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10. 4. 29. 16:14

진화론적 재벌론(좌승희) 요약 및 서평 독후감2010. 4. 29. 16:14

Ⅰ. 저자 소개

● 1947년 제주 생
● 서울 대학교 경제학과 졸업·동 대학원 석사, 미국 UCLA 대학원 박사(경제학)
● 주요 연구 분야는 화폐금융, 거시경제, 국제경제 및 산업조직이며, 저서로는《국제화시대의 한국경제운영 : 새로운 정책패러다임의 모색》《한국의 거시경제정책 연구》《내생적 금융제도론》《진화론적 재벌론》《명령으로 안 되는 경제》《기업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조명》 등 다수가 있다.


Ⅱ. 내용요약

제 1장. 문제의 제기

제 1절 재벌문제와 경제정책의 딜레마

   기존 문헌에서 ‘재벌’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정의들에도 불구하고, 대체로‘족벌에 의한 소유와 경영지배하의 대규모의 대각화된 기업집단’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상호연계 되고 있는 형태보다도 실제로 이들 기업들이 하나의 경제적 집단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공통의 이해관계 하에서 일사불란하게 기업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경영형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벌’을 상호소유 및 경영연계를 통해 동일한 혹은 상호 밀접하게 연계된 경영지침하에 공통의 이익을 위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다기능기업’(multi-product firm)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법적인 실체로서 재벌과 대기업은 다를 수 있겠지만 경제적 기능 측면에서 보면 재벌은 다기능을 갖는 하나의 ‘대기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하에서는 논의의 필요에 따라 재벌과 대기업을 동의어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거시 경제적으로 수출을 촉진하고 경제를 활성화시켜 고성장과 경상수지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재벌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미시경제 정책 측면에서 볼 때, 공정거래 정책과 같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하고자 하는 정책은 궁극적으로 재벌기업의 경제활동 영역을 축소시키거나 그 독과점적 영향력이나 형태를 규제하는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벌문제는 경제정책의 모든 분야에 연관되어 있으며 재벌문제를 어느 한 측면에서만 보는 것은 오히려 정책 딜레마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한국경제가 재벌문제로 인해 직면하고 있는 정책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제 2절 경제 진화론적 재벌관

진화론적 시각에서 볼 때 시장 경제의 작동을 주도하는 힘의 원천은 경제생활에 있어서 남보다 더 잘 하고자 하는 '경쟁 과정'이며, 경제의 진보는 그 경제가 보다 더 잘하려고 경쟁하는 경제 주체들 중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주체를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한국'의 '재벌'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측면의 주어진 '한국적' 환경 속에서 이 환경에 가장 적합한(fitted) 형태로 진화해 온 기업 조직이다.

다시 말해 재벌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경제 조직의 하나로서 자신이 처한 경제적 여건에 가장 적합한 생존 전략을 구사하며, 여건의 변화에 따라 변신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유기체와 같은 존재이다. 재벌의 형태나 그 경영 행태는 그 동안의 적자선택 과정을 통해 한국적 환경에 가장 적합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으며, 기업이 현재와 같은 재벌 구조나 형태로 한국화 되는 과정이란 그러한 특성을 갖는 기업이 한국에서 성공하고 그래서 경제·사회적으로 선택되는 진화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진화론적 재벌관을 가지고 재벌 문제에 접근할 경우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재벌의 생성과 현재와 같은 행태를 초래해 온 '경제 여건'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여건과 재벌의 생성 발달 과정 및 형태간의 인과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 규명해야 한다.

