC 생산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1998년 최초로 수억 원 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리고 그 해 말에는 15억 원이라는 그 당시로는 비교적 큰 규모의 펀딩을 받았다. 적절한 펀딩 이었던 아니었던 회사는 조금씩 커져 갔다. 그렇지만 대폭적인 충원은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그가 회사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썼다.

그 시절 회사의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된 것은 미래시장을 대비한 꾸준한 제품기획과 개발이었다. 가장 바람직한 제품기획 모델로 거론되는 V3 Manager와 앤디(EnDe)를 기획한 것도 그 시절의 일이다. V3 Manager는 4세대 백신이라 할 수 있는데, 클라이언트 백신-서버 백신-인터넷 백신에 이어지는 관리형 백신이다. 앤디 기획은 IMF 환란이 한창이던 1998년에 시작했는데, 이 기획이 뛰어났다고 할 수 있는 것은 PKI(Public Key Infrastructure, 공개 키 기반구조)기반의 제품기획을 했다는 점에서 이다. 대부분의 PC보안 제품이 대칭 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면 객관적으로도 앞선 기획이었다.

제품기획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마인드, 실제적인 노력, 넓은 시야가 그것이다. 그 당시 해외사업부를 발족하였고, 시장 개척을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앤디를 앞서는 제품이 없어서 무척 기분이 좋았는데, 이스라엘의 아주 작은 벤처기업이 그의 회사와 동일한 개념으로 제품을 기획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것은 벤처기업의 제품기획력은 회사 규모가 아니라 다른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1999년 4월의 CIH바이러스 대란은 우리가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 겪어야 하는 혹독한 통과의례였다. 그것은 IT기술이 생활을 아주 편리하게 해주지만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 우리나라 백신 시장은 4배정도 커졌다. 바이러스 대란 이후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바이러스 대란과 관련하여 그는 이것을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굳이 표현한다면 그것은 ‘준비된 기회’였다.

- 2부 변화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

그는 1999년을 회사의 발전기로 기록한다. 바이러스 대란 이후로 시장규모가 커져 연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또 1999년 5월부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고 IMF환란으로 인한 경기불황으로 좋은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와 사무실 임대료가 크게 줄어 탄탄한 경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비하여 사업영역이 전략적으로 넓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인접영역으로의 진출로 보안솔루션을 개발하고 유관영역으로의 진출을 위해 조인트 벤처 합작회사로 보안서비스 분야에 접근하였다. 그래서 1999년 9월 데이콤 인터내셔널, 펜타시큐리티와 함께 보안 호스팅 서비스 전문 업체인 코코넛을 출범시켰다.

2000년 초, 회사는 당시 상황에 안주하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발전기 다음은 변화기라고 생각했다. 우선 헤이해지는 마음을 경계한다는 의미에서 일시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인식을 제거하고자 함이었다. 회사는 초심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했다. 변화의 가장 큰 줄기는 종합보안기업으로의 새로운 포지셔닝 이었다. 이를 위해 CI(Corporate Identity)작업을 하여 ‘안철수 연구소’로 회사명을 바꾸고 새 로고도 만들었다. 

새로운 사업부문으로 보안컨설팅 분야, 인터넷 사업부문-비지니스 모델 강화, ASP시스템 구축-을 추가하였다. 또 2000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해외 진출 방향은 자회사가 아닌 현지에 합작회사를 세워 영업으로 매출을 얻고 회사가 기술개발을 하는 윈윈구도로 끌고 갈 생각이었다.

회사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보안, 인터넷 서비스, 이 세 개의 영역이 겹쳐지는 중앙 접점에 독특한 포지셔닝을 하였다. 이는 시장 선점의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나, 동시에 경쟁자들이 들어올 영역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수평적 네트워크 모델을 제시하였다. 보안영역에는 코코넛과 IA시큐리티, 패키지 쪽에는 아델리눅스, 인터넷은 회사가 직접 내부에 독립적인 사업부문을 가지는 것으로 진용을 짰다. 이는 상호 발전이라는 철저한 수평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회사의 리소스 낭비를 최소화시켜주며 함께 발전하는 동료 회사로 존재한다.