제 3절 연구전략과 본서의 구성

  앞으로의 재벌정책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무엇보다도 중요한 여건변화는 최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국경 없는 지구촌 경제의 출현이라는 경제의 세계화 현상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재벌정책도 경제의 세계화와 그에 따른 새로운 경제정책 기조의 테두리 안에서 일관성 있게 추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서는 우리나라 재벌의 생성 및 형태에 대한 이론적, 실증적 분석은 물론 세계화 시대의 경제 정책적 함의에 비추어 바람직한 재벌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제 2장. 전통적인 재벌문제의 개념과 실상에 대한 비판적 개관

제1절 경제적 자원에 대한 재벌지배 : 경제력 일반집중의 문제

  경제력 집중의 문제는 국민 경제의 전체 경제적 자원에 대한 소수 재벌의 지배·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소위 일반 집중의 문제와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포괄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경제력 일반 집중의 실상을 동태적, 국제적 비교를 통해 분석해 보면 일반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제력 집중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과, 우리나라만 유독 소수 재벌에 의한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등의 문제는 사실 지나치게 왜곡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경제력 집중 정도는 점차 완화되고 있으며 경제력 집중도의 국제 비교에서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소수 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다양한 실증적 분석의 부재와 자원의 배분 과정에서 기회의 형평성을 결여한 상태에서 성장해 왔다는 점이 국민들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부문에 국한하여 한국의 경제력집중도를 OECD 선진국과 비교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고용집중도와 매출집중도에서는 낮은 반면, 총자산집중도에서는 토지 건물 자산의 비중이 높고 이들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있는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 100대 기업의 구성이 얼마나 빈번하게 바뀌는가를 나타내는 지수로서 지수가 높을수록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함을 의미함.
2) 지수가 높을수록 각 기업의 점유율(비중)이 매년 크게 변동하고, 재벌들 간의 경쟁도도 그만큼 높아짐.
3) 상관계수가 높을수록 기업 순위에 변화가 없음을 의미함.

  한국의 경우 100대 기업에의 진입과 탈락이 가장 빈번하고 100대 기업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도 가장 불안정하다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대기업간 유효경쟁도가 그만큼 더 높았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제 2절 독점적 시작구조의 문제 : 시장집중의 문제

시장구조의 독과점화에 따른 자원배분의 왜곡현상을 측정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지표가 시장집중 지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위 3대 기업 집중도(CR3)를 자주 이용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허핀달 지수를 이용한다. 두 지표 사이에 약 0.97의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대기업의 성장이 시장집중도를 심화시킨 주요 요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독과점의 폐해를 줄이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시장구조를 보다 경쟁적으로 만들어 가기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시장개방의 촉진, 진입규제와 같은 정보의 과도한 개입의 중단과 더불어, 재벌 대기업의 경쟁제한적인 시장형태에 대한 정책 당국의 지속적인 감시와 제재를 병행하는 경쟁정책 차원에서 시장집중의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 3절 재벌기업의 경영형태상의 문제

재벌의 경영형태 중에서도 특히 문어발식 업종다각화 형태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관련 다각화 비중은 낮은 반면 비관련 다각화 비중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선진제국의 경우와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재벌규모가 클수록 다각화 비중이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다각화가 기업 확장의 일반적 수단이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이 일반적으로 다각화나 소유 집중 그리고 지급 보증 등이 과다함을 시사한다고 하더라도 재벌 기업의 경영 행태에 대한 평가는 기업의 '경영 여건'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없이 단지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만을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영'이란 기업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경쟁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의 수단이다. 주어진 환경에 적합한 경영 방식을 택한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며, 적합하지 못한 경영방식을 택한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남아 있는 재벌이나 기업은 지금까지 크고 작은 수없이 많은 환경의 변화 속에서 그 나름대로 변신과 적절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살아남은 생명체와 같은 것이다. 물론 국민 감정상 또는 도덕적 가치관에 비추어 볼 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최적의 대응 방안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재벌의 경영형태나 그에 따라 나타나는 경제 지표들을 가지고 바람직하다 안 하다의 평가를 내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실증경제학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며, 이러한 판단을 기초로 재벌의 행태를 규제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더더욱 자원배분의 왜곡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 할 것이다.