기업이 변화를 모색하는 단계에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때, 미세한 문제는 전체적으로 조율해서 결정하지만 큰 방향을 잡는 일은 결국 CEO가 해야 할 역할이다. 물론 여기에는 CEO의 깊은 고민과 성찰이 전제 되어야 한다.

- 3부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인 ‘핵심가치’에 대해 설명하려면 ≪Built to Last - 제리 포라스 1994≫라는 책을 언급해야한다. 이 책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기업의 건재에 대한 이유를 기술하고 있다. 그 회사들은 핵심가치를 제외한 모든 것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모든 행동과 생각의 판단근거는 알게 모르게 회사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핵심가치에 놓여 있다. 그는 이 책을 두 번 읽고 깊은 회의에 빠졌다. 포라스는 핵심가치와 비전 만들기의 목적을 ‘영속하는 성공기업 만들기’에 두고 있다. 그런데 그는 그보다 더 중요한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라고 정의 하였다.

기업은 사람과 같이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사람이 나름대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기업도 하나의 가치관을 가지고 생명을 이어간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존재의 의미에 충실할 수 있듯이 기업도 그러한 가치관이 있어야 그 기업의 존재의미에 충실할 수 있다. 비전은 단기 목표, 물량적 목표로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가령 몇 년까지 매출액 얼마를 달성한다는 것은 목표일뿐 이지 비전의 영역은 아니다. 목표는 단기적인 추동력은 될지언정 기업을 장기간 끌고 가는 동인은 되지 못하며 개개인들도 더 이상의 의미 부여를 할 수 없다. 핵심가치는 회사 경쟁력을 높이기 등 경영효율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회사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면 회사 경쟁력도 그만큼 높아지겠지 하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핵심가치를 정한다면 그것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만들어진 회사의 핵심가치는 다음의 세 가지이다.

Ⅰ.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Ⅱ.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Ⅲ.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또, ‘우리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를 회사의 존재의미로 하였다. 이 글은 ‘우리의 존재의미와 나아갈 길’이라는 공식화된 문서로 전 사원들에게 전파하였다.

회사는 핵심가치를 좀 더 효과적으로, 진지하게 공유할 수 있는 제도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먼저 ≪Built to Last≫를 승진시험마다 필독서로 정하고, 핵심가치와 비전을 인사관리제도를 통해 반영하는 가시적인 제도를 만들었다. 사욕을 위해 회사를 이용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주 엄정하게 다스리고 있다.

그는 기업 이미지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스스로의 기준에 부끄럽지 않게 회사를 건강하고 강한 기업으로 키워가는 데 진력하는 것을 기업 이미지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기기 때문이다. 회사가지적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 생길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다 지지만 억지로 숨기지 않는다. 숨기기보다는 정직하게 시인하는 것이 더 좋은 해결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홍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홍보는 정확한 정보를 제 때 알려주는 데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회사는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분배를 추구한다. 이는 CEO의 건강한 생각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며 매우 투명하고 합리적인 제도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 4부 긴 호흡과 엄정한 자기 기준

누가 묻기 전에는 투명경영이라는 말 자체를 아예 꺼내지도 않는다. 이것은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라고 생각한다고 그것을 항상 떠들고 다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이다. 이 문제에 접근할 때는 공정함이 보장된 시스템과 CEO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투명함이 지켜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CEO의 역할이 전적으로 중요하고, 그러려면 제일 먼저 회사 돈과 자기 지갑속의 돈에 대해 철저하게 구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짜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수 없는 게, 이렇게 아낀 돈을 나중에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판매를 위해 자신 없는 약속을 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즉 고객과의 관계에서 ‘일단’은 결코 남발해서는 안 되는 표현인 것이다. CEO가 정말 경계해야할 것은 자기를 둘러싼 만족의 소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불만족의 침묵’이다. 이것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예민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도 해도 모자란다는 생각을 한다. 솔선수범, 약속 지키기, 신뢰가 최상의 방법이지만 이것으로 부족할 때는 직접 경청하는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회사는 간혹 보수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영리하고 빠른 조직과 느리더라도 건강한 조직 중 하나를 택하라면 느리더라도 건강한 조직을 택할 것이다. 느림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빠름의 강박증을 초월하려면 남과 비교하기 전에 엄정한 자기기준부터 세우라고 당부한다. 남과 비교하기 전에 자기가 최초에 세운 기준에만 충실할 수 있어도 그 회사와 개인은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가 인간우위의 회사인지에 대해서 자신하지 않으나 돈이든 기술이든 그것은 사람 위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서로를 신뢰하는 문화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 서로의 발전을 생각하는 문화, 그리고 동료의식 때문이다.

사람을 뽑을 때 그는 정신적인 성취감을 물질적인 성취감보다 조금이라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을 선호한다. 다음으로 건강한 생각을 선호하며 그 다음이 업무능력이다. 수습을 통해 그 사람의 인성이 검증되면 그 사람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인사정책을 쓰고 있다.

짧은 경험에 비춰볼 때 사업은 긴 승부라고 생각하며, 되도록 길게 바라볼 때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본다. 이것은 기업 활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성공은 금방 보답 받는 것이 아닌 것이다.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서 그에 따라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강하게 인식하였다. 위기관리는 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한 축으로,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늘 리스크를 엄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동안 벤처기업 문화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은 상식이기도 했다. 말부터 그럴 듯하게 먼저 하는 것, 말만으로 떠드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는 돈과 명예에 대한 단기적인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누구나 긴 호흡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5부 신뢰받는 동료로서의 CEO

우리는 흔히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성격적인 부분에서 발휘되는 리더십은 비중이 작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면과 그 사람의 능력이다. 2000년 가을, 미 스탠포드 대학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들을 때 강사가 설명한 리더의 변화과정은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시작시기로 이때 CEO는 중재자(mediator)의 역할을 해야 한다. 2단계는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해서 직원이 30~50명 정도 일 때로 CEO는 실무형 리더(Operational leader)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더 발전한 3단계가 되면 CEO는 전략적인 리더(Strategic leader)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분권화와 의견조율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회사 전체적인 전략을 세우는데 더 몰두해야 한다. 사원들에게 어떤 리더로 인식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그는 사원들이 동료의식을 느끼는 CEO가 되고자 한다.

리더십은 원칙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이것의 지향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근간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듯 리더십에도 신뢰의 형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는 함부로 약속하지 않는다. 가령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 해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도 그 확률이 90% 정도면 약속을 하지 않는 주의이다. 99% 정도 확신이 들어야 약속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을 과감히 그리고 정확하게 인정하는 태도 역시 무척 중요하며 CEO의 중요한 재능 중 하나이다. 빌 게이츠가 행한 가장 현명한 일 중의 하나는,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전문가를 영입해서 그들이 소신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흔히 기술과 경영은 과학과 예술 또는 논리와 감성을 대표하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조금 더 살펴보면 이러한 이분법은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처음 기술을 배울 때는 논리적인 사고방식이 필수이나 문제가 복잡해지고 난이도가 증가함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기술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여 선택하는 것이다.

그가 바둑에 입문한 것은 의대 예과 2학년 때였다. 바둑에서 배운 경영원리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부분적인 이익보다 전체 국면을 보는 태도이다. 둘째는 경영을 할 때도 바둑에서와 같이 이론을 체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점이다. 셋째는 요소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략이다.