제 3장. 재벌문제에 대한 새로운 분석틀과 시각의 정립

제 1절  2단계 의사결정 체계에 의한 재벌문제의 새로운 분석을 모색
   
재벌 문제를 2단계 예산 운용 체계(two-stage budgeting system)에 의해 새로운 분석틀을 제시하고 있다. 2단계 예산 운용 체계란 정부가 국민 경제의 전체 자원을 다양한 산업에 최적 배분하는 계획을 추진할 경우, 정부는 개별 업종에 대해 세세하게 직접 자원을 배분하는 대신에 제 1단계에서 국내의 유수한 기업가에게 자원을 할당하고, 이 자원을 확보한 기업가가 제 2단계에서 개별 업종들에 자원을 재배분하도록 하는 2단계의 자원 배분 체제이다.

재벌의 입장에서 보면 제 1단계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정부로부터 금융자금을 포함하는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제 2단계는 확보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제 1단계는 정부가 비시장적 메커니즘을 통해 경제적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 혹은 경제적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어느 기업에게 할당할 것인가 하는 선택과, 기업이 정치적 로비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서 정부로부터 경제적 이권을 확보하는 과정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제2단계는 기업 경영의 문제로서 할당된 자원을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해 어떠한 활동에 배분할 것이냐 하는 순수한 자원 배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 1단계의 선택은 주로 비경제적 혹은 정치적 결정인 반면 제 2단계의 의사결정은 순수한 경제적 결정이다.

제 2절 우리나라 재벌문제의 재해석

경제적 자원(경제력)이 특정 소수 재벌에 지나치게 집중화되어 있다는 일반집중의 문제는 주로 1단계의 정치적 결정과정이 그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개별 생산물시장의 규모가 협소하고 제 1단계 과정을 통해 소수의 기업가에게 투자자원이 집중되고 사업영역까지 보장되는 상황에서, 확보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제 2단계 결정은 결과적으로 개별 생산물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해당 기업의 독과점화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시장경제하에서 독과점화 과정은 해당기업이 진입자유가 허용되는 공정한 시장경쟁을 통해 월등한 효율성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 독과점화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또 하나는 정보의 규제, 보호, 진입제한 등의 인위적인 조치에 의해 독과점적 지위를 향유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독점화는 후자에 해당한다. 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규제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서 심각한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게 되며 시장구조의 개선의무 자체가 정부에 지워진다.

그 다음 소위 재벌의 불건전한 경영형태 문제는 보다 순수한 의미에서 제 2단계 자원이용의 최적화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제 4장. 재벌형성 과정에서의 경제제도와 정부의 역할

제1절 신제도학파 경제학의 핵심명제

① 거래비용과 경제제도
  신제도학파는 경제제도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경제 제도 문제를 경제 분석의 핵심 주제로 강조하는 신고전학파에 이은 새로운 경제학파이다. 즉, 신고전학파에서는 거래비용 없이 완전한 정보가 무료로 제공되는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하고 있으며, 경제제도(economic institution)를 불변의 외생적 여건으로 간주하였다. 이와 달리 신제도학파는 경제제도와 거래비용, 나아가 경제성과 사이에는 체계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경제제도도 내생적으로 생성, 진화한다고 사고를 전환시켰다.

② 재산권제도와 경제성과
  재산권제도란 희소성이 있는 경제적 재화를 둘러싼 경제주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질서이다. 따라서 경제적 재화를 둘러싼 일종의 사회적 행위규범이라고 볼 수 있다. 재산권제도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경제 하려는 의지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하며 경제 거래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여 자원의 최적배분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③ 재산권제도와 경제조직
<재산권 보호정도와 경제조직>
경제조직과성과  재산권  보호정도  거래비용  기업형태  경제활동
활성화분야기업경영 형태경제성과
(경제발전)취약한 재산권
제도 및 보호높음중소기업
자영업고정투자를 요하지 않는 판매, 유통
(암시장거래)가족경영
비공개
소유경영 미 분리낮음명료한 재산권
제도 및 보호낮음대기업대규모 고정투자를 요하는 산업
(제조업)전문경영
공개경영
소유경영 분리높음