책임져야 할 상황이 생기면 일단 CEO는 나서서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 자신할 수 없고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비록 여린 성격이지만 이 부분에서 만큼은 여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고 지금까지 도망가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앞으로도 절대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경영자가 되면서 아예 걱정을 안고 사는 사람이 되었다. 벤처기업가가 어느 정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회사는 CEO의 고민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은 고집과 애착이다. 수시로 생각에 경종을 울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늘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시장성이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감각적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칭찬을 경계해야 하며, 성장의 속도에 정신이 팔려 직원들의 소외감을 잊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 6부 벤처, 희망이기 위한 조건

흑백논리나 독단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명확성만큼이나 판단의 오류에 빠질 위험을 늘 안고 있다. 제조업과 벤처기업을 지나치게 구분하는 것, 벤처기업과 대기업을 대립적으로 가르는 것은 잘못이다. 전문경영인 시스템이 최고이고 오너경영인은 문제투성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맞지 않는 흑백논리이다. 벤처기업의 산업구조가 취약해서 안 된다는 것도 흑백논리이고, 벤처기업을 다루는 언론의 화제성 논조도 바뀌어야 한다. 벤처기업을 둘러싼 일부 편견도 바뀌었으면 한다. 2000년의 경우를 두고 벤처산업이 한물 간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벤처산업의 성장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한국에서도 경제의 미래를 떠받치는 큰 축이 될 것이다.

벤처기업간의 활발한 M&A는 벤처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사회 여론에서는 좋은 목적을 가지고 M&A를 한 기업가까지 ‘회사를 팔아먹은 사람’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위험한 태도이다. 의존적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회사는 M&A를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M&A를 할 때에는 철저히 수평적 개념의 ‘윈윈’제휴가 되어야 한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문화에서 배워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명확한 퇴출 시스템이다. 실리콘 밸리는 벤처 기업이 실패를 했을 경우, 도덕적으로 무제가 없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다는 게 검증이 되면 그 실패에 대해서 낙인을 찍지 않는다. 즉 인생에 있어서 여러 번 실패하더라도 한 번만 성공하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또 하나 배워오자면 업무의 연속성이다. 우리의 인간중심적 문화와는 대비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M&A에 대한 인식, 아웃소싱 업체의 포지션 등도 실리콘 밸리에서 배울 요소들이다.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을 시작하기에는 무척 쉬운 환경이지만 제대로 된 벤처기업을 만들기는 참 어려운 곳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웃소싱 분야이다. 이것은 시장 환경의 열약으로 미국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 개선이 필요한 분야는 벤처캐피털의 역할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자금제공업무는 업무영역 중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 속한다. 그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하는 일은 투자한 회사에 최적의 CEO, CFO, CTO를 찾아주는 일이다. 그리고 사업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주는 것이다.

전략적 제휴와 업무 제휴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전략적 제휴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것이다. 이에 비해 업무제휴는 그 기업이 가진 핵심가치와 철학과는 상관없이 서로 비즈니스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을 제휴할 뿐이며 그 판단기준은 단순한 시장논리이다. 다음과 같은 것들은 전략적 제휴로 볼 수 있다. 조인트 벤처를 만드는 것, 한 회사의 투자를 받으면서 업무 협정을 맺는 것, 연구개발, 마케팅, 영업, 고객지원 등의 사업부문을 공유 하거나 다른 회사에 위탁하는 경우이다.

빌 게이츠는 벤처사업가 모델이 아니다. 이 예만 놓고 본다면, 기술적인 기반을 가지고 창업을 한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가 경영까지 맡아서 하는 것을 벤처기업의 성공적인 모델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엔지니어로서의 재능과 사업가로서의 재능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애플의 예를 들어보자. 엔지니어 출신의 스티브 워즈니악이 컴퓨터를 설계하고 스티브 잡스가 경영을 담당하여,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한 애플사를 세계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워놓았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애플의 사세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지지만, 벤처기업의 모델로는 더 적합할 것이다. 경영자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은, 산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시장 흐름을 파악하여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한 시장상황을 반영한 적절한 제도와 조직체계를 만들어서 유지해야하고, 바람직한 사내문화의 정착과 사원 개개인의 사기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에서는 사람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나 정확히 제로베이스에서 회사 생존에 꼭 필요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야지, 일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자꾸 두게 되면 가외의 일은 더 생겨나게 마련이고 그러면 회사는 비효율적인 상태가 된다. 일하는 사람 개개인도 많은 일을 다 해내려고 하니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패러다임과 관련하여 앤디 그로브의 ‘전략적 변곡점’ 같은 큰 이론체계는 없지만 항상 시야를 넓게 가지는 태도를 갖자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마음이라도 있었기에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때로는 재빠른 대응도 가능했다. 회사가 보안 솔루션 쪽으로 진출한 것은 기술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고서였다.

‘묻지 마 투자’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벤처기업에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계속 돈을 벌어야 하며 성공사례가 계속 나와야만 한다. 투자자들이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경영자 및 경영진, 시장의 크기 및 비즈니스 모델, 상대적인 절대 우위 요소(unfair advantage)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파악해야 한다.

2000년부터 시작된 닷 컴 위기론 또는 벤처 위기론은 벤처기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업문화나 주위환경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당시 벤처기업의 위기를 희망적으로 보았다. 2000년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참으로 값진 것이었다. 벤처기업들은 핵심역량을 통해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 지상과제라는 기본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또 위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되었으며, 치밀한 사업계획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는 희망을 아직도 벤처정신이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정부정책과 사회인식변화가 어우러지면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큰 도약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주식의 상장도 건강한 마인드로 접근해야한다. 단순히 돈을 끌어 모으는 수단이 아닌 사업을 전개할 때 모자라는 돈을 투자받는 곳이어야 한다. 기업의 핵심은 내재가치와 성장률이며, 기업은 주당 영업이익이나 성장률 같은 요소로 평가받아야 한다. 코스닥에 등록해서 떼돈을 벌었다거나 돈방석에 앉았다는 말은 모순이며, 또 이는 매우 한시적인 상황일 뿐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양적인 부분-밴처기업을 만드는 것 자체-보다는 도로나 터를 닦는 인프라 구축이고, 투명한 경영제도를 지원하는 것이다. 아울러 아웃소싱 업체들을 활성화 시켜준다면 벤처기업들은 더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 7부 새로운 모험가를 위한 벤처 클리닉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기술자들이 열심히 일하다보니까 아이디어가 떠올라 자연스럽게 그것을 상품화하면서 회사가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조건 좋아서가 아닌 경쟁력 있는 기술이 전제가 되고 거기에 열의가 더해져야 건실한 벤처기업을 키워나갈 수 있다. 늘 다양성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철저한 사업계획과 사업계획서이다. 철저한 사업계획서 작성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사업을 해나가면서 많은 점들을 되돌아보고 배울 수 있게 된다. 사업계획은 한 번 만들면 끝이 아니라 사업을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갱신해야한다. 왜냐하면 기업 활동은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수시로 상황이 바뀌고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벤처창업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문제이다. 가치관과 비전이 맞는 사람이 모여야 한다. 또 재능의 균형도 필요하다. 사람문제에 있어서 창업자의 끊임없는 자기 검증도 필요하다. 창업자의 능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한다면 회사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회사라 할지라도 늘 투명해야 한다.

창업 후 정착기에는 회사의 공유가치관과 핵심가치가 흐트러지기 쉽다. 이익의 공정한 분배와 인간적 신뢰관계의 정립으로 정착기의 팀워크를 유지하고 사원들과의 신뢰관계도 이어나갈 수 있다. 또 관리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그 회사에 유능하고 정직한 CFO(Chief Financial Officer)를 영입하는 것이다. 또한 마케팅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 성장에 발맞춰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플랜을 구조조정 해야 한다.