  재산권이 충분히 보호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 거래와 관련된 모든 계약이 존중되고 지켜질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재산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재산권 유지비용과 거래 비용이 많이 드는 상황에서는 가족, 인척 등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관계하의 소규모 그룹이 참여할 수 있는 중소기업 형태의 경제 조직이 활성화된다. 후쿠야마(Fukuyama;1995)는 사회 자본의 한 형태인 '가족' 중시 전통은 가족 이외의 사회 구성원들 간의 신뢰 형성을 저해함으로써 대규모 경제 조직의 형성을 어렵게 하며, 극단적인 경우 혈연 편중에 따른 사회 침체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중국, 한국 등 가족 중심의 사회의식이 강한 사회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조직이, 일본과 같이 상대적으로 집단의식이 강한 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조직의 출현이 용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 2절 우리나라 재산권제도의 특징 : 역사적 고찰

  우리나라의 경우 재산권 보장 제도가 취약하다. 재산권 침해 사례를 보면 1950년대 농지개혁과 지주의 몰락, 1950년대 말 귀속은행 불하와 1960년 5.16쿠데타로 인한 부정 축재자 처리, 8.3조치로 인한 사채 동결, 80년대 부실기업 정리, 금융실명제와 금융재산권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등이 있다.  과거 긴 세월에 걸쳐 기록되어 온 그리고 경험해 온 재산권 훼손 사례들이 국민들의 의식 속에 각인됨으로써 국민 각자의 재산권 유린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나아가 재산권 제도가 공식적인 제도라는 법적인 장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크게 부실화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재산권제도는 사유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공식적 제도보다도 오히려 비공식적 관행과 제약에 의해 더 영향을 받는 체제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공식적 법규가 아무리 명확하게 재산권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경제주체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과거로부터의 관행과 의식 속에 남아 있는 ‘재산권제도 부실화’라는 인식에 따라 경제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제 3절 재산권제도와 경제조직 : 실증분석

  재산권 보장 정도에 대한 실증 분석에서도 클레이그(clague et al.:1996)는 재산권 보호 정도를 통화량 중 계약 화폐라고 볼 수 있는 예금화폐 비중을 그 경제에서의 재산권 보호 정도를 측정하는 대용 변수로 사용하여 국가 간 비교하였다. 예금 화폐의 반대 개념인 현금 통화 비중을 사용하여 14개 국가를 비교하여 본 결과, 우리나라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과 함께 높은 현금 통화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재산권 보호체계가 미흡하고 그에 따라 높은 거래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결과로 우리나라의 기업 분포를 보면 10인 이하의 영세 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으며 자영업자 비중도 조사대상 국가(14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은 거래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다수 경제주체 간의 공식적 계약을 통한 경제조직이 출현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건 하에서 가장 쉽게 등장할 수 있는 기업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별 현금통화 비중 및 자영업자 비율(70~94년)>

위와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 정책의 핵심 이슈로 제기되어 온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과다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대규모 기업 및 재벌들이 취약한 재산권 보호와 고거래 비용 경제에서 생성·발전할 수 있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제 4절 재산권제도의 취약과 재벌의 행태

① 재벌의 생성 과정
지금까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재산권 보호가 취약하여 대기업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높은 거래비용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에 의해 외생적으로 대규모 장기 고정 투자 자산에 대한 재산권은 물론 기업 경영에 따른 수익에 대한 재산권 보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기업이 존재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다. &nbsp; 결국 이러한 보호 역할을 정부가 수행하였으며, 이에 대해 대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재산권을 보호받는 대신 소위 정경유착이나 혹은 준조세의 부담 등을 통해 그 대가를 지불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즉, 공식·비공식적 제도의 개선 및 정착 노력보다는 손쉬운 정부 개입을 통해 제도의 미흡을 보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② 재벌의 족벌경영 행태
정부의 적극적 대기업육성 노력을 통해 대기업과 재벌의 형성이 용이해지기는 했지만 재산권제도가 제대로 정착된 여건 하에서 관찰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이 정부 이외의 제 3자에 의한 재산권 침해를 막아주는 보호 장치가 되기는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정부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기업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규제를 통해 재산권 행사를 제약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공식적 의식과 관행 등은 여전히 사유재산권 보호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으로 인식됨으로써 공개적인 경영구조가 초래하게 될 고거래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노력으로 인식된다.

③ 문어발식 다각화를 통한 대형화 추구 행태
마찬가지로 재벌이 다각화를 통한 대형화 욕구를 가지게 된 원인 중의 하나는 정부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대응 방안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정부 주도의 산업합리화 정책이라는 이름 하에 많은 대기업들이 소유주의 변화를 경험하거나 정리되었으며 해당 조치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야기하였다. 따라서 재벌 소유주들은 규모를 키워 놓으면, 정부나 국민이 그 경제적 부작용으로 인해 감히 파산선고를 하거나 해체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 하에 주로 기간산업과 금융기관, 언론을 중심으로 비관련 다각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④ 반 재벌 국민정서와 재벌행태
우리나라의 재벌정책과 관련하여 많은 경우 소위 ‘반 재벌 정서’라는 국민들의 재벌에 대한 심정적 거부감 때문에 경제논리에 의해서만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명문화된 반 재벌 법이 없다 하더라도 단지 사회통념으로 재벌은 싫다는 정서는 어떤 명문법보다도 강력한 재벌규제 제도를 형성하게 된다.

제 5절 기업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

  앞으로의 경제개혁은 재산권제도의 명료화라는 일관된 목표 하에 공식적 제도의 보완과 그 집행을 엄격히 함으로써 비공식적 관행과 인습 의식이 따라서 개선되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정책과 관련해서는 자의적으로 비치는 기업규제가 거의 모든 경우 재산권에 대한 침해 형태를 취한다는 점을 명심하여 보다 적극적인 정부개입 축소와 자유화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재벌적 국민정서가 고 거래비용 기업 환경을 고착시키지 않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반 재벌 정서 자체를 해소하는 일이 필요하며 반 재벌 정서가 재산권제도를 왜곡시킬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반재벌적 국민정서 혹은 반기업적 국민정서의 해소는 우리 경제가 선진자본주의 시장경제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임을 직시하고 이에 적극 대응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제 5장. 재벌의 업종다각화 행태에 대한 분석과 전망

제1절 내생적 경제조직론

  내생적 경제조직론은 경제조직의 구조를 결정하는 외생적 요인을 두 가지로 본다. 그 하나는 경제활동이 직면하는 시장수요의 크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생산 활동의 기술적 조건이다. 여기서 생산의 기술적 조건은 규모의 경제성 여부와 범위의 경제성 여부로 규정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성이 있다는 것은 해당 생산과정이 대량생산의 이점을 향유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생산규모의 확대에 따라 평균비용이 하락하는 기술적 조건하에 있음을 의미한다. 범위의 경제성이 있다는 것은 해당 생산과정이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합운영 및 생산하는 것이 각각의 활동을 분리운영 하는 경우에 비해 비용이 절감되는 기술적 조건하에 있음을 의미한다.

스티글러(stigler;1951)는 시장의 규모에 따라 분업의 정도가 결정된다는 아담스미스(A. Smith)의 분업 이론을 발전시켜 시장경제와 경제 활동의 수직 결합 및 분리 여부와의 관계를 설명하였다. 경제 조직은 각 경제 활동에 대한 시장 수요의 규모와 각각의 기술적 생산 조건, 즉 규모의 경제의 존재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이 경우 시장 수요가 증가할 경우 전문화와 대량 생산의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여타의 경제 활동으로부터 분리·독립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규모의 경제성이 높은 활동이라도 시장의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통합 겸영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경제발전이나 혹은 시장 통합 등과 같은 요인에 의해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게 되면 일반적으로 경제 조직의 분화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제 2절 내생적 경제조직론의 시사점