발전기는 창업 때부터 지켜온 가치관이 매우 큰 힘을 발휘하는 때이다. 시장이 커지고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일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마련인데, 구성원간의 철학과 목표가 맞지 않으면 그러한 업무 압력을 이겨내는 동기부여가 안 될 수도 있다. 이 시기에는 더 큰 성공에 대한 조급한 마음도 금물이다. 특히 주식상장으로 달려가는 경우가 흔한데, 누누이 강조하지만 상장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절대 아니다. 돈 관리에 대해서는 CFO를 적극 활용하여야 하고 대폭적인 권한위임이 필요한 시기이다. 또 고객과 시장에 회사의 이름이 알려지게 되므로 홍보, IR(Investor Relations)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주의할 점은 마케팅의 논리에 입각한 홍보가 아닌 기업의 기술, 상품, 서비스에서의 경쟁력이 가장 강력한 홍보도구라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속성은 크게 고위험성, 과정성, 절박성으로 볼 수 있다. 실패확률은 높으나 성공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열심히 일한 결과물로서의 벤처기업, 살아남아야하는 생존의 문제가 그 것이다.
벤처기업의 CEO는 항상 내부적으로 가장 좋지 않을 경우를 가정해서 관리하고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자금의 여력이 생겼을 때는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 또 제품 개발 측면의 위기관리도 중요한 데, 모든 제품에는 수명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미리 대비하여야 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 할 때는 철저한 시장조사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한다.
파트너를 고를 때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상대의 가치관에서 나온다. 여기에는 돈에 대한 가치관, 기업 활동을 하는 이유, 약속에 대한 책임감, 커뮤니케이션의 진실성이 포함된다. 파트너의 능력도 중요한 결정요소가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2000년 말 계약한 파이널 데이터와의 전략적 제휴는 중요한 실험이었다. 그는 연구기능 중심의 이 회사 제품을 판매 대행하기로 했는데, 한마디로 디벨로퍼와 퍼블리셔 간의 상호 보완적인 제품의 전략적 제휴인 셈이었다.

아무리 작은 규모라 하더라도 벤처 기업가는 기업가 정신을 지켜나가야 한다. 즉, ‘철저히 영업이익을 내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 벤처기업은 혁신적인 경영풍도나 신속한 의사결정 문화가 큰 장점이다. 그러나 한동안 벤처기업들은 외형 확대 경쟁에 몰두했고 부풀리기 악습을 반복하였다. 이에 벤처 기업의 CEO는 투명한 경영을 하는 기업가를 지향해야하며 돈과 관련된 모럴 해저드를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 8부 나의 작은 생각들

그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특히 양적인 면의 비교에는 거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비교의 대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이 나’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은 질적인 비교이다. 그는 신뢰를 주고받는 관계, 훌륭한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것,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존중, 그리고 늘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이런 것이 더 소중한 성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실패에서도 마찬가지로 질적인 면에서의 실패를 의식해야 한다. 칭찬과 비난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는 것과 자기기준에 부끄럽지 않도록 실천하는 것이다.

배려는 상대의 발전을 자극하고 도와주는 마음과 태도이다. 자라면서 책을 많이 읽은 그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였고, 이러한 학습의 결과는 일방적인 나만의 단정이 아닌 강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게 해주었다. 또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타인의 발전을 가로막고 상처를 주는 행동이기에 경계해야 한다. 자기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도 배려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가치관은 정직과 성실인데 이것은 그의 가치관일 뿐 결코 다른 이들의 가치관에 비해 우월하지도, 또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경청하는 태도도 배려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사심 없이 대하는 것도 배려의 한 태도이다. 배려의 중요성을 늘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배려하는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 자체가 배려하지 않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은 강요의 대상이다.

그는 공부는 하면 할수록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다. 자만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서 끊임없이 스스로 경계한다. 또 꾸준히 발전하기, 교과서대로 하기(기본에 충실하기), 최선을 다하기, 목적의식, 방심을 경계함, 새로움에 대한 적응, 몰입, 장기적으로 생각하기, 원칙 중심의 판단과 선택을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방법들로 믿고 행하고 있다. 원칙에 대하여 스티븐 코비 박사의 말대로 원칙은 수시로 변경 가능한 지도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정북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나 자신에 대하여 가장 모르는 사람은 바로 나 자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나 스스로의 편견과 자기애에 사로잡히면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힘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 순간에 솔직해지는 것은 무척 중요한 문제이다. 또 성격을 바꾸는 부분에 대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여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CEO라면 더욱 적극적인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3. 새기면 좋은 문구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일을 할 때 내 능력에 비해 벅찬 경우도 많다. 내 수준에서 어려운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기 위해서는 당대의 천재들보다 두세 곱절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깨어있는 한 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공연한 겸손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다.”


자료정리:유정현 ych2738@nate.com
 출처: SPR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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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