: 재벌의 업종다각화 행태와 구조변화 전망

우리나라 기업들은 왜 업종 전문화보다도 다각화를 지향해 왔는가? 내생적 경제조직론에 의하면, 관련 기능 혹은 생산 활동들 간의 범위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강하거나, 혹은 개별 활동들이 생산의 이점을 향유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문화보다는 다각화 혹은 겸업화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재벌의 다각화 성향은 다음과 같은 요인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 상대적으로 협소한 국내 시장으로 업종 전문화를 통해서는 적정 생산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움
- 자동화, 정보화의 진전, 그리고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 등으로 인한 기술 혁신으로 업종들 간의 범위의 경제성이 강화 또는 새로이 창출로 인한 다각화의 이점이 증대됨
- 생산 기술적 측면 외에, 경기 변동이나 기타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의한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재벌 전체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함
- 정부의 산업 정책의 행태 : 재벌들로 하여금 기간산업이나 금융업종의 진출을 가속화함

제 3절 재벌의 다각화 행태에 대한 실증분석

  실증 분석에 사용된 방식은 트랜스로그(translog)비용함수를 사용하여 1992년과 1993년의 자료를 가지고 업종별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비용보완성, 자연독점가능성 등을 추정하였다. 그 결과에 따르면 재벌이 진출하고 있는 업종들은 개별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뚜렷하지 않고 대체로 수확불변 하에 있지만 업종 간, 특히 제조업종간의 범위의 경제는 유의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나왔다. 이는 앞의 이론적 분석이 시사 하는 바와 같이 다각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를 추구해 왔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리고 자연독점 가능성이 없으며, 이는 자율화된 경쟁 여건 하에서는 재벌의 분할이나 축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금융업 진입은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관찰됨에도 불구하고 재벌이 금융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상황 하에서 금융업의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 국내시장의 개방과 세계경제의 통합 등에 따른 잠재적 금융시장 규모의 확대에 따라 은행업과 기타 금융업(특히 투자금융이나 창업투자 등)은 독립 전문화된 가능성이 높은 반면, 증권업은 규모의경제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위의 경제가 있고 또한 은행업과 비 금융업과는 비용보완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재벌들의 금융업으로의 업무다각화나 금융업 내부에서의 겸업화에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 4절 정책 시사점

① 재벌의 다각화 행태 규제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벌은 이미 다각화를 통해 생산 효율의 증가를 시현하고 있기 때문에, 다각화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생산 효율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② 대형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 여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업종 전문화 정책을 추진함으로 얻어질 효율성 제고는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

③ 우리나라 재벌 부문에는 자연 독점적 요소는 없기 때문에 정부 보호나 규제에 의한 독점적 요소가 소멸되어 경쟁이 보다 촉진되게 되면 재벌이 적정 규모로 분할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재벌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법은 재벌이 대내외로부터 진정한 시장 경쟁의 압력에 노출되도록 시장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④ 금융업 진출과 같은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재벌이 금융업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유인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제 6장. 경제운영에 있어서 정부와 시장의 역할 재정립

제 1절 경제자율화의 저해요인과 그 배경

경제운용의 틀을 지나친 정부개입 위주에서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1980년대 이후 꾸준히 경제정책의 주요 목표로 등장했으나 그 성과는 기대에 크게 미흡하였다. 자율화마저도 규제를 통해 추진하려는 소위 ‘규제된 자율화’경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경제발전 잠재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개입 위조 경제정책에서 자율시장 원리에 의한 경제운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원배분 메커니즘을 신뢰하고, “정부는 시장보다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인식하에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제 2절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쟁의 개관

경제발전에 있어서의 정부의 역할에 관한 논쟁은 결국 시장실패와 정부실패의 정도에 관한 문제로 보인다. 시장실패가 일반적으로 또 다른 정부실패의 한 형태인 경제제도의 실패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시장실패가 존재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는 보다 나은 경제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경제 환경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경제제도를 올바르게 정착시키기 우해 노력해야 한다.

제 3절 경제학의 한계와 경제정책의 역할

하이예크의 경쟁은 궁극적으로 미지의 그리고 미실현의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경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는 경우란 바로 경쟁자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제반 여건을 미리 알 수 없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하이예크는 이러한 경제학의 역할에 대한 한계를 무시하고, 경제학이 개별 상황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다는 과신이, 정부 혹은 시장 국외자에 의한 합리적인 경제계획 혹은 개입이 시장경쟁에 의한 발견과정 자체를 능가할 수 있다고 믿는 심각한 오류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본다. 자율화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최적제도나 결과에 대한 청사진은 아무도 쉽게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최적 제도나 결과를 찾아내기 위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유도되는 시장경쟁의 발견력이 있을 뿐이다.  

제 4절 경제세계화 시대의 전개와 국민경제 운영

무국경의 지구촌 경제와 정보화 시대가 도래 하고 다양성이 확산되며 민주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는 21세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제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어야 한다. 우선 경제운영이 정부주도에서 시장과 경쟁주도로 전환되고, 정부의 정책기능 역시 경제계획 및 개입기능에서 공정한 경쟁시장 질서를 구축하는 질서 제도 정책 기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개입의 구체적인 방식도 직접규제에서 간접관리로, 형태규제에서 여건관리로, 대증요법에서 원인치유로 전환하여야 한다.

제 5절 경제운영에 있어서의 정부와 시장의 역할 재정립

① 세계 시장의 통합화에 따른 재벌 구조의 변화 전망
세계시장의 통합화 추세가 더욱 진전되고, 단일시장으로 통합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재벌 구조도 여기에 맞게 변화하게 될 것이다. 즉, 세계 시장이 통합됨에 따라 규모의 경제 하에 있는 업종들을 중심으로 전문화가 진전되면서 지금과 같은 지나친 업종 다각화 현상은 점차 완화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전문화 업종들과의 사이에 높은 범위의 경제를 갖는 업종들은 여전히 통합 겸영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단일 업종 전문화보다는 생산 기술적 조건과 시장 여건에 맞는 적정 다각화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 집단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규모의 경제가 강하지 않으면서 상호간에 범위의 경제가 존재하는 업종들을 중심으로 한 다각화 현상은 지속될 것이며, 경제 경쟁을 통해 시장 점유율의 하락을 경험하는 업종들도 규모 및 범위의 경제 여부에 상관없이 다각화 업종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② 기술 혁신에 따른 정보통신 산업의 고도화와 재벌 구조 변화 전망
정보통신 산업의 발달은 경제 조직 내의 각종 경제 활동들 간의 연계 관계를 높임으로써 경제 내의 범위의 경제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경제 활동들 사이에 범위의 경제 증가는 다기능 경제 조직의 활성화와 최적 생산 규모의 축소를 유도함으로써 대량 생산 체제의 대안으로 등장해온 소위 소량 다품종 생산 체제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 내에 다기능 조직이 활성화되어 각종 기능들 간의 통합화가 진전됨에 따라 종래 생산물의 특성에 따라 분류해 온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등의 산업 분류의 의의가 크게 저하될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재벌 구조는 시장 규모의 확대에 따른 전문화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다각화가 동시에 진행됨으로써 업종에 따라서 전문화된 대량 생산 체제와 소량 다품종 생산 체제가 공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혼합체제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 7장. 재벌정책의 평가와 개선방향 모색

제 1절 기존 재벌정책에 대한 평가

그 동안 정부는 재벌 위주의 산업 조직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것들을 2단계 분석 체계에 따라 크게 분류해 보면 우선, 1단계 자원 동원 능력을 제한하려는 정책으로는 동일인 여신한도 제한과 같은 조치이고 2단계 시장 활동 및 경영 행태를 규제하려는 정책으로는 재벌기업간 상호 출자, 지급 보증 및 대여 철폐 등의 조치가 있다. 또한 재벌 기업들의 주요 기간산업 진출을 자원 낭비라는 이름으로 규제해 왔으며, 최근에는 지나친 다각화를 억제한다는 목적으로 업종 전문화 시책을 통해 소수 주력업종에 특화 하고자 하는 시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책들의 일반적인 문제점으로는 제 1단계 자원 집중 과정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 및 치유하거나 제 2단계 기업 경영 행태의 원인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치유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미흡한 반면, 기업 경영에 대한 직접 규제를 강조했다는 점을 지적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들 시책들은 재벌들의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치유보다는 단지 그 행태 및 결과를 규제하는 대증 요법에 주로 머물고 있어, 기업 경영을 제약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제 2절 재벌 정책의 개선 방향

우리나라의 재벌 정책은 재벌 형태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그러한 형태를 초래하는 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즉, 재벌 문제의 시발이 되는 제 1단계 재벌 형성 과정에서 특정 재벌에 대한 불공정한 경쟁상의 우위를 보장했던 제도나 여건을 철폐하고, 제 2단계에서 재벌의 경영 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내외 경제 여건 제약을 해소시키도록 노력하되, 순수 기업 활동 영역에 속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모든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국내 자원의 최적 이용에 부합되는 정책이 될 것이다.

나아가 세계화되는 경제 여건을 국내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고 재벌의 효율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선용할 수 있도록 대외시장 개방과 외국인 직접투자 개방을 적극적인 대(對)재벌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유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정책 개혁과 개방화 노력을 가속화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도나 보호, 규제가 없어도 재벌이 자생력을 갖는 경쟁력 있는 산업 및 기업 조직 구조를 창출하고 정착시킬 수 있도록 경제 제도의 개혁을 통해 공식적으로는 물론 비공식적인 차원에서 재산권 제도를 명확하게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제 제도적 여건 개선이 없이는 장기적으로 다른 경제 정책의 효과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일반적으로 효율적인 기업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영을 견제, 감시하는 제도적 차지에는 시장에 의한 규율방식과 내부규율에 의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내부규율 장치는 단지 대체적인 유형을 설정하는 데 그치고 그 세세한 내용은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제도개혁은 선진제도를 수입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정부가 그 제도를 얼마나 엄정하고 투명하게 지속적으로 운영, 집행해 나가느냐가 보다 더 중요하다. 새로이 도입된 제도가 정부의 엄정한 집행의 도움으로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효력을 발휘하게 됨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제도적 제약에 대한 긍정적 수용의식과 관행이 정착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나의 효율적인 경제제도가 점진적으로 진화해 나가게 된다. 제도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좋은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를 엄정하게 운영, 집행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제 3절 IMF 협약의 대기업정책에 대한 함의

① IMF협약의 경제운영 방식에 대한 함의
  IMF 협약은 한마디로 경제의 완전 대외개방과 시장자율에 의한 경제운영체제의 정착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부의 경제운영 수단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여건 하에서 앞으로의 경제발전은 하이예크적인‘발견과정으로서의 경쟁’이 갖는 경제효율 제고 메커니즘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되었다.
 
국내경제 내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IMF와의 합의에 따른 M&A 시장개방과 활성화 조치를 조기 시행해야 하며, 경제 내의 각종 진입, 퇴출에 대한 제약을 완전히 해소하고 각종 관련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으로 개편하여 공정거래정책이 규제정책이 아니라 진입자유화를 통한 경쟁촉진정책으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보의 기능과 조직도 과거에 필요했던 규제와 계획기능은 축소하되, 규제완화와 경쟁촉진 기능은 보강되어야 한다. 물론 산업정책부서 기능도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② 새로운 경제발전 메커니즘의 정착
  기업정책과 관련해서 볼 때 IMF 협약은 대기업들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회계제도의 선진화 등을 통해 국제기준에 맞는 기업경영체제를 갖추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외부적 강제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장압력을 통해 유도해 나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정책을 재벌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러한 정책의 시행은 궁극적으로 재벌의 법적 지위를 공식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결합재무제표이 작성을 의무화하거나 상호지급보증의 해소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동일재벌 내 계열기업들을 사실상 동일인으로 간주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 일은 지주회사제도를 허용하되 계열사 간 지급보증을 인정치 않거나 최소화하도록 하고, 결합 재무제표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을 뿐이며, 선단식 경영 여부나 문어발식 다각화 여부는 이미 누차 언급한 바와 같이 시장경쟁 압력에 다라 기업이 자체적으로 판단 결정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민아 catchon21@hanmail.net
 출처: SPR 경영연구소

:
Posted by 해토머